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현수)부레옥잠
2018/06/09 12:2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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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레옥잠
                                                                              임 희 자

떠도는 잠 속에 부레옥잠이 피어난다. 자줏빛 꽃대궁 세우고, 밖의 세상을 빨아들이고 있다. 검은빛을 띤 뿌리들, 허리를 비틀며 품어 안은 양수를 출렁거린다. 일순간 부푼 가슴은 긴장이 풀리고, 꼿꼿한 중심의 방향이 흔들린다. 스스로 집이 되어 물속에 갇히지 않으려는 듯 몸의 용트림이다. 오랫동안 감추었던 겨드랑이 화끈거린다. 숨막힌 물밑 지루함의 견딤이 없었다면 불 켜진 집의 소통을 모른 일이다. 꼭 서 보고 싶은자리, 피어난 꽃들의 이마엔 푸른빛이 숨 쉬고, 수줍어 뒤척거리는 꽃잎 속으로 따라 들어간 어제의 햇살들이 붉은 촉수를 세우고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다.

어떤 생애든 떠돌지 않는 삶이 있을까, 물에 떠서 사는 꽃, 그 예사롭지 않은 삶 앞에 시인은 문득 시선을 멈추게 된다. 부레옥잠화는 종종 시적 대상으로 그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연못이나 담수 습지에서 둥글게 부푼 잎자루로 보랏빛 꽃을 수면 위로 올리고 있는 모습은 신비롭고 황홀하기도하다. 부레옥잠은 잎자루에 부풀게 공기를 채워야 붕붕 떠 있을 수 있음을 안다.
동남아시아의 젖줄인 매콩강가에는 수상가옥이 물 위에 떠 있다. 그곳 베트남과 캄보디아 사람들의 사는 모습도 부레옥잠과 같이 아름다운 애환이 얼킨 끈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부레옥잠과 매콩강가의 사람들은 닮아 있다. 강인한 의지와 인내로 수중에 뿌리를 두고 수면 위로 둥근 잎자루에 꽃대궁을 받쳐 들고 겹겹의 보랏빛 꽃을 피어내고 있다. 깊은 못 속에 수장 되기를 거부한다. 바람과 햇빛은 어제 꽃 속으로 들어갔다. 오늘 부레옥잠은 푸른 산소와 바람과 햇빛과 더불어 붉은 촉수를 깃발처럼 세우고 보랏빛 꽃을 물 위에 띄우고 있다.
시인은 부레옥잠화 속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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