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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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자유한국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응 카드로 창당하려는 비례 자매정당(Schwesterpartei)의 이름을 '비례자유한국당'으로 확정하고, 이를 곧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창당준비위원회 결성 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에서 비례대표만 공천한 후 정당 지지율 투표에서 득표하고 총선 후 즉시 합당하여 의석수를 극대화하고 제1당을 회복하자는 선거 전략적 차원이라고 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부터 시작된 창당작업이 이제 당내에선 일부 현역 의원이 비례자유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겨 정의당을 포함한 다른 군소 정당들보다 기호 앞 번호를 받는 방안까지 논의 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권모술수에 꼼수정치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변인을 통해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시대착오적인 추태라며, 새 선거법의 혜택만 가져가겠다는 생각을 접고, 국민이 열망하는 선거제 개혁에 실천으로 동참하기 바란다고 했다. 그런데 정말 민주당은 지금의 모양으로 이번 총선에 깨끗하게 나설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들여다보면 비례대표의 출현과 그 성격이 참으로 묘한 것이다. 전문성이 강조된 것이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박정희 정권시절이었던 1972년 유신헌법에 따라 국회의원 정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의 국회의원을 대통령이 추천하면 통일주체국민회의가 승인·선출한 유신정우회가 그러하고, 그 후에 여야가 이를 나눠가져 오늘의 비례대표가 되었다. 형식상으로 전문가들의 정계진출을 위한 것이기는 하나 내용상으로는 집권당 혹은 집권자의 홍위병 역할이었고 나중에는 정치자금 모금 창고 내지는 당 총수의 당 장악의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그런 비례정치인들은 그야말로 비례로써 지역 투표를 통해 들어온 의원들과는 그 위상부터가 달랐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정치적 자산은 없으며, 오직 자신들의 사회적 경력과 지위 외에는 없다. 이것이 정치 역량으로 발휘되려면 국회에서 상당한 선수를 쌓아야 하는데 비례대표를 거쳐 지역구 의원으로 거듭나는 데는 수많은 난관이 있고 그것에 성공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으며, 오히려 망가져버린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 그들이 정치적으로 철저하게 아마추어라고 하는 것이다. 정치만큼 고도의 기술과 기법을 요하는 것도 없다. 그래서 정치는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덤벼드는 곳이 아니다.
정치는 전무분야의 식견보다 전체를 바라보는 통찰력과 역사적 책임의식과 소명의식을 필요로 하고, 여기에 정무적 감각과 대중적 설득력을 지닌 리더쉽이 필요하다. 이것은 전문가의 개념과는 다르다. 정치인은 전문가가 아니라 리더이며, 활동가가 아니라 전략가이며, 기술자가 아니라 기획가이다. 이런 분야에 전문 활동 기술자들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뽑아 그들을 정치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인가를 모른다면 곤란한 일이다.
정치가는 분야 전문가들이 마음대로 능력을 발휘하도록 입법을 통하여, 그 입법의 집행을 감시하는 기능을 통하여 그 장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거꾸로 가는 것도 아니고 아예 방향을 잃어버리고 어느 방향을 가고 있는 지 이 정치적 혼란은 끝을 모르고 있다. 집권 세력을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식으로 나중에 산수갑산을 가더라도 지금 끝장을 보겠다는 결의로 밀어붙이고 있다. 선거법과 공수처법의 위헌성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 듯하다. 누가 위헌 소청을 내면 다시 헌법재판소 동지들의 협력을 확신하고 있는 듯하다. 협치는 당분간 불가능한 듯하고, 정치적 협상은 아예 테이불이 접혀 버렸다.
조만간 우리는 대량의 아마추어 국회의원의 탄생을 지켜보아야 한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이 집권당과 청와대의 위험한 독주는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제어되지 않는 권력은 폭력이다. 세계 10위권의 자랑스러운 조국이 지금 이렇게 주저앉거나 무너지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의 근성과 저력이 조금은 윤택해진 경제력 때문에 무뎌진 것은 아닌지, 지금의 이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들어져 가는 야성을 다시 세울 다짐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4.15 총선에서 민의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려주는 계기로 삼아야 하고 이 땅에서 좌든 우든 독재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표로서 엄중히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아마추어를 극복하는 프로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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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정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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