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귀가

              목 영 민

해는 서산에 지고
붉은 노을이 각혈한 듯
빨간 하늘에 구름이 낭자하다
스산한 바람이 불어 으스스한데
이파리 죄다 떠나보낸

가지만 앙상하다
집으로 가는 길엔
초승달이 중천에 떠 있고
건너편 아파트엔 불빛이
듬성듬성 켜져 있다

붕어빵 사든 아빠는
아들딸과 아내를 생각하며
오지 않는 버스에 목이 늘어진다
가로등이 불어오는 초저녁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칼이 날리고
따끈했던 붕어빵은 식어간다

따뜻한 것들이 그리운 계절, 서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정감 있는 시 한편이  生의 경외감을 불러 온다. 고달픈 하루를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있다. 만추의 초저녁에, 해도 집으로 돌아가고 낙엽도 본향으로 돌아가려고 땅바닥을 뒹굴고 있다.
가을의 음향과 색채와 향기 그 어느 것 하나 쓸쓸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프랑스의 노르망디 귀족  태생인 구르몽의 詩 ‘낙엽’을 떠 올린다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 낙엽은 버림 받고 땅위에 흩어져 있다 //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아스팔트 위에 웅크리고 있는 암갈색 이파리는 서걱 거리며 우는 듯 휩쓸려 있다.가을도 깊어가고 붉던 하늘이 스러지고 밤이 오고 있다. 귀로에 든 가장은 고달프고 버거운 하루 였지만 오렌지 빛 등이 켜진 가족 곁으로 가고 있다. 붕어빵 한 봉지를 안고 있는 발걸음은 가볍고 마음은 설렌다. 버스는 좀체 빨리 오지 않고 따끈하던 붕어빵은 식어가고 있어 조바심이 되지만, 아름다운 귀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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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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