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한기총, 한교총, 한교연 그리고 한기연

여론을 등에 업지 못한 한국교회, 탄압 이겨낼 수 없어

 

본보는 올 한 해 한국교회 대통합을 촉구키 위한 연중기획 한국교회 대통합, 지금이 골든타임이다를 수차례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1편 보기: http://www.ecumenicalpress.co.kr/n_news/news/view.html?no=52079>

<2편 보기:http://www.ecumenicalpress.co.kr/n_news/news/view.html?no=52083>

 

크기변환_한기총 대국민.jpg

 

우리가 기억하는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가장 이상적 형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가 양분하던 때다. 각각 한국교회의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며, 거대한 수레의 두 바퀴가 되어 한국교회를 이끌었던 이 당시는 누가 뭐래도 한국교회가 우리사회의 당당한 리더였다.

 

하지만 한기총으로부터 촉발된 보수 연합운동의 분열은 팽팽하던 양 진영의 균형을 완전히 깨뜨려 버렸고, 한쪽 바퀴를 잃어버린 한국교회란 수레는 제자리만 맴돌게 됐다. 무너진 보수 연합운동은 한국교회 발전의 전면적인 후퇴를 불러왔고, 보수의 견제가 없어진 진보 연합운동은 기독교의 정체성마저 잃어버린 채 폭주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역사교과서 왜곡, 동성애를 포함한 차별금지법, 종교인 과세, 코로나 예배 제재 등 한국교회의 미래가 달린 초유의 사안들에 한국교회가 지독히도 무기력 했던 것은 무너진 연합운동이 가져온 당연한 결과였다. 그나마 다툼과 반목만 일관하던 연합단체들을 대신해 몇몇 의식있는 목회자들과 전문가들이 음지에서 전력으로 맞선 덕분에, 최후의 저지선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참으로 씁쓸한 다행일 뿐이다.

 

연합운동 분열의 잔재 한국기독교연합

연합운동의 분열은 확연히 눈에 보이는 피해 뿐 아니라,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그 후유증을 드러낸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한국기독교연합’(이하 한기연)이다. 지금은 분열의 잔재가 되어버린 한기연은 연합분열이 공존했던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역사다.

 

한국교회 연합운동은 지난 2012년 한기총과 한교연의 분열로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 당연히 이를 회복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 있었고, 양 단체는 수 차례의 통합 시도를 벌였지만, 결국 통합에는 이르지 못했다.

 

양 단체의 자력만으로는 통합이 불가하다는 판단이 서자, 결국 외부에서 통합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한다. 단순 교단장들의 친목 모임이었던 교단장 회의는 주요 교단들의 대표자라는 지위를 앞세워 통합 합의를 주도하며, 구체적인 통합 일정까지 이끌어 냈다. 하지만 결국 이마저 무산됐고, 이에 교단장회의는 입장을 바꿔, 3의 단체를 설립하고, 각 교단들의 헤쳐 모여를 공표한다. 그렇게 출범된 단체가 바로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이다.

 

한기연 창립.png

 

주요 교단들이 함께한 한교총은 출범과 동시에 절대적 교세를 앞세워, 한교연과 통합을 시도한다. 한교연 입장에서는 주요 회원교단들이 한교총으로 넘어간 터라, 연합단체로서 힘이 크게 약화됐기에 통합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양 단체는 지난 20178한국기독교연합을 공식 창립하며, 한교연과 한교총의 하나됨을 선포했다. 한교연과 한교총의 이름을 지우고, 한기연이라는 이름만 남기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한 지붕 아래 함께하기로 했던 양 단체의 공존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얼마 가지 않아 양 단체는 다시 흩어졌고, 한교총은 그해 12월 제1회 총회를 열며 단독 행보를 확고히 한다.

 

그리고 한교연은 한기연이라는 이름을 이듬해까지 사용하다가, 이듬해 12월 총회에서 한교연으로 공식 회귀한다.

 

한국기독교연합구원파 박OO 목사의 성경세미나 주관?

한국기독교연합이라는 단체는 한국교회 속에 약 1년여 간 존재했고, 지금은 없어진 역사 속의 단체가 됐다. 하지만 여기에는 놀라운 반전이 있으니, 여전히 한기연이라는 이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소위 구원파의 한 부류로 구분되는 박OO목사측이 한국기독교연합이라는 이름의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진행된 박OO목사의 성경 세미나공식 포스터를 살펴보면, 주관 단체가 다름 아닌 한국기독교연합이다. ‘한국기독교연합은 수년 전부터 박 목사측 행사의 주최 혹은 주관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째서 박 목사측이 한국기독교연합이란 이름을 사용케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로 인한 한국교회의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양 단체의 영문명은 다르다)

 

크기변환_세미나.png


박OO목사는 주요 교단들로부터 크게 문제시 되어, 지금도 여전히 한국교회로부터 많은 경계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상황에 한때나마 한국교회의 대표 연합단체로 활동했던 한국기독교연합이란 이름이 박 목사측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교회 입장에서 그리 쉽게 넘길 일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넷 포털에 한국기독교연합을 검색하면, 한교연의 홈페이지가 노출되며, 나무위키에서는 한국기독교연합은 한국교회연합과 동일한 단체라고 설명한다. 자칫 한교연이 박OO목사의 성경세미나를 주관했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기연 나무위키.png

 

이러한 결과를 딱히 박 목사측을 비난키도 어렵다. 엄밀히 말하면, 한국교회 스스로가 자행한 분열이었고, ‘한기연은 한국교회가 책임지지 않았던 분열의 잔재였다.

 

한기총, 한교연, 한교총 등 비슷한 이름들이 난무하는 것도 혼란에 크게 일조한다. 국민들은 물론이고, 일반 성도, 목회자까지도 이를 완벽히 구분해 내는 것은 쉽지가 않다. 당연히 한기연이란 이름 하나가 더 보태진다 했을 때 이를 지적할 이 역시 없다는 뜻이다.

 

원 리더십은 오직 하나의 이름아래 가능

한국기독언론협회(회장 문병원)가 최근 교계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교계가 인지하는 대표(한교총)와 일반 국민들이 인지하는 대표(한기총)가 서로 다르게 나왔다는 것은 지금 상황에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관련기사: http://www.ecumenicalpress.co.kr/n_news/news/view.html?no=52108> 

 

한국교회는 지난해 한교총을 중심으로 정부의 부당한 차별금지법, 예배 제재 등에 맞서 지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응을 펼쳤지만, 국민들이 기억하는 한국교회는 막말을 난무해대는 극보수의 한기총이었다. 한국교회가 정부의 불합리한 탄압에 억울함을 호소했을 때에도, 국민들이 등 돌리며, 오히려 종교 이기주의라 비난했던 것은 어쩌면 서로의 인지가 다른 상황에 나온 당연한 결착일 수 밖에 없다.

 

대정부 대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국민들의 여론을 등에 업지 못한다는 것은 병사 없이 싸움에 홀로 나서는 장수와 같을 수 밖에 없다. 이를 감안치 않고, 한국교회의 코로나 대응을 비난만 하는 것은 그저 내부 총질일 뿐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지금 절실한 것은 한국교회 전체가 수긍하고, 국민 누구나 인지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이름이다. ‘원 리더십은 오직 하나의 이름아래 함께 해야 가능하다. 그게 바로 한국교회의 대통합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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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무하는 연합단체, 사라진 ‘원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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