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크기변환]사본 -소강석 목사.jpg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 희망도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희망이 있다고 믿으면 희망이 있고, 희망 같은 것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실제로 희망이 없다.” 위의 글은 고도원의 아침편지 1호에 실린 글입니다.

 

지난주 화요일에 한국 교계의 초미의 관심사인 총신 재단이사회가 열려서 마침내 재단이사장이 선출되었습니다. 저도 한동안 총신 관계자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암묵적 동의를 한 채 총신의 세움과 비전을 잠시 꿈꾸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첫 이사회를 가보니까 이건 내가 걸어야 할 길이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역사적 진실과 대의적 명분을 가지고 찬란하게 사퇴할 것인가를 고심했습니다. 그러다가 저는 제가 십자가를 져야 한다는 몇 사람들에게 깊은 밤에 전화해 눈물을 흘리며 저를 제발 놔 달라고 사정했습니다.

 

물론 재단이사 후보를 사퇴해도 총회장으로서 총회 전체 여론이나 절대다수의 정서를 읽어야 하고 그것을 대변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는 총신은 하나님의 소유이고 총회의 지도와 감독을 받아야 하기에 총회 절대다수의 여론을 감안해야 한다는 역사에 기록될 발언을 하고 양해를 구한 후 이석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전에도 연합기관을 하나 되게 하기 위하여 물밑에서 여러 관계자들을 많이 만나서 소통을 하였지만, 그 후 더 본격적으로 그 행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재단이사회가 있었던 그 날 저녁에 만났던 교계 원로 어르신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정말 소 총회장이 바른 행보를 했습니다. 그리고 화려한 명분도 얻었습니다. 만약에 소 목사가 그 자리에 연연했다면 연합운동을 하는 데 있어서 발목이 잡히게 될 것이고 자리나 탐하는 사람으로 비추어졌을 것입니다. 비록 총회 절대다수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지만, 하나님께서는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주실 것입니다. 이제, 소 총회장은 한국교회를 진정으로 하나로 만들고 앞으로도 계속 하나 됨의 지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길이 아닌 바로 이 길을 걸어가세요.”

 

그런데 사람들을 만나면 만나볼수록 미궁 속에 빠져들어 갔습니다. 진흙탕이 아니라 완전히 수렁 속에 빠져드는 것 같았습니다. 주요 인사들을 만나서 들어보면 도저히 제힘으로는 할 수가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또 다른 분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복잡해야 하나님이 일을 하십니다. 소 목사님은 그냥 믿음으로 희생하고 헌신하며 이 길을 가면 돼요. 그러면 하나님이 길을 만드시고 분위기를 만드시고 역사하실 것입니다. 하나 되자는 일에는 거의 다 동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묵묵하게 화합과 희생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그 길을 걸어가 주세요.”

 

또 어느 교계 기자분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이번에 총신 재단이사회를 대하시는 목사님의 화합의 정신과 대의를 보았습니다. 목사님은 사적 이해관계나 이익을 탐하지 않고 총회 화합과 총신의 비전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으며 정도를 걷는 대인의 리더십을 보여 주셨습니다. 이것은 우리 기자들이 다 알고 교계 오피니언 리더들 모두 인식하고 있습니다. 목사님은 지금까지도 사적 이해관계를 넘어 교계 공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양보하고 희생을 해 왔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제부터는 한국교회 연합을 위해서 더 오해를 받고 욕먹을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그런 희생과 헌신을 하면 하나님이 반드시 연합을 이루어주실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이 하시면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얼마 안 남은 총회장의 임기 동안 총회의 일도 최선을 다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교회 연합사역의 길을 가려고 합니다. 코로나 상황 중에도 한국교회가 하나 되지 못하고 원 메시지를 내지 못함으로 인해서 예배가 초토화되는 등 얼마나 혹독한 댓가를 치렀습니까? 이런 참혹한 현실을 보면서도 한국교회가 연합하지 못하고 원 메시지를 내지 못하면 더 이상 희망이 없습니다. 어쩌면 지금이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일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옥죄어 오는 교회 생태계의 위험이나 반기독교 악법을 막아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이 일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욕도 먹고 오해도 받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최선을 다해서 이 길을 걸어갈 뿐입니다.

 

길이 막혀도 길을 걷다 보면 길이 열릴 것이고, 담이 막고 있으면 담쟁이처럼 가파른 언덕과 벽을 타고 올라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님이 이끌어주시면 저는 기꺼이 길을 만들고 벽을 오르겠습니다.

 

[크기변환]아포니즘.jpg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고 벽이 있으면 벽을 타고 오르겠습니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