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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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강단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생각할수록 임종웅 선교사님께 송구한 마음이 들곤합니다. 제가 광주신학교 다닐 때 해태타이거즈 붐이 엄청났습니다. 그때 임종웅 선교사님이 무등경기장에 프로야구를 한 번 보러 가고 싶은데 돈이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신학생이 그럴 시간에 성경 보고 기도를 해야지 무슨 프로야구를 보러 갑니까?” 저는 그때 당시에 오로지 영적인 면만 생각했지, 일반 은총 영역에서의 정서적이고 감성적인 부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오로지 기도만 하고 성경만 봐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세월이 흘러 제가 중견 목회자가 되었고, 대중을 움직이려면 인문학적 소양과 문화예술적 감성, 심지어는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왜냐면 대중이 좋아하고 공감할 수 있는 언어와 감성을 갖출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말 그릇을 키우는 것이죠. 김윤나 씨가 쓴 <말 그릇>이라는 책에 보면 말 그릇이 큰 사람은 사람들에게 평안함을 주고 안정감을 준다는 것입니다. 저는 많은 분들로부터 마음의 그릇도 크지만, 말 그릇이 크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사실 저도 신학교 들어가기 전에 정말 야구를 좋아했습니다. 야구장을 안 가도 라디오로 야구 중계를 많이 들었거든요. 그때 군산상고, 선린상고, 광주일고, 경남고 등 고교 야구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군산상고에 가장 애착을 가졌습니다. 특히 군산상고는 황금사자기, 봉황기대회 등에서 경기에 지고 있다가 마지막에 극적으로 역전승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라는 닉네임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야구에서는 역전 홈런이 가장 큰 희열이고 짜릿한 황홀함을 가져다줍니다. 그 맛으로 야구를 보는 거죠. 그런데 역전 홈런 못지않게 관중들을 스릴과 서스펜스, 엑스타시로 이끄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슬라이딩 점수입니다.

 

야구는 선수가 1, 2, 3루를 거쳐서 홈으로 들어오면 1점이 나는 경기입니다. 그런데 가장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극적인 점수가 바로 슬라이딩으로 따는 점수입니다. 여유가 있으면 선수가 그냥 편하게 걸어서 홈으로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선수가 정말 죽기 살기로 홈으로 달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죽기 살기로 달려도 안 될 것 같을 때 선수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슬라이딩입니다. 발이 먼저 닿든지, 엎어져서 손이 닿든지 죽어라 뛰다가 마지막에 슬라이딩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관중들은 그냥 걸어서 들어오는 점수보다, 선수들이 이를 악물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달려와 마지막에 슬라이딩으로 따는 점수에 열광적인 환호를 보냅니다. 팀의 승리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던져서 슬라이딩을 하는 선수의 투혼에 박수를 보내며 열광하는 것입니다. 걸어서 들어오나, 달려서 들어오나, 슬라이딩으로 들어오나 같은 1점이긴 하지만, 가장 감동적이고 열광적인 점수는 슬라이딩으로 얻은 점수입니다.

 

저도 한 해를 돌이켜 보니까 슬라이딩의 은혜와 축복이 너무 많았습니다. 코로나 초기에 확진자와 차를 마신 안수집사님 부부 때문에 마음을 조리고, 자녀들이 확진이 된 여전도사님 때문에 애태우고, 확진자와 같이 식사까지 했던 부목사님... 그런데도 하나님은 다 지켜주셔서 음성이 나오게 하시고 우리 교회를 보호하여 주셨습니다. 최근에 저도 어느 단체에 설교를 하러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정말 너무 바빠 사정을 하고 양해를 구해 다른 분이 설교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설교 하러 간 분이 하필이면 그 기관의 대표가 확진자여서 설교자도 코로나에 걸려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만약에 제가 설교를 하러 갔었다면 그분과 악수하고 대화를 하는 순간에 확진이 될 수도 있지 않았겠습니까? 제게는 이것도 슬라이딩의 은혜로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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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제가 올해 한국교회 공적 사역과 연합기관 통합 사역을 하면서 아직 100%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진짜 슬라이딩의 순간을 너무나 많이 경험했습니다. 물리적 연합을 추구했다면 이미 하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의 연합도 중요하기 때문에 서로 아우르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진행해 갈 것입니다. 우리 교회를 볼때 전도도 그렇고, 예배 회복도 그렇고, 재정 부분도 그렇고 슬라이딩의 은혜가 너무나 많았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아직도 슬라이딩 은혜가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역전할 수 있는 슬라이딩이 남아 있습니다. 저 역시 연합기관 통합사역이 완전히 물 건너간 줄 알았는데 마지막 순간에 슬라이딩의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이제 겨우 2주간의 시간 밖에 안 남았는데, 우리도 마지막까지 슬라이딩의 은혜를 기대해야 합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기도해야 합니다. 죽을 힘을 다해 달려도 안 되면 마지막 슬라이딩을 해서라도 반드시 역전의 은혜, 승리의 축복을 누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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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아직도 슬라이딩은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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