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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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는 오랜만에 강단 기도를 하며 강단에서 잠을 잤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우리 교단의 수많은 목사님들이 강단에서 기도로 제물을 드렸습니다. 이것은 ‘Prayer Again’ 준비위원장이신 최남수 목사님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1안은 목사님들이 강단에서 12시까지 기도하다가 잠을 자고 새벽기도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2안은 저녁에 강단에서 기도를 하고 집에서 주무신 후 새벽기도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3안은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낮에라도 2시간 이상 강단 기도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명색이 총회장인데 1안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8시부터 고난주간 특별 밤 기도회를 인도한 후 밤1, 2시까지 강단기도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강단에서 잠자는 것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저는 개척교회 때부터 강단에서 기도하고 잠자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구미동에 와서는 강단에서 기도한 후 4층 서재에서 잠을 잤지요. 그래서 그 후부터 혼자 자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모처럼 강단에서 기도하고 자려고 하니까 잠이 잘 안 오는 것입니다. 더구나 부목사님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뒤쪽에서 저를 지킨다고 하니 왜 그렇게 신경이 쓰였는지 모릅니다. 박주옥 목사님은 제가 화장실만 가도 움직이고 이리저리 따라다니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신경을 좀 끄려고 KBS 앵커를 하셨던 신은경 권사님의 성경낭독을 켜 놓고 잠을 청하였습니다. 첫 날과 둘째 날은 시편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셋째 날은 창세기를 들었습니다. 창세기를 듣다가 잠이 들었는데 28장에 와서 잠이 깨는 것입니다. 창세기 28, 즉 야곱이 돌베개를 베고 자는 대목에서 잠이 퍼뜩 깨 버렸습니다. 누운 채로 야곱이 돌베개를 베고 자다가 하늘 보좌에서 사닥다리가 자신의 머리맡까지 연결되는 모습이 그림으로 상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집시 시절이 생각이 나는 것입니다. 저에게도 돌베개의 추억이 있거든요. 그 엄동설한에 집에서 쫓겨나서 군산의 이 교회, 저 교회를 돌아다니면서 잠을 자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가지고 있었던 전 재산은 침낭 하나였습니다. 그 침낭을 들고 이 교회 저 교회 지하실 바닥이나 차디찬 교회 의자에서 잤습니다. 지난주에 강남에서 셀피아병원을 운영하고 계시는 신현순 권사님이 제 방을 보고 은혜 받고 회개했다는 것이 아닙니까? ‘새에덴교회라고 하는 대형교회 목사님의 방이 너무 고시원 방처럼 어둡고 침침할 뿐만 아니라, 양쪽에 다 책과 메모지로만 쌓여 있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담임목사님께서 쉼 없이 노력하시고 자기와의 싸움을 하며 살고 있는가하며 자기는 너무 좋은 방에서 잠자는 게 송구스러웠다는 것입니다.

 

저는 외로운 돌베개 시절을 생각하면 그것도 감사할 뿐입니다. 그러나 사방이 공개 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수많은 사람이 저를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강단에서의 잠은 정말 편하지가 않았습니다. 더구나 본당 안에 있는 CCTV가 저의 잠자는 모습을 다 지켜본다고 생각하니까 더 그렇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한 주간 동안 강단에서 저의 몸을 하나님께 제물로 바치고 총회와의 약속을 지키게 된 것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의 돌베개 시절을 떠오르게 하고 다시 침낭 속에서 부들부들 떨며 잠자던 추억이 그리워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선잠을 자긴 하였지만 영적으로는 정말로 행복한 밤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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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누구에게나 돌베개 시절이 있습니다. 침낭의 추억도 있었을 것이고요. 그렇다고 돌베개와 침낭의 시절로 돌아갈 순 없지만, 그때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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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돌베개의 추억을 간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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