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과 꽃 그리고 인간
2020/05/29 09:2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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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목사
1.jpg자주 들르는 공원 한 구석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 민들레 무리를 살피다가 얼토당토않게 아리스토텔레스의 어록 “식물은 물구나무 서기를 하고 있는 인간이다.”를 떠올렸다. “인간에게는 영양을 섭취하는 입이 상반신에 있지만 식물은 하반신에 있는 뿌리로 부터 영양을 섭취하고, 식물의 생식기관인 꽃이 상반신에 있는 반면 인간의 것은 하반신에 있다는 진리를 일깨워주기 위한 말”이라는 해설까지 대충 기억해냈다. 서가를 뒤져 식물학에 관한 서적을 찾아내어 더듬다가 엉뚱하게도 지구상에서 공룡이 사라진 데는 꽃이 크게 한 몫을 했다는 정보를 접하게 된 것이다. 공룡이 멸절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다지만 공감되는 대목을 정리해본다.    
한 때 지구를 주름잡았던 공룡이 사라진 직접적인 요인은 6,500만 년 전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떨어진 운석 때문. 그때 발생한 먼지가 지구를 덮고 햇빛을 가려서 환경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운석이 떨어지기 이전부터 공룡은 이미 쇠퇴의 길에 들어서고 있었다는 사실도 관찰되고 있다는데, 결론부터 말한다면 속씨식물이라고도 하는 피자식물(被子植物)의 진화 때문이라고 한다. 피자식물의 별명은 꽃식물이 아니던가. 한마디로 꽃이 공룡을 멸절 시켰다는 것이다.
꽃을 피우지 않는 나자식물(裸子植物-겉씨식물)은 중생대 쥐라기, 공룡들이 활보하고 있던 시대에 크게 발달했다. 쥐라기 숲에는 오늘날 우리들이 상상할 수 있는 그 많은 꽃들이 전혀 없었다는 것.  
식물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은 곤충을 불러와서 수분하기 위해서란다. 풍매화(風媒花)란 이름이 밝혀주듯이, 꽃가루를 바람에 실어 나르는 나자식물은 굳이 꽃을 아름다운 꽃잎으로 꾸밀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꽃가루를 바람에 실어 이동하는 방법으로는 꽃가루를 성공적으로 옮길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굳이 꽃잎을 만드느라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더 많은 꽃가루를 만드는 편이 유익할 터. 그래서 나자식물은 꽃가루를 대량으로 생산하게 된 것이란다.     
물론 곤충도 식물에게 친절을 베풀기 위해서 꽃을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곤충은 꽃가루를 먹이로 하기 위해서 꽃을 찾는다. 다시 말해서 곤충은 식물의 꽃에게는 해충인 셈이다.  
나자식물과는 달리 피자식물은 꽃가루를 잡기 위해서 수술을 길게 뻗는다. 꽃가루를 먹으러 온 곤충에게 붙은 꽃가루는 그 곤충이 다른 꽃을 찾아가게 되면 그 꽃 수술에 옮아 붙는다. 그렇게 꽃가루는 곤충에 의해서 운반되는 법.
꽃에서 꽃으로 이동하는 곤충에 의존해서 꽃가루를 실어 나를 수 있다면  그 대가로 약간의 꽃가루를 곤충에게 제공한들 어떠랴! 약간의 꽃가루를 제공하고서라도 어디로 날아 갈 지 알 수 없는 바람에 맡기는 것보다는 훨씬 확률이 높을 수밖에. 오히려 곤충에게 다소의 꽃가루를 제공하는 편이 꽃가루의 생산량은 줄일 수 있을 터이니, 꽃가루 생산을 절약한 만큼의 에너지를 이용해서 곤충을 불러 모으기 위한 꽃잎을 가꾸기로 한 것이다. 더해서 달콤한 꿀을 마련하여 향내를 피우는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해서 곤충을 불러 모으게 된 것이다. 우리들의 눈에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은 그런 과정을 통해서 탄생한 것이란다.  
극적인 진화를 달성한 피자식물이 공룡을 압박했다고 본다. 지구가 운석과 충돌하기 전부터도 식물을 먹이로 하고 있던 초식공룡은 피자식물의 진화에 따라가지 못해 점차 생식기반을 잃으며 쫓겨나게 되었다는데… 그렇다고 공룡이 전혀 진화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란다. 다만 공룡의 진화는 피자식물의 진화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피자식물은 알칼로이드라고 하는 독성분으로 무장한 적도 있었단다. 이 물질에 대응하지 못한 공룡은 중독사했을 것이라고 한다. 백악기 말기의 공룡 화석을 보면 기관이 이상하게 비대했거나 계란 껍데기가 얇아지는 등, 중독의 결과임을 짐작케 하는 생리장애가 관찰된다는 것.  
그러니까 식물이 꽃을 피우게 된 것은 우연도 당연지사도 아니었다.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한 때 그렇게 발달했던 공룡조차도 이 혁명적인 피자식물의 진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멸절하고 만 것이다. 한편 피자식물의 꽃과 공생관계를 이룩한 공룡이나 피자식물의 과실과 공생관계를 구축한 포유류와 조류는 이후 크게 번성하게 된 것이다.
  한편 인간은 생존과 관계없이 아름다움을 느끼고 사랑하는 동물이기에 꽃을 사랑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고 보니 민들레로 해서 식물학서적을 더듬은 것은 썩 잘 한 일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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