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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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드밀라 제만의 <위대한 왕 길가메시>를 읽다. 그림책 <위대한 왕 길가메시>를 읽었다. 수메르 문명이 일구어낸 ‘길가메시’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현대인에게 진한 감동을 주는 그림책이었다.  
“길가메시는 우람한 몸집에다 힘이 셀뿐만 아니라, 못 가진 것이라고는 없는 왕. 그러나 행복하지는 못하다. 친구가 없기에. 외톨박이 길가메시는 날로 까다롭고 잔인해지고 있었다.”
힘은 세지만 친구가 없는 왕 길가메시는 사람을 혹사해서 훌륭한 성을 만드는 일에 매달린다. 성벽이 높아져도 ‘더 높이, 더 높이’ 하는 욕심은 더해갔다. 신들이 엔키드라는 사람을 만들어 숲속에서 살게 했다. 엔키드는 숲에서 한 사냥꾼을 내쫓아버린다. 숲에서 함께 살고 있는 짐승들을 지켜 주고 싶었으리라. 한편 쫓겨난 사냥꾼은 길가메시 왕에게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을 발견했다고 일러바친다.  
그런 녀석을 그냥 둘 수는 없지 않느냐며 서두르는 길가메시에게 사냥꾼은  그렇게 힘이 센 사람을 함부로 건드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약을 올린다. 길가메시는 힘으로 대결하기 보다는 수를 쓰기로 작정한다. 아무리 강한 남자라지만 여자는 당해내지 못할 것이라며, 아름다운 여자 가수 샤마드를 시켜 엔키드를 유인해오라 한다. 샤마드의 노래를 들은 엔키드가 그녀를 찾아오는데...  
“엔키드를 본 샤마드는 부르던 노래를 멈추었다. 그의 모습은 인간이기보다는 짐승 같았다. 그러나 샤마드를 바라보는 엔키드의 눈길은 그 누구보다 자상한 것이었다. 날마다 샤마드가 엔키드에게 말과 노래를 가르쳐 주면서 엔키드가 좋아진다. 사랑이 깊어지면서 엔키드는 언제까지나 그녀와 함께 하겠노라 다짐한다. “
말과 노래를 익히면서 짐승 같던 엔키드가 차츰 사람다워진 것일까. 나름대로는 샤마드가 숲으로 오게 된 사연에 대해서도 알게 되자, “그대를 위해서 또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길가메시와 싸우겠다.”하고 나선다. 둘이 우루크로 간다.   
“처음으로 우루크의 도성을 본 엔키드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도성이 이렇게도 아름다울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숲 말고는 본 것도 아는 것도 없었던 엔키드가 샤마드를 만나 말을 익히고  생각할 줄도 알게 되어, 한 인간으로서 눈을 뜨게 된 것이다.
길가메시와 엔키드의 맞대결은 쉬 판가름이 나지 않았다. 어쩌면 엔키드가 인간이 되지 않았다면 길가메시가 훨씬 강했을 지도 모른다. 또 샤마드에게서 말을 배워 인간이 되면서, 비록 짐승의 힘은 잃었지만, 길가메시 못지않은 힘을 가지게도 된 것이리라. 힘겨루기가 쉬 결판이 나지 않는 가운데, 길가메시의 발을 떠받치고 있던 성벽의 돌이 무너지면서 성벽너머로 떨어지려 하는 순간, 엔키드가 나서 원수인 그를 붙들어 준 것이다. 지난날의 엔키드라였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한 것이다. 샤마드에게서 말과 노래를 배운 엔키드는 위험에 처한 사람을 차마 그냥 버려둘 수는 없었던 것이리라. 싸움은 다시 이어진다.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두 영웅의 싸움을 바라보는 가운데, 다시 길가메시 는 엔키드를 맞아 싸운다. 그런데 길가메시가 엔키드 쪽으로 한발 다가서더니  두 손을 펼쳐 덥석 엔키드를 끌어안는 것이었다. 길가메시 왕도 마침내 인간다운 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이제 길가메시는 외톨이가 아니었다. 친구가 생긴 것이다.”
여태 그러지 못 했던 것은 길가메시에게 남다른 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힘 때문에 친구가 없었던 것. 그런데 자기만큼 힘센 인간이 나타나서는 성벽에서 떨어지게 된 자신을 살려 준 것이다. 그래서 친구가 된다. 인간의 마음을 되찾은 것이다. 길가메시가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엔키드와 의논하게 되면서 우루크 사람들은 행복해진다.      
작가 루드밀라 제만은 체코의 영화 제작자 칼 제만의 딸, 어려서 부터 스튜디오에서 일을 도아 왔다. 1984년 남편과 두 딸들과 함께 캐나다로 와서 밴쿠버의 에밀리카 예술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한편 그림책들을 출판하고 있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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