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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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울이 예언자 사무엘에게서 “기름부음”을 받고 “이스라엘의 선택받은 자”가 된다. 이제 사울은 전혀 새로운 자세로 세계를 바라보게 되고, 세계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태도로 사울을 대하게 된다.
훤칠한 키에 건장한 체구의 사울은 더러 수줍음을 타기는 해도, 어느 모로나 정상적이고 건전한 젊은이였다. 그랬던 사울이, 사무엘에게서 기름 부음을 받은 후 얼마 되지 않아서, 스스로 예언자 집단에 끼어들어 그들과 같은 환상을 보고 예언을 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인생에 눈을 뜨게 된 것일까. 실제로는 예언자가 된 것은 아니면서도 그런 흉내를 내는 것만으로도 황홀경에 들어갈 수 있었으니. 사람들은 수군댔다. “사울도 예언자 중에 끼었는가?” 마침내 수군댐은 속담으로 번져갔다.  
이제 사울은 인간 구스의 아들이 아니었다. “기름부음 받은 자”로서 그에 상응하는 모든 능력이 주어진 지도자가 된 것이다. 건전했던 감수성은 작은 자극에도 쉬 상처받는 체질로 바뀌었다. 그러는 사울을 두고 사람들은 “악령에게 사로잡혔다”고들 쑥덕거렸다
사울은 블레셋과의 전투를 앞두고 다급한 나머지 자신이 친히 하나님께 제사를 드려서, 제사장의 직분을 침범하는 불경죄를 범했다. 이는 하나님의 진노를 사는 일이었다.
아말렉과의 전투에서는 ‘모든 것을 남김없이 진멸하라’시는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좋은 것들을 전리품으로 취하였다. 사울은 변명한다. “전리품 가운데서 양 떼와 소 떼는 죽이지 않고 길갈로 끌어왔습니다만, 그것은 예언자께서 섬기시는 주 하나님께 제물로 바치려고, 가장 좋은 것으로 골라온 것입니다.” 한껏 우쭐해진 사울은 사무엘이 일러주는 하나님의 뜻을 제멋대로 해석한 것이다.
사무엘은 말했다. "임금님이 스스로를 하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던 그 무렵에, 주께서 임금님께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우셨습니다. 그래서 임금님이 이스라엘 모든 지파의 어른이 되신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어찌하여 주께 순종하지 아니하고, 약탈하는 데만 마음을 쏟으면서, 주께서 보시는 앞에서 악한 일을 하셨습니까?”
사울은 자신이 결단한 최악의 행위를 실행하면서도, 나름대로는 올바른 길이라 믿고 있었기에, 주저 없이 순수하게 그의 일에 몰입하곤 했다.
사생활은 단정하기만 했다. 수많은 처첩과 그들에게서 난 자녀들을 거느린 다윗과는 감히 비교할 수도 없으리만큼, 사울에게는 두 아내와 두 자녀밖에는 없었으니.  
가까이에서 모시게 된 다윗의 눈에 사울은 왕국을 다스릴 만한 인재가 될 수 없는 것으로 비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왕에 대한 존경은 버리려 하지 않았다. “기름부음 받은 자”가 지닌 존엄 때문이었다. 사울 왕이 정신을 놓은 듯이 막무가내로 다윗을 추적하고 있을 때조차 “기름부음 받은 자”에 대한 존경은 버리려 하지 않았다.
사울은 죄를 범하면서도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으로 일관했던 것 같다. 다윗을 추적하고 있을 때만해도 그랬다. 그 노릇이 왕국을 위한 일일지언정 개인적인 원한에서는 아니라고 확신했었다. 그럼에도 사울은 여전히 다윗을 사랑하고 있었다. 다윗을 죽이려 하고 있을 때에도 그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었다.  
사울 왕국의 몰락에 대한 유대 현자들의 평가는 대체로 동정적이었던 것 같다.
“사울에게는 아무런 결점도 없었다. 그의 죄는 퇴폐의 죄도 여인에 대한 욕망의 죄도 아니었고 개인적인 증오의 죄도 아니었다. 유대 왕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죄악이던 악덕을 그는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사울의 순수함이 그의 통치를 방해했다.” “단순하고 올곧은 성격인 그는 기름 부음을 받았다는 사실로 해서 자신이 숭고한 세계와 연결되고 있다는 자기만족에 취한 나머지, 결국에는 파멸하고 만 것이다.”
“사울의 정신이 소박했다는 사실, 그래서 외교와 현실을 위해서 자신의 감정을 억제할 수 없었다는 사실, 연민과 분노를 완전히 자유롭게 표현했다는 사실, 이 모두는 그가 지닌 특유한 성격의 일부였다. 결국 사울을 멸망케 한 것도, 그래서 그 일에 더 적합한 인물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울 수 있게 한 것도 모두 이러한 그의 특성이었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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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이 예언자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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