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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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는 과연 교회가 정부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을까?”

 

그야말로 뜬금없는 주제가 그 진위 여부를 두고 교계에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소강석 목사가 교회는 정부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었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일부 목회자들은 유튜브 영상까지 찍으며, 소 목사에 대한 맹공을 퍼붓고 있는 실정이다. 허나 이번 논란이 참으로 이상한 것은 최근 1~2년 새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만큼 일거수일투족이 교계언론에 공개됐던 소강석 목사인데, 해당 발언은 언론들에게도 그야말로 금시초문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주제가 갑자기 논란이 된 것은 최근 교계의 한 원로 목회자가 유튜브 인터뷰에서 소강석 목사를 언급하면서다. 해당 발언을 그대로 옮겨보면 소강석 목사, 그 사람은 그런 이야기를 하데, 교회가 정부에 사과를 해야 한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던데. 그것은 나와 생각이 조금 다른데. 정부가 교회에 사과를 해야 하지 않나.” 라고 말하고 있다.

 

이 발언 자체가 매우 파장이 클 수 밖에 없던 것은 현재 한국교회가 마주한 대면예배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발언이 진실이라면 그야말로 소 목사는 한국교회의 역적일수도 있다.

 

헌데 결론부터 말하면 해당 발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소 목사는 교회가 정부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한 적도 없으며,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도 없다. 전형적인 가짜뉴스에 의한 인포데믹일 뿐이다.

  

가짜뉴스의 핵심 정부그리고 사과

기자는 서두에서 이 논란 자체가 참으로 이상하다고 말했다. 진위를 다투는 사안에 대해 사실 혹은 거짓이라는 명쾌한 해답을 내놓기 이전에 이를 굳이 이상하다고 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원로 목회자가 참고한 발언의 진원지가 다름아닌 기자회견이었다. 신문과 방송의 시선이 집중되는 기자회견은 그야말로 가장 공개적이고 객관적인 모임 중 하나다. 이 안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행위나 발언들이 즉각 언론에 공개되고, 그 증거들이 그대로 기사로 남는 상황에 이를 두고 진위 여부가 일어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문제의 자리는 지난해 113일 예장합동측이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위드(with) 코로나 시대 종교 영향도 인식조사발표 및 특별기자회견이었다. 당시 예장합동측 미래정책전략개발위원회는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코로나 속 종교 영향도에 대한 인식조사 설문을 진행했고, 그 결과를 언론에 공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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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교단 총회장으로 기자회견에 동석했던 소 목사는 기독교가 ‘20~30년 후 가장 쇠퇴할 것 같은 종교 1로 뽑힌 참담한 결과에 한국교회가 시대정신과 가치를 제시하지 못했고,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지 못했으며, 리더십을 세우지 못했다 는 세 가지의 원인을 지적하며, 교회의 자성을 요구했다. 이 외에도 여러 발언을 하기는 했지만, 딱 여기까지였다. 그리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 어떤 누구도 소 목사의 발언에 대한 이의나 문제를 지적치 않았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있을지 1년이 다 된 어느 시점에 뜬금없이 한 원로 목회자에 의해 소 목사의 발언이 다시 회자되더니, ‘교회가 정부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한 소강석 목사란 전혀 생각치 못한 방향으로 말이 퍼져 나갔다.

 

이 가짜뉴스의 핵심 단어는 정부그리고 사과. 가짜뉴스가 만들어진 과정을 역으로 추측키 위해서는 이 두 단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당시 기자회견을 보도했던 대부분의 언론들의 기사에서는 이 단어들이 딱히 눈에 띄지 않았다. 아무도 하지 않은 말을 굳이 보도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한 일반언론이 기사에서 <소강석 목사는 3"(코로나19 상황 속에) 한국 교회가 세 가지를 잘못했는데 시대 정신과 가치를 제시하지 못했고,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지 못했으며 리더십을 세우지 못했다"고 사과했다.>사과를 언급한 것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소 목사의 발언이 아닌 기자 개인의 해석과 표현이었다. 기자가 소 목사의 자성적인 자세를 사과로 본 것이다. 기자의 이런 해석 자체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 소 목사는 분명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음을 인정했고, 굳이 생략했지만, 당연히 사과로 연결될 수 있다.

