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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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특히 ‘구약성서’를 역사서나 이야기책으로 읽노라면 뜻밖의 재미와 교훈을 얻게 되는 수가 없지 않다. 처음 이스라엘의 왕으로 추대 받은 사울과, 마땅히 뒤를 이어야할 아들 요나단, 그런데 정작 왕위를 이어 받은 것은 다윗이라는, 그야말로 “극적”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하다. 신앙적인 교훈은 별개로 하더라도, 충분히 음미해 볼 만한 재미있는 줄거리가 아닌가. 다만 ‘성서’는 고대문서인지라, 독자들이 쉽게 터득할 수 있도록 정리를 해주지 않고 있어서, 더러 해설자들의 참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될 지도 모른다.    
사울이 지휘하는 이스라엘 군이 블레셋 군을 추격하고 있을 때의 일. 사울은 ‘거룩한 전쟁’이니만큼 적군을 완전히 무찌를 때까지는 고삐를 풀지 말라며 병사들에게 “아무 것도 먹지 말라”는 군령을 내린다. 마침 군인들이 벌집에서 꿀이 흐르고 있는 것을 본다. 그러나 사울의 명령이 두려워 손가락으로 꿀을 찍어 입에 대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아들 요나단은, 부왕 사울이 군인들에게 맹세를 시키면서 까지 금식을 명했던 현장에 있지 않았기로, 막대기 끝으로 꿀을 찍어 먹었다. 눈이 번쩍 뜨이고 지친 몸에 원기가 솟아나는 것을 느낀다. 그때 한 군인이 사울의 지시가 있었음을 일러주자 요나단은 탄식한다. 지친 병사들이 적군에게서 탈취한 양식을 먹어 기운을 차렸다면 더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 아닌가 하고. ‘거룩한 전쟁’을 위해서, 딴은 잘한답시고 내 놓은 전략이 판단미숙의 결과였음을 요나단은 눈치 챈 것이다. “아버지께서 이 나라를 어렵게 만드셨구나!”(삼상 14:29)
한편 사울의 지휘 하에 있던 군인들이 허기를 달래자고 약탈한 양과 소를 마구 땅바닥에서 잡아 피 째로 그 고기를 먹었다. 소식을 들은 사울이 큰 돌을 굴려오게 해서 그 돌 위에서 짐승을 잡게 했다. 하나님에게 범죄 하지 않기 위한 배려였다.
그런데도 그날 밤 블레셋 군을 추격하자는 사울의 제안을 제사장이 거부한다. 하나님의 응답이 없다면서. 모범생의 답안 같은 사울의 작전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었다. 이야기꾼은 하나님이 사울의 길을 막고 있다고 본다.  
사울은 하나님의 무응답은 곧 ‘이 허물’ 때문이라 여겼다. 우림과 둠밈으로 제비뽑기를 한 결과는 요나단이 범법자임이 드러난다.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범법자가 아들이라 할지라도 처형하겠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백성은 요나단의 영웅적인 전투로 승리를 거두었으니 그를 죽일 수는 없노라 한다.  사울의 어리석은 맹세보다는 요나단의 진정한 용기에 무게를 둔 것이다. 사울은 백성들에게서 한 발 멀어지게 된다.  
이야기꾼은, 사무엘이 공식적으로 사울의 왕권지지를 거두어들이기 훨씬 이전부터, 그가 제대로 된 왕재가 못 된다는 운을 띠운다. 어떤 해설자는 “명색이 통치자라는 자가, 자신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서, 자식을 희생시키려드는 그런 사람이 어떻게 제대로 왕 노릇을 할 수 있을 것인가”하고 말한다. 또 다른 해설자는 “요나단의 ‘아마도’하는 신앙이 사울의 밝지 않는 확실성에 대한 고집스러운 믿음 보다 더 신실하다”하고 해설한다.(삼상14:6) 그런 와중에서도 요나단은 “주께서 도와주신다면”하고, 하나님을 신뢰했다는 사실을 두고 한 평가이다.
이야기꾼은 요나단이 사울을 대신해서 새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암시를 보여준다. 그러나 독자들은 곧 그 지도자가 다윗으로 바뀌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6장)        
읽어 가노라면 서로 상반되는 목소리가 없지 않아 읽는 이를 당황케 하는가 하면, 헷갈리는 듯해서 결론을 얻기 어려워질 경우와도 만나게 된다. 익숙하지 못한 상황과 부닥치면, 선입관이라 했던가, 기왕에 가지고 있던 생각에서 한 발 물러나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도 생겨날 것이다.
<사무엘서> 전반부에서는 사울을 비추었던 기대감이 실망으로 기울어지면서 그 기대가 요나단으로 옮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고 읽어가노라면 어느덧 조명이 다윗으로 옮겨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성서 이야기는 자주 독자에게 더 깊고 넓은 시야를 요구할 때가 있다. 다시 말해본다면, <사사기>에서 부터 발원되는 “참 지도자의 모습”에 대한 비전을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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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과 요나단 그리고 다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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