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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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대통합을 향한 3개 기관의 노력이 올해도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한교총 대표회장 류영모 목사가 매우 의미있는 행보를 펼쳐 주목을 받고 있다. 류 목사는 지난 121일 천주교 정순택 대주교를 찾아 환담을 나누고, 종교 간 협력과 교류를 당부했다.

 

이날의 만남은 그저 종교 대표간의 만남이라는 주제만 놓고서는 크게 주목받을 이유가 없다. 더구나 류영모 목사가 속한 예장통합측은 NCCK를 통해 천주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터라, 이러한 모습이 매우 익숙해 보이기까지 한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이날 대화의 내용이다. 류 대표회장이 천주교와의 관계에 있어 매우 전향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

 

이날 류영모 대표회장은 천주교와 개신교가 함께 기후 위기, 통일, 낙태 등 사회 문제에 공동의 메시지를 냈으면 한다신학적인 차이는 서로 존중하고, 약자를 위해 하나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국민들이 원하는 일이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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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류 대표회장은 천주교와 개신교 간의 신학적인 부분을 차이로 규정하고, 이를 비판이나 정죄가 아닌 존중의 대상으로 인정했다. 일반적으로 한국교회 대다수 보수 교단이 천주교와 그들의 신학을 이교혹은 이단으로 보고 있는 상황에, 보수교회를 대표하는 한교총의 대표회장이 차이존중이라는 말로 천주교-개신교 간의 신학적 간극을 메우는 모습은 매우 파격적일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류 대표회장은 약자를 위해 하나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국민들이 원하는 일이라며, 개신교와 천주교 간의 연합과 협력을 당부했다.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신학과 종교를 뛰어넘는 연합의 중요성을 설파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대목에서 류 대표회장이 자신의 이러한 전향적 관점을 교계 기관 대통합 문제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를 주목해야 한다. 각 기관 통추위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어느정도 해소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단 문제가 통합의 쟁점으로 자리하고 있는 상황에, 류 대표회장이 천주교를 향해 보였던 차이존중이라는 시각은 이단 문제의 근본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리아 신성’ ‘연옥설등 기독교의 신학에서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든 예민한 문제조차 정죄의 대상이 아닌 차이가 될 수 있다면, 한교총이 지적하는 한기총 내부의 문제나 한기총이 한교총을 향해 제기하는 ‘WCC’ 문제는 어쩌면 논쟁할 필요조차 없는 매우 가벼운 주제일지 모른다.

 

여기에 류 대표회장은 이 모든 이유를 연합이라는 말 한 마디로 설명하고 있다. 하나됨이 곧 희망이고, 국민들을 위한 길이라는 그의 말은 당연하게도 한국교회 전체가 염원하는 교계 대통합의 취지와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이단의 문제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되지만, 오히려 과한 경계는 우리 스스로의 신학적 기준에 모순을 남길 뿐이다. 지금은 내가 아닌 우리, 일개 교단이 아닌 한국교회 전체를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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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천주교, 기독교 그리고 교계 대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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