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현수)별은 뜨지 않아도
2018/06/01 16:5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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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뜨지 않아도

이 용 대

하늘은 잔뜩 흐려
칠흑 같은 산농山農 밤이어도
말씀은 은밀한 걸음으로 와 있다

산의 호흡과 강이 읊조리는 노래도
빠짐없이 듣고 있을
그분의 임재

두 발을 모으고
이랑에 귀를 기울인다
만상을 이룬 이가 새움을 돋워낸다

별은 뜨지 않아도
스치는 옷깃 소리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님을
바람으로 깨닫는다

산의 호흡과 강물 소리와 바람 까지도 하나님의 음성임을 알고 있는 시인은 꼭 예언자를 닮았는지도 모른다. 우주 만물을 창조 하시고 섭리하시는 하나님께 무한한 신뢰와 그 경이로운 임재에 시와 노래로 화답하고 있다.
별이 뜨지 않아도 수많은 행성이 우주를 운행하고 있음을, 그 아름다움이 보이지않아도... 헤르메스, 비너스, 아폴로 이름을 알지 못하는 별들도 우주를 운행하고 있음을 안다. 구름에 가려 눈에 보이지 않고 있을 뿐, 그 뚜렷한 존재를 믿고 있다.
밭이랑에 심은 씨앗이 돋아나는 새싹의 신비로움도 그 분의 손길임을 알고 있다. 깊은 산간, 산농(山農)의 밤에도 은밀히 곁에 계시는 무한한 은총, 정지용의 시 九城洞 을 떠올리는 산간의 밤이다.
골짝에는 흔히 /流星이 묻힌다 /황혼에 누뤼가 / 소란히 싸히기도 한다
캄캄한 밤 별이 떨어져 묻힌 무덤이 듯 고적한 인적 없는 고립된 곳에서도 하나님의 실존을 만난다. 산의 호흡도 강물 흐르는 소리도 神께 드리는 노래다. 몸짓 하나 눈빛 하나에도 작은 신음 소리에도 귀 기울이시고 들으시는 분, 홀로 있어도 혼자가 아닌 별이 뜨지 않는 밤에도 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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