 

문제는 사과의 대상이다. 소 목사의 발언에 연관 지을 사과의 대상은 엄밀히 사회와 국민이다. 교회가 제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에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쳤다는 당연한 반성인 것이다. 당시 한국교회는 안타깝게도 몇몇 대규모 확산이 번진 터라, 교회를 향한 국민들의 여론이 좋을 리가 없었고, 이에 교계 곳곳에서는 자발적으로 국민들을 향해 사과 메시지를 발표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1년의 시간이 지나며 갑작스레 그 사과의 대상이 정부로 돌변한다. 기자회견이라는 매우 공개된 자리에서의 발언이었고, 언론에 발언 내용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에, ‘정부라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단어가 추가된 것이다.

 

사실 문제의 시발점이 된 원로 목회자 역시 왜곡된 정보, 가짜뉴스에 의한 인포데믹의 피해자로 보인다. 얼마 전 소강석 목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해당 원로 목회자와 대화를 나눴고, 그 분께서 내가 확인을 못했다. 큰 실례를 범했다. 다음에 해명 방송을 하겠다고 말했음을 전했다. 이렇게 당사자들 간의 오해를 풀고, 원로 목회자의 사과로 모든 사건은 정리된 것이다.

 

하지만 일부 목회자들이 최근 해당 사건을 굳이 다시 끄집어 논란을 지속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나름 자료까지 제시하며, 소강석 목사가 한국교회가 정부에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역시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그날 기자회견에서는 정부’ ‘사과그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기에, 제시할 증거 역시 있을 리 없다.

 

프레임을 위한 누군가의 의도적 거짓

문제는 이러한 선동이 대중들을 흥분시키고, 소 목사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을 부추긴다는데 있다. 애초에 사실은 중요치 않은 양 친 정부프레임에 어떻게든 소강석 목사를 엮으려는 듯한 모양새다.

 

일부 교계 목회자들은 현재 교계 전체를 대상으로 친 정부반 정부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편가르기에 열중하고 있다. 그 안에 중립은 없고, 평화, 협력, 대화도 없다. 오직 이기느냐 지느냐의 싸움만 있을 뿐이며, 내 편이 아니면 적일 뿐이다.

 

이러한 이분법은 상대의 의도에 관계없이, 자기 임의로 상대를 특정 프레임에 가두고, 대중들로 하여금 무자비한 심판을 종용한다. 진실이 관계없는 것은 거짓조차도 정의를 위한 수단이라 정당화 하기에, 대중들은 차오르는 양심을 억누르며, 자기도 모르는 진실에 돌을 던지고 있다.

 

정부란 단어의 등장은 바로 프레임을 위해 누군가가 만들어 냈을 철저한 의도적 거짓이다. 애초에 의도한 거짓이기에, 진실이 드러났어도 바로 잡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 모든 논란의 당사자들 역시 한국교회를 사랑하고, 국민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진심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를 실행키 위한 서로의 방법이 다를 뿐, 그 마음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순간 이를 인정치 않고, 자신들의 방법만을 정답으로 내세우다 보니,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결과도 나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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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는 지금 비대면예배, 온라인예배의 정당성을 두고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어쩌면 이 모든 논란 역시 제대로 된 예배를 드리지 못한 목회자들의 피토하는 안타까운 심정에서 기인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정이 잘못되어서는 안된다. 대면예배, 비대면예배의 정당성을 논하기 위해 예배에 정치적 이념을 투영하고 있다는 죄악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치 갈등이 점점 극으로 치닫는 동안 예배의 순수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은, 진영 간의 승패와 관계없이 우리 모두가 교회의 본질을 잃어가고 있다는 처절한 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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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강석 목사’ ‘정부’ ‘사과’··· 모든 게 ‘인포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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