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 칼럼] 지로라모 사보나롤라(Girolamo Savonarola)
2020/08/31 10:1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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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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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듯 집을 뛰쳐나온 일이 얼마나 큰 슬픔을 안겨드렸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은 코흘리개의 어리광이 아니라 많은 생각 끝에 이루어진 결단이었다는 것만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

 

스물두 살 나던 해에 집을 나와 성 마르코 수도원에 들어간 사보나롤라 (1452-1498)가 부모에게 써 보낸 편지. 편지는 이어진다. “저가 이 길을 택한 것은 가난과 폭력, 간통, 절도, 도적질과 교만에 더해 우상숭배와 같은 추한 짓거리에 밀려나서 이라고는 들어설 틈이 없어진 이 세상을 지옥이라 보았기 때문입니다.”

지로라모는 사보나롤라가의 3남으로 태어났다. 두 형들과는 달리 어릴 적부터 남다른 재능을 보여 온 그는 성서를 줄줄이 암송하고 라틴어로 시와 산문을 썼다. 기울어지고 있는 가문을 다시 일으켜 주리라는 기대를 받으며 자란다. 대학에서는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지만 조부의 뒤를 이을 의학도 공부했다.

이 지옥에서 나를 구해주소서 하고 날마다 기도했습니다. 이제 하나님은 그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검을 찬 기사가 되는 꿈을 꾸자 그 꿈을 수도사가 되라는 계시로 해석한 것이다.

남달리 금욕적인 수도생활 언저리에서 설교할 기회를 얻게 되지만 그의 설교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청중 25명을 끌어들이는 것이 고작. 세련된 도시 피렌체가 기대하는 유머와 에스프리도 없이 오직 그들의 죄를 책하기만 하는 설교였으니.

 

1484년 가을 환상 가운데 교회를 개혁하라는 계시를 읽는다. 이때부터 예언자답게 열렬한 설교를 하게 된다. “하나님께서 이탈리아를 산산이 깨뜨리실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피렌체가 있습니다. 교회 의식이 하나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위한 것이 되어버렸고, 가난뱅이들은 바보가 되어갑니다.”

대상은 교회만이 아니었다. 개혁의 창 끝은 피렌체에 군림하는 독재자 메디치가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금융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피렌체의 정치를 사로잡아 독제체제를 펴고 있었다. 이 땅에 실현된 하나님의 나라는 개인의 자유라는 터전 위에 세워진다고 믿는 사보나롤라는 대공 로렌츠를 철저하게 공격했다. 공격을 받고만 있을 대공이 아니었다. 사람을 시켜 사보나롤라가 그 도시를 떠나야한다고 윽박지르는 것이었다. 예언자 사보나롤라는 말한다. “대공에게 말하라. 회개하라고. 하나님은 그와 일족을 처벌하실 준비를 하고 계시다고.”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로렌츠가 왜 일개 수도사 사보나롤라를 추방하지 못했을까. 그것은 사보나롤라의 청렴결백이 가져다 준 대중의 지지, 그 중에서도 그에게서 매력을 느끼는 많은 지식인들 때문이었다.

마키아벨리는 사보나롤라를 이렇게 평했다. “교양과 지성 그리고 영성, 그 어느 하나라도 그만큼 뛰어난 인재에게는 경의로 대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지식인들과의 교제를 중시하던 로렌츠인지라 그런 평가를 받고 있는 사보나롤라를 함부로 내칠 수는 없었던 것이다.

 

1491년 성 마르코 수도원의 원장이 되었어도 당시의 관행을 따라 메디치가를 찾아 인사하는 일은 없었다. “나를 택한 것은 하나님이시지 대공이 아니지 않는가.”라면서. 대공이 거액의 기부금을 전달하자 몽땅 자선기관에 기부해버렸다. 교회가 부자들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사보나롤라의 설교는 피렌체의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수도원 앞에서는 시민들만이 아니라 외국인 정부요인 각국 대사들이 줄을 서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공교롭게도 당시의 교황은 사상 최악이라 평가받는 알렉산더 6(로드리고 보르지아)였다. 타협을 마다하는 사보나롤라의 공격에 대해 교황 측에서는 회유와 보복으로 맞서보지만 소용없었다. 사보나롤라는 이미 순교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어머니 왜 나와 같은 아들을 낳으셨습니까. 가나 오나 싸움과 불화만 낳는 이 사내를!”

 

마침내 교황은 성무 정지로 협박했고, 이에 따른 경제봉쇄를 두려워한 민중은 폭도가 되어 수도원에 몰아닥친다. 이렇게 그의 종교개혁은 실패로 막을 내린다. 광장에서 목이 매달린 사보나롤라를 향해 민중이 소리친다. “지금이야말로 기적을 행할 때가 아닌가!”하고. 시신은 불태워지고 긁어모은 재는 아르노강에 버려진다. 그러나 그의 개혁의지는 루터와 그의 동지들이 이어받았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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