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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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99년 베이징대학의 12층 건물에서 한 여자 대학원생이 투신자살을 했다. 그녀는 학업성적도 좋고 품행도 단정해 사람들은 그녀의 자살을 몹시 의아해했다. 유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고 한다. ‘저는 대학입시에서 세 번이나 고배를 마셨지만 결국 대학에 입학했어요. 또 B형간염에 걸렸지만 고통을 이겨냈으며 집안이 가난해 학업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것도 이겨 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속박을 벗어날 용기만은 없었어요. 저를 용서해 주세요’ 그녀의 고향은 가난한 농촌으로 그곳 사람들은 아직도 봉건적인 의식에 젖어 있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 부모에 의해 옆집 남자 아이와 약혼을 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던 그녀는 오히려 대학에서 멋진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집안의 모든 사람들은 시골로 내려와 결혼을 하라고 성화를 부렸다. 결국 그녀는 세속의 족쇄를 풀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마지막 방법을 택했다. 여기서 필자는 그녀의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 논란을 벌이자는 것은 아니다. 한 여자의 삶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과 같은 이런 족쇄는 세상에 넘친다는 것이다.
지금도 지구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자신이 택할 수 있는 최고의 길이라고 판단해 40초 당 1명 꼴 즉 매년 100만 명이 자살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불행히도 자살률 세계 1등 국가이다. OECD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당 자살 숫자가 26.5명이며 연간 1만 3천명이 자살을 한다. 하루 평균 자살자가 37명 꼴이다. 한국의 자살은 10대~30대까지 1위, 40대와 50대는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70대 이상 남성의 자살률이 크게 높아졌다. 최근 자살률이 급격하게 증가한 원인을 세대별로 구분해 보면 청소년은 학업에서 받는 스트레스, 지나친 입시경쟁으로 인한 상대적인 열등감,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소외 문제(왕따),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이분법적인 논리, 인격적 모멸감으로 인한 자존심 손상, 갈등 및 스트레스 해소 방법부재, 가족과의 갈등 등이 대부분이다. 군인들은 상급자로부터 모욕과 폭언, 동료 왕따, 부모간 관계악화, 애인의 변심 등으로부터 오는 심리적 혼란을 군인의 신분으로는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무력감을 느끼고 자살충동을 느낀다. 청년층은 극심한 취업난, 실직,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성공지상주의 때문에 자살을 생각한다. 중장년층은 고용불안에서 오는 심리적 불안이 원인이다.
그렇다면 왜 자살을 하는가?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내 굴지 그룹의 한 회장은 그룹을 이어받았지만 자살하고 말았다. 돈은 많았지만 당시 수사 등으로 인해 희망이 없었기 때문이다. 1980, 1990년 당대의 최고 인기를 누렸던 한 유명 여배우가 자실한 이유 역시 인기는 최고였지만 희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돈과 인기와 명예는 충분히 갖고 있었지만 자살하는 순간 희망이 ‘0’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희망이 없으면 우울증에 빠져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즉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에 빠져 의욕을 상실한 채 무능감, 고립감, 허무감, 죄책감, 자살충동 등을 준다. 하지만 삶의 벼랑 끝까지 갔다가 생각을 바꾸고 다시 한 번 살아봐야겠다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이렇게 말 한다. ‘죽으면 매우 편안해 질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골치 아픈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니까요’ 다리에서 투신 후 극적으로 생존한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물에 닿는 짧은 시간 동안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고 한다. ‘아, 세상에서 인간이 바꾸지 못할 것이 없겠구나’ 자살을 시도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고 한다.
독일의 카네기로 불리는 에릭 레준은 1944년 뮌헨 부근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두먼이나 회사를 그만두고 세번째로 TV안테나와 전기제품을 수출하는 전기회사에 들어갔다. 그는 회사의 사장을 존경했고 자신의 우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사장은 세금계산서를 위조하면서 회사를 나락으로 끌고 갔다. 사장은 레준를 그의 파트너로 승진시켜 구조조정에 참여토록 했다. 그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계약서에 ‘만일 회사를 그만두면 향후 2년 동안 전기관련 업체에서 근무하지 않는다’는 조건에 동의했다. 불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내가 살림살이를 갖고 도망 쳤으며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외할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셨다. 또 뮌헨고등법원이 소환장을 보냈는데 전 사장이 레준를 계약 위반으로 고소한 것 이었다. 빚을 내 변호사를 고용했고 그 비용은 6자리수로 늘어났다. 레준은 삶이 절망으로 떨어져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이 ’종말의 다리‘ 라고 부르는 곳에 갔지만 죽기에는 너무 억울했다. 친구 차를 빌려 외할머니가 생전에 자주 갔던 요양지 교회로 가 밤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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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한 사람과 자살하지 않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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