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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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하스 페리(Pinchas Hacohen Peri,1930-1989)는 현대를 산 가장 전통적인 랍비 가운데 한 사람. 대대로 예루살렘에서 살아온 랍비가문에서 태어나, 세 살이 되면서는 <성서>를, 여섯 살이 되자 <탈무드>를 공부했다. 19세에는 정통파 랍비가 된다. 20대에 미국으로 유학 랍비 헤셸을 사사했고 뱅그리온 대학 교수가 되었다. 유대의 사상과 문학을 가르치는 한편 시인 문필가로서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가 쓴 에세이 <정의의 추구>를 본란에 어울리게 다듬어 본다.  
랍비는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서 우선 <신명기> 16장 18-21절을 들어 히브리어가 아닌 외국어로 번역했을 때 그 뜻을 제대로 헤아리기가 어렵다며  푸념한다.  
“너희는 주 너희의 하나님이 각 지파에게 주시는 모든 성읍에 재판관과 지도자를 두어, 백성에게 공정한 재판을 하도록 하여라. “에서 ”너희는 너희자신을 위해서“를 빠뜨린 번역이 많다고 지적한다. “너희자신을 위해서”라는 어귀에서 “자신을 재판한 다음에야 다른 사람을 재판한다.”는 도의적 근거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미드라시>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며 보기를 일러준다.  
“랍비 하니나 벤 엘라자르의 밭에 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는데, 그 가지가 이웃사람의 밭으로 뻗혀 있었다. 어느 날 한 사나이가 랍비 하니나에게 와서  ‘이웃집 나뭇가지가 나의 밭까지 뻗어있으니 치워주도록 일러 주십시오. ’하고 호소했다. 그러나 랍비 하니나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내일 다시 오라고만 일렀다. 사나이는 ‘랍비님은 언제나 당일에 판결을 내리지 않으시고 다음 날까지 기다리라고 재판하시니 원...’하고 불평했다. 그래도 랍비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사나이가 물러나자 랍비는 사람을 불러 이웃집에 뻗어있는 자신의 나뭇가지를 자르도록 조처했다. 이튿날 호소하던 사나이가 오자, 랍비 하니나는 그의 이웃집이 자기소유의 나무 가지를 자르도록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웃집 사람이 랍비에게 와서 항의했다. ‘당신의 나뭇가지도 이웃집까지 뻗어있지 않느냐’며. 랍비는 냉정한 어조로 이렇게 응답했다. ‘그렇다마다요, 내 밭에 가서 내 나무를 보고나서 당신의 나무에게도 그렇게 하시오. ’“
자신을 재판하지 않고 어떻게 다른 사람을 재판할 수 있을 것인가. 신명기 16장 그러니까 <토라>는 “재판관과 지도자” 중 어느 한 쪽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생각에서 양쪽을 모두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아무리 훌륭한 법률이 제정되어 있더라도 그것을 실행하는 행정관이 없으면 전혀 의미가 없다. 또 법률은 적정한 재판상의 절차를 밟지 않고서는 시행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또 하나의 보기를 들어보자”하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20절, “너희는 오직 정의만을 따라야 한다.”에서 원문에서는 ‘정의’가 겹쳐져서 “정의, 정의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라고 되어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실제로 <NEB>에서는 “정의, 정의”로 번역되어 있다고 한다.  
한 랍비는 ‘정의’가 연이어 기록되어 있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정의’를 따르는 일은 유대교의 가장 높은 이상일 뿐 아니라, ‘정의로운 방법과 절차’를 따라서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한다면 ‘정의’를 ‘정의’로 따르라는 뜻이란다. 목표가 정의롭다면 그에 이르는 방법은 아무렇더라도 상관없다고 우기지 말라는 뜻이란다.
또 정의가 되풀이 기록되어 있는 것은 정의를 구할 때에 일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도 포함하고 있다고 했다. 언제나 자신 편이 바르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상대편의 의견을 존중한 나머지 자신 편에도 정의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두 의견이 있어서 양쪽 모두가 정의로울 경우, 두 의견의 합의점을 발견하는 것은 두 의견 중 하나만이 바르다고 우기며 이를 지지하기 보다는 훨씬 어렵다.
그래서 <토라>는 정의를 반복해가며 “너희는 정의, 정의(두 쪽의 정의)를 추구하라”하고 말하고 있다는 것. “그리하면 네가 살겠고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시는 땅을 차지하리라” 하고 약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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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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