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오정호 목사의 '사과문' 유감
2022/09/07 15:1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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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태 기자

진정성 없는 의도적 역홍보 의심

그가 밝힌 사과 이유 선거 일정에 차질을 빚게 해서···’

 

사과문.JPG

 

결국 우려하던 상황이 그대로 나타났다. 지난 96일 예장합동측 교단지(기독신문)에 게재된 오정호 목사의 '사과문'은 결코 '사과'가 아니었다.

 

짧디 짧은 글 속에는 어떠한 진정성도 담기지 않았고, 무엇을 사과하는지에 내용도 명확치 않았다. 단 다섯 문장, 합동측 선거판이 뒤집힐 만큼 큰 논란을 일으킨 수많은 위법혐의에 대한 오 목사의 대답은 단 다섯 문장 뿐이었다.

 

먼저 오정호 목사의 사과문 전문을 살펴보자.

 

성삼위 하나님의 은총이 항상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금번 제107회 총회 부총회장 직에 입후보하여 더 나은 총회를 꿈꾸며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그러던 중 늘 해오던 대로 총신을 돕는 일환으로 도너월 제막식에 참여하는 등 본의 아니게 미흡한 점이 있어 선거관리위원회의 지도를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지도에 깊이 감사드리며이로인해 선거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된 점을 선거관리위원장님과 위원님들그리고 총대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남은 선거기간 동안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앞장서겠습니다.

 

오정호 목사의 금번 논란의 핵심은 위법이다. 허나 정작 이 사과문 속에 자신의 위법혐의에 대한 언급은 거의없다.

 

그가 유일하게 언급한 것은 '도너월 제막식', 사전선거운동을 방지키 위해 선거법에서 금지한 행사에 참석해, 기부 사진까지 찍은 행위다. 하지만 이에 대해 "늘 해오던 대로 총신을 돕는 일환으로 도너월 제막식에 참여하는 등 본의 아니게 미흡한 점이 있어 선거관리위원회의 지도를 받게 되었다"고 표현했다.

 

과연 선거법 위법이 '미흡'이란 단어로 무마될 일인가? 달리 말하면 자신이 사과문을 쓰는 이유가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것인가?

 

이 와중에 사전홍보물 배포, 언론 기고 등 또다른 위법 혐의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던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포장과 변명이 불가능한 사안은 아예 언급치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반면 '도너월 제막식'에 대한 위법행위는 오히려 역홍보가 가능한 주제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총회의 정체성과도 같은 '총신'을 도우려다 당한 고난이라는 스토리 창출을 가능케 하기에, 반전의 충분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여기에 그가 사과란 단어를 유일하게 언급한 세번째 단락은 이 사과문이 '떠밀리기식'이라는 것을 그대로 증명하고 있다.

 

"선거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된 점을 선거관리위원장님과 위원님들, 그리고 총대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이 사과문이 결코 '사과'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사과의 이유와 그 상대가 완전히 잘못됐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사과 이유에 대해 "선거 일정에 차질을 빚게 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할 뿐, 정작 선거 일정에 차질을 빚게 한 자신의 위법 논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치 않았다.

 

이 사과문에 진정성을 담고자 했다면 적어도 "의도치 않게 위법 논란을 일으킨 점을 사과 드립니다" 정도의 문장은 나왔어야 했다.

 

오정호.jpg

 

사과의 대상에 상대후보인 한기승 목사를 전혀 언급치 않은 것도 매우 불편한 부분이다. 한 목사는 누가 뭐래도 이 상황의 최대 피해자다.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선관위가 낸 '한기승 목사에 대한 감사의 글'이 사과문에 훨씬 가까워 보일 정도다.

 

마지막으로 "남은 선거기간동안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앞장서겠다"는 다짐은 적어도 위법 혐의를 받았던 자의 입장에서 낼 메시지가 아니다. 현 상황에서 오 목사는 선거문화 개선을 위해 앞장설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선거법을 철저히 지켜야 할 사람이다. 그렇기에 "남은 선거기간동안 선거법을 철저히 지키겠습니다"라는 다짐이 이 사과문의 취지에 훨씬 더 부합할 것이다.

 

사실 이같은 사태가 예측이 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애초에 선관위가 글의 수위를 전혀 공개치 않았고, 사과문 작성을 오 목사에 모두 일임했을 때, 당연히 제기된 우려였다. 결국 오 목사의 인격과 의식을 믿었을 선관위만 매우 곤란케 됐다. 한국교회 전체의 관심이 집중된 초미의 사건을 선관위 스스로 비난을 감수하며, 나름의 묘수를 낸 결정이었음에도, 오 목사의 진정성이 결여된 사과문이 모두의 노력과 희생을 헛되게 하고 있다.

 

오 목사는 차라리 후보가 확정된 상황에 꼼수 가득한 이런 떠밀리기식 사과가 아닌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인정과 진정성이 가득 담긴 사과문을 발표했어야 했다. 그것이 결국은 총회를 지키고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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