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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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량 확산에 따른 교회의 비대면 예배를 두고 교계 내부가 크게 갈등하고 있다. ‘예배는 곧 생명이라는 구호로 현장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와, “교회가 국민들에 위협이 되어서는 안된다온라인 예배를 택한 교회가 서로의 가치를 두고 충돌하고 있다. 코로나 초기만 해도 종교탄압을 두고 정부와 한국교회가 갈등했었다면, 지금은 교회와 교회가 충돌하는 지극히 안타까운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지금 예배국민의 안전두 가지 절대적 가치 중 하나를 택해야 할까?

 

코로나 시대에 접어든 이후 꾸준히 한국교회의 입장을 정부와 지자체에 대변해 온 예장합동 부총회장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둘 중 하나의 정답을 가리려 하기보다 서로의 가치를 존중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교계 내부의 갈등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소 목사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현 한국교회의 상황을 소설 남한산성의 한 장면에 빗대어, 주목을 받았다.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의 침입에 궁지에 몰린 조선 내부의 척화파와 주화파 간의 치열한 갈등과 논쟁을 다루고 있다.

 

소 목사는 남한산성과 한국교회의 현실이 오버랩 된다. 주화파인 최명길은 청나라에 항복하고 백성을 살리자고 하며, 척화파인 김상헌은 죽기로 싸우자고 한다김상헌은 죽어서 살자는 것이며, 최명길은 살기 위해 죽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척화론이나 주화론 논리적으로 모두 맞는 말이다. 김상헌은 자존심을, 최명길은 실리를 추구했을 뿐이다지금 한국교회의 현실을 보며, 김상헌과 최명길을 떠올려 본다고 덧붙였다.

 

소강석 목사의 새에덴교회는 사회적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이후, 비대면 예배를 실시했다. 코로나 초기 여러 대형교회들이 비대면 예배로 전환했을 때도, 소 목사는 철저히 방역수칙을 지키며 현장예배를 고수했었다. 하지만 국민을 위해서도 교회의 미래를 위해서도 비대면 예배의 전환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소 목사는 광주신학교 시절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을 때도 성경찬송을 들고 예배를 드리러 갔었다. 그래서 저는 그 분들의 신앙 양심과 신앙의 가치는 높이 존중한다저도 현장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애통함과 아픔이 가득하다. 허나 그렇게 예배를 드리다가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되면 그 비난과 공격은 한국교회 모두가 같이 받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허나 각각의 선택에 비난은 하지 말아야 하며, 혹여 불이익을 받는 교회가 나온다며, 힘을 합쳐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 목사는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며 편 가르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한국교회도 김상헌과 최명길이 소모적 논쟁만 하지 말고 서로 고통을 참고 인내하며 내일의 힘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길을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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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소강석 목사의 SNS 전문이다.

 

저는 최근에 오래 전에 읽었던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옛날에 몽당연필로 줄을 그어가며 읽은 책을 보니까 새삼스러웠습니다. 저는 이 책을 보면서 나라도 걱정이지만 한국교회가 더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남한산성의 소설과 한국교회의 현실이 오버랩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 책에 보면 청나라가 조선을 침범하여 도성은 불타고 수많은 여자들이 겁탈을 당하고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그때 세자는 강화도로 도망을 가버리고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도망을 가 버렸습니다. 그러자 청나라의 군대 대장인 용골대가 남한산성을 에워싸 버렸습니다. 남한산성을 지키는 군사들이 동상에 걸려서 죽어 나가고 식량이 없으니까 말을 잡아먹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러한 때, 척화파인 김상헌과 주화파인 최명길은 끊임없는 논쟁을 합니다. 최명길은 차라리 청나라에 항복을 하고 백성을 살리자고 하고 김상헌은 죽기로 싸우자고 합니다. 그러자 최명길이 말합니다. “제발, 예판 김상헌 대감은 길, 길을 말하지 마시오. 길이란 땅바닥에 있는 것이오. 가면 길이고 가지 않으면 땅바닥인 것이오.”

 

그러자 척화파 김상헌이 목청을 높입니다. “내 말이 그 말이오. 아무리 길이라 할지라도 갈 수 없는 길은 길이 아니란 말이오.” 김상헌은 명분을 내세웠고 최명길은 실리를 선택하였습니다. 김상헌은 죽어서 살자고 주장을 하고 최명길은 살기 위해 죽자는 것입니다. 사실은 척화론이나 주화론이나 논리적으로는 모두 맞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김상헌은 자존심을 추구했고 최명길은 실리를 추구했습니다.

 

저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하여 위기 상황에 놓인 한국교회의 현실을 바라보며 남한산성에 나오는 김상헌과 최명길의 길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끝까지 현장예배를 고집하는 분은 척화파의 지도자인 김상헌으로 비유를 할 수 있고, 온라인예배를 드리는 목회자를 주화파인 최명길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비유입니다만. 우리 교회 역시 인근의 고등학교와 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나서 어쩔 수 없이 온라인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 지역처럼 집단감염이 거의 없고 안전한 지역에서 현장예배를 끝까지 고수하는 목사님들을 기본적으로 존경합니다. 저는 광주신학교 시절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을 때도 수요예배를 지키기 위해서 금남로 바닥에 개미 새끼 한 마리 다니지 않을 때 성경 찬송을 들고 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본적으로 그분들의 신앙 양심과 신앙의 가치는 높이 존중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현장예배를 강행하더라도 절대로 확진자는 안 나오게 해야 합니다. 만약에 그렇게 예배를 드리다가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되면 그 비난과 공격은 한국교회 모두가 같이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장예배를 강행하는 분들을 한편으로는 존경하지만, 사회적 이슈와 비난거리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며 편 가르기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현장예배를 강행함으로써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행정적 불이익을 당한 교회는 한국교회가 힘을 합쳐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힘을 모아 도와주어야 합니다. 사실은 저도 현장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애통함과 아픔이 가득합니다. 마음속에 분통이 치밀어 오르고 저항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또 여러 가지 성경적 가치와 기독교 정신에 맞지 않는 정부의 정책을 날을 세워서 강성으로 반대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가장 앞장서서 반대한 적도 있지요. 그러나 그래야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만나서 소통하고 달래고 설득해야 할 때도 있더라구요. 역사를 보면 명분과 자존심을 내세웠던 김상헌은 아무 일도 못했지만 실리를 추구했던 최명길은 그래도 나라와 백성을 살렸지 않습니까? 제 안에는 김상헌도 있고 최명길도 있습니다.

 

한국교회도 김상헌과 최명길이 소모적 논쟁만 하지 말고 서로 고통을 참고 인내하며 내일의 힘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길을 내야 합니다. 소모전을 하고 편 가르기를 할 그 힘으로 통회하고 자복하며 서로를 세우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그 춥고 매서웠던 남한산성의 겨울도 지나고 봄이 되어 폐허의 성벽 아래 꽃이 피고 다시 길이 열렸지 않습니까?

 

우리 모두 부디 서로 다투고 싸우지 말고 위로하고 격려하며 힘을 다시 모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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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 “소모적 논쟁, 편 가르기 절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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