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있어 박정하 장로님은 정말 하나님의 섭리와 인도하심으로 만나게 된 은인이십니다. 저는 젊은 나이에 총회장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박정하 장로님께서는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총회장 후보 나이를 낮추도록 법을 바꾸고 직선제로 바꾸는데 앞장서셨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서 돌아가신 것입니다. 그 분이 돌아가실 날을 알고 그렇게 서두르셨는지 참으로 의아하기만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 총회와 한국교회에 정말 시기적으로 제가 꼭 필요한 상황인 듯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잠시 이런 인문학적 상념에 젖어 들었습니다. “아, 인생은 무엇인가. 삶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삶과 죽음 사이에는 무엇이 있는가. 몇 년 만 더 사셨어도 팔순예배를 함께 드리며 축하해 드릴 텐데... 누가 시키지도 않고,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장로님은 왜 그리도 나를 위해 열심히 뛰다 가셨는가.” 그렇게 보면 저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저 역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우리 교단과 한국교회 세움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뛰고 있으니 말입니다.
묘소에서 내려오는데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흠뻑 땀을 흘렸습니다. 땀을 흘리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요, 살아 있으니까 저는 사명의 길을 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박정하 장로님처럼 저를 위해 길을 열어주시고 도와주신 분도 계시지만, 간혹 저를 힘들게 하고 괴롭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다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은 그런 사람대로 저로 하여금 겸손하게 저의 길을 가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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