•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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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경 요한복음 8장에는 간음현장에서 잡힌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본문은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간음 중에 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가운데 세우고 예수께 말하되 선생이여 이 여자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나이다. 모세는 율법에 이러한 여자를 돌로 치라 명하셨거니와 선생은 어떻게 말하겠나이까”(3-5)라고 했다. 복음서 기자는 바리새인들이 “고소할 조건을 찾고자 예수를 시험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모세의 율법에는 “누구든지 남의 아내와 간음하는 자 곧 그 이웃의 아내와 간음하는 자는 그 간부와 음부를 반드시 죽일지니라”(레 20:10)라고 했다. 법대로 하면 간음 현장에서 잡힌 그 여자는 돌에 맞아 죽을 운명이었다. 그런데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간음한 여인은 끌고오면서 왜 현장에서 잡힌 간부는 데려오지 않았을까?
◇만약에 예수님이 그 여인의 처지를 딱하게 여겨 돌로 치는 것을 반대하면 예수는 그 사회의 기본가치인 모세의 율법을 어기는 것이 되고, 모세의 율법대로 돌로 쳐 죽이는데 동의하면 이제까지 설파해 온 예수님의 사랑의 메시지는 허위로 폭로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런데 본문은 예수께서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시고 몸을 굽히사 손가락으로 땅에 쓰시니 저희가 이 말씀을 듣고 양심의 가책을 받아 어른으로 시작하여 젊은이까지 하나씩 하나씩 나가고 오직 예수와 그 가운데 섰는 여자만 남았더라”라고 했다. 이 때 예수님이 땅에 쓴 글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복음서가 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하여 예수님도 모세의 율법을 어기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일말의 양심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그런 법이 있고, 또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면 그 여인이 과연 살아남았을까. 아마도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면 오히려 그같은 죄를 저지른 자가 자신은 깨끗한 체 가장하며 먼저 돌을 던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한 사람이 먼저 돌을 던지면 너도나도 돌을 던지는 것이 더러운 인간의 악한 심성이다. 만약 지금 우리사회에서 돌을 먼저 내려놓고 그 자리를 뜨는 자가 있다면 십중팔구 ‘저 놈도 그런 짓을 했구나’하는 비난과 온갖 허위 중상모략을 받았을 것이다.
◇지금 소위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의 태도만 봐도 우리사회가 얼마나 깊은 허위의식에 빠져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자기 편이 한 짓은 ‘로맨스’이고, 정적(政敵)이 한 짓은 모두 ‘스캔달’로 보는 태도, 이것이 정치권 인사들의 추악한 심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정권만 잡았다 하면 전 정권의 비리를 파는데 국력을 소모하고, 국론을 분열시켜서라도 자기 편에 유리하게 만들어 ‘다음 정권을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에만 급급한다. 그래서 그들이 하는 일이란 온갖  유언비어를 날조하고 음해하는 일뿐이다.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회칠한 무덤 같으니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이나 그 안에는 죽은 사람의 뼈와 모든 더러운 것이 가득하도다”(마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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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칠한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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