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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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반기독교 정책과 예배 제재 행위가 점차 그 도를 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는 한국교회의 무기력한 모습에 교계의 지탄이 이어지고 있다. 포괄적차별금지법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코로나를 핑계로 한 원칙 없는 예배 제재가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한국교회는 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냐는 지적이다.

 

사실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한국교회 곳곳에서 연일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정부에 직접적인 항의를 하기도 했다. 문제는 그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잇단 분열로 대표성을 잃어버린 한국교회의 결정적 치부가 드러난 대표적인 예인 것이다.

 

요즘 교계에 원 리더십’ ‘원 메시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9월 한국교회 장자교단인 예장합동측의 총회장에 오른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가 내세운 시대의 구호이기도 하다. 소 목사는 한국교회 위기의 도래가 분열된 연합기관, 즉 대표성의 분열과 깊은 연관이 있고, 반대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반드시 하나의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직접 정부와 사회를 상대해보니, 지금 현재 한국교회의 분열된 대표성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진단이다.

 

물론 한기총, 한교연, 한교총의 보수 연합단체 구도에 있어 한교총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며, 수적인 대표성을 확보한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교계의 대표성이라는 것은 단순히 숫자 계산으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사실상 군소교단 연합체로 전락한 한기총의 이름으로 전광훈 목사가 지난해 전 사회를 흔들었던 일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진정한 대표성은 한교총이 가진 교세와 한기총의 역사적 상징성이 함께 어우러질 때 나타난다. 여기에 오직 단 하나라는 결정적 독자성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세 개의 연합단체가 서로 대표임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나오는 세 개의 목소리는 단 하나의 무게에 결코 미치지 못한다. 한 마디로 지금 정부는 한국교회를 겁내지 않고 있다. 100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덩치가 분명 위협적일 수 있지만, 지금처럼 손바닥 위에 흩어질 모래알 같은 결집력을 두려워 할 이유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치 않는 교계 일각에서는 한국교회 주요 목회자들이 정부에 굴복했다는 비난을 하고 있다. 물론 현장예배가 제재 당했다는 그 자체에 있어서는 분명 비난의 여지는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교계 상황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나름 최선의 결과였다는 점이다. ‘나름 최선이라는 옹색한 단어를 써야 할 만큼 지금 교계의 상황은 최악이다. 과거 단일 한기총이 가졌던 대외적 위엄과 영향력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렇다고 아무런 변화 없이 현 한교총에 그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더 큰 무리가 있다. 한기총에 비해 짧은 역사도 분명한 약점이지만, 현재와 같은 운영 체제로는 원 메시지에 대한 한계가 너무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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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공동 대표제. 현재 한교총은 선거를 통한 단일 대표회장을 선출하는 한기총, 한교연과 달리 3인의 공동 대표회장제를 고수하고 있다. 선거 역시 없으며, 주요 교단들이 순환하며 이를 맡고 있다. 3인의 공동대표라는 것이 언뜻 보면 매우 든든한 듯 보이지만, 실제적인 업무 효율은 매우 떨어진다. 단체의 대표는 그 목소리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경우 책임이 분산될 수 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회피까지 가능해지게 된다. 한마디로 문제가 터졌을 때, 이를 책임지고 해결할 대표가 없다는 말이다. 이는 지난 코로나 상황에 매우 극명히 드러났다. 여러 사람이 정부의 부당한 예배 제재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총대를 멘 대표는 없었다. 그나마 소강석 목사가 대표도 아닌 처지에 총대를 메야 했는데, 말 그대로 대표가 아닌 어정쩡한 상황에서 별다른 힘은 양도받지 못한 채 쏟아지는 책임의 화살만 정면으로 맞아야 했다. 그런 맥락으로 볼 때 뒤늦은 얘기지만, 지금 유튜브 등에 쏟아지는 소 목사에 대한 비난 역시 엄밀히 한교총 대표들의 몫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공동 대표제의 대상을 현직 총회장으로 한정하는 규정은 그야말로 최악 중의 최악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공동 대표에 오를 수 있는 교단은 한국교회 안에서도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중형 교단 이상인데, 그 정도의 교단에서 총회장이 맡아야 할 업무는 일일이 손에 꼽을 수도 없을 정도다. 갈수록 넘쳐나는 송사와, 총회로부터 위임받은 긴급한 현안들의 처리는 물론이고, 각 노회, 심지어 개교회까지 총회장이 직접 돌봐야 하는 처지다. 그런 상황에 교계 연합단체의 대표까지 겸하라는 것은 무리 그 자체인 것이다.

 

물론 평시적 상황에 단순 의장직이나 명예직 정도의 업무만 수행한다면 충분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정부 및 사회와 첨예한 갈등이 계속되는 초비상적 상황에서 총회장과 대표회장을 동시에 겸한다는 것은 사실 어느 한쪽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할 수 밖에 없다. 주요교단들의 동시적인 협력과 지원, 여기에 과열 선거로 인한 부정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애초의 목표가 오히려 단체의 대표성과 효율성의 발목을 잡는 부작용을 낳아 버렸다.

 

코로나 정국이 여전히 계속될 2021년 한교총이 한기총과 한교연 등과의 통합을 이룰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나마 합동측이 교단교류통합위를 조직하고, 3개 단체의 대통합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지만, 이에 대한 타교단들의 협력 여부는 아직 가늠할 수 없다.

 

한국교회의 원 리더십’ ‘원 메시지창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필수적 과제다. 새해 어떤 형태로든지 하나됨의 역사를 이루지 못한다면, 코로나 정국, 반기독교 정책에 한국교회의 무너짐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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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ONE’을 향한 한국교회의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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