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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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미 공화당 조지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며 빌 클린턴과 맞붙었던 대선이 있었다. 당시 부시는 군수산업 불황 등 경기부진 등으로 실업률이 7%를 넘긴 상황에서도 특별한 경제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반면 빌 클린턴은 버스유세라는 새로운 방식의 선거유세를 하면서 부시를 향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었다. 이 때문에 공화당의 너거티브 전략, 즉 클린턴의 주지사 시절 제니퍼 플라워스와의 성추문, 병역 기피문제, 마리화나 흡연 의혹 등을 집중 제기했지만 실패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단순하고 명쾌한 함의(含意)를 왜 우리 정부는 모를까?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중에 “남북문제만 잘되면 다른 모든 것은 깽판을 쳐도 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물론 남북문제가 잘되면 모든 면에서 새롭고 긍정적인 페러다임이 형성되겠지만, 그것이 잘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임을 모르고 한 말이라면 그는 정말 바보다.
김정은이 왜 싱가포르로, 또 3일이나 기차를 타고 하노이를 가는 원맨쇼를 했을까? 이유는 단 하나, 돈 때문이었다. 견딜 수 없도록 고통스러운 경제제재를 풀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만일 그들의 경제가 웬만했다면 그는 절대로 핵포기 운운하며 구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을 협상장으로 끌어낸 것은 우리의 경제력과 국제적 협력에 의한 강력한 제재 때문이다.
만일 정부가 진정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한다면, 그 초점을 북핵에 맞추지 말고 우리 경제에 맞추고, 경제제재를 더욱 견고히 유지해야 한다. 만일 우리 경제가 흔들리고 제재의 틀이 흔들린다면 북한은 즉시 그들의 길을 갈 것이 명백한 사실이다.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것은 무력도 외교도 아니다. 오직 돈이었다는 사실을 정부가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먼저 무엇을 주어야 한다는 말은 형식상 맞지만, 내용상으로, 현실적으로 또한 경험적으로 전혀 타당하지 않은 말이다. 지금 북한은 핵을 이용해 미국과 우리로부터 받아낼 무엇인가를 계산하고 있다. 그들이 핵이 필요한 이유도, 핵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도 모두 생존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핵을 포기하기도 전에 생존의 길을 열어준다면 핵을 포기할 이유가 없어진다. 이것을 모른면 바보다.
정부는 국민적 지지와 사회적 안정이 있어야 북핵문제 해결이 가능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적 지지와 사회적 안정은 당연히 경제 성공에서 온다. 그런데 온 국민과 기업이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정부는 이들의 아픔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으니 이해못할 일이다. 국민은 정부의 국정철학이나 통치이념이 무엇이든 그 결과가 자신들의 안정과 행복에 직결되지 않는 한 정부에 협조하지 않는다. 개인의 행복을 희생하면서까지 국정운영에 협조하던 시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결코 이것을 도덕적으로 문제있는 행동방식이라고 탓하면 안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경제정책 전반에 걸쳐 혁신적 수정과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이 따위 아마추어적인 실험 경제로 인한 고통을 국민들이 참아내고 분담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이상주의자들의 실험성 경제 정책의 실패가 낳은 결과일 뿐이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 골퍼가 OB를 내도 노무현 때문이라는 말이 있었다. 국민적 정서가 그렇게 돌아가면 정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식물정부가 된다. 그런데 정부는 그토록 중요한 경제성장과 사회적 안정을 제쳐두고 익지도 않은 북핵해결의 열매를 따려고 한다.
경제가 망가지고, 기업이 정부를 믿지 못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수출이 둔화되고, 가뜩이나 힘든 데 숨조차 제대로 못쉬도록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는데도, 정부는 오로지 북쪽만 바라보고 있다. 일의 선후도, 방법도, 생각도 모조리 이념주의자들의 이상적 아마추어리즘의 환영을 벗어나지 못하니 슬픈 일이다. 결국 이 모든 고통을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것을 생각하니 더 슬프다. 하기야 역사를 돌이켜 보면 국정혼란과 망국(亡國)의 사단은 위정자들이 만들었지만, 그 국난의 극복과 해결은 언제나 민초들의 몫이었다. 그래서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스스로를 위해 출발의 행장을 다시 꾸리겠지만 그래도 소리치고 싶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집토끼라고! 집토끼! 집토끼! 집토기!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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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토끼라고! 집토끼! 집토끼! 집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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