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한기총이 한국교회의 대표적 연합기관 되려면
대표회장 선거에 WCC 이용해선 안된다


한기총의 미래는 투표권 가진 실행위원들의 신앙과 양심에 달려 있어




오는 12월 연말에 치러지는 제17대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는 합동측의 길자연목사와 현 대표회장인 통합측의 이광선목사 간에 맞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합동측 김동권목사의 합세로 3파전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합동측의 길자연 후보는 2003년과 2004년 대표회장을 두 차례 맡아 당시 친북 좌파로 기울어지던 노무현 정부에 맞서 대형 보수집회로 사회 분위기를 선도했다. 길목사는 최근 한 모임에서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어 우리나라가 베트남식 좌파 공산주의 사회로 기울어지고 있을 때 1년에 일곱 차례나 국가를 위한 기도회를 개최했는데, 그때 서울광장에 모인 30만 군중이 대형 태극기와 미국 성조기를 강단에 걸어놓고 미국을 은인의 나라라고 했다. 그 집회 이후 한국이 반미국가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미국의 의심을 잠재울 수 있었다”고 임기 중 자신의 업적을 자랑했다.

길목사, “친 WCC 인사들이 한기총 대표회장 계속하면서 WCC 성공시키려 해”
합동측은 지난 9월말 제95회 총회에서 길목사를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에 다시 추천하며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 2013년 WCC 부산총회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서도 길목사는 “우리 합동측에서 후보를 내세웠으나 번번이 실패했다”며, “친 WCC 인사들이 한기총 대표회장을 계속하면서 WCC 총회를 성공시키려 맹렬한 운동을 하고 있으므로 WCC 반대를 조직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세번째 출마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길목사는 현 한기총 운영이 ‘위기’라고 주장해 왔다.

이목사, “8·15대성회 방해한 분이 연합과 일치 정신으로 한기총 이끌 수 있겠나”
이에반해 통합측의 이광선목사는 “대표회장을 두 번이나 하고 6년을 쉬었다가 다시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길자연목사가 한기총이 절박한 상황이어서 다시 대표회장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 오히려 절박한 상황 같다”고 되받았다. 또 이목사는 길자연목사가 지난 8·15대성회를 방해할 목적으로 성회에 참석하지 말라고 부추긴 문제를 거론하며 “그런 분이 연합과 일치의 정신을 가지고 한기총을 이끌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이미 두 사람 사이에는 공격과 수성(守城)으로 맞서 선거전이 시작된 셈이다.
한기총 선거판에 대한 흐름에 밝은 한 교계인사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볼 때 전력으로는 길자연목사가 우세한 듯 보이지만 여론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선거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나 증경회장들과의 유대 관계 등으로 볼 때는 길목사의 경쟁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기총을 진심으로 위하는 여론은 ‘이건 아니다’라는 푸념이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기총 대표회장은 “1회에 연임할 수 있다고 했지, 증경들이 다시 되돌아 나와도 문제 없다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증경들이 계속 튀어나오면 한기총의 꼴이 뭐가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또 그는 예상대로 길목사와 이목사가 맞붙는다면 예전과 같이 ‘돈선거’로 치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유인즉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규정에 금품·향응을 제공하면 당선 무효가 될 수도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동안은 이 규정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했으나 쌍방 선거운동이 치열해지면 쌍방이 실행위원들을 감시하게 되고 ‘돈봉투’도 드러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므로 후보들이 실행위원들을 직접 만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기 때문에 길자연목사의 출현으로 연말 제17대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는 치열해 질 수밖에 없고, 그 결과 합동측과 통합측의 골이 더 깊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통합측은 WCC 관련 보수교단들의 오해와 우려 불식에 힘써야
기자는 지난해 통합측을 비롯한 WCC소속 교단들이 2013년 WCC 총회를 한국교회가 유치하겠다고 나설 당시 총회 유치에 앞서 보수교단들의 반발부터 무마할 것을 지적한 일이 있다. 그러나 WCC 총회 유치 관계자들은 일부의 반대가 있더라도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며 일축했다. 그리고는 부산총회의 유치가 확정되자 롯데호텔에서 대대적인 유치 축하예배를 드림으로써 보수교단들의 위기감을 부추긴 결과가 된 것이다. 그로인해 결국 WCC 문제가 한기총에까지 불똥이 튀게 되었다.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말이 실감 나는 대목이다. 교회의 연합과 일치는 내가 옳다고 무조건 밀고 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오해와 편견에 대해 최대한의 인내와 설득으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보수측은 ‘WCC 운동을 사탄운동’이라고 매도하지만, 여기에는 맹목적 무지와 감정적 편견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너무 많은 오해가 있다는 말이다. 이는 보수측의 무지에서 비롯되는 것도 있고, WCC 자체의 실책도 있다. WCC는 최소한 세계교회의 비판과 지적을 의식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WCC가 모든 악의 근원인양 오도(誤導)하는 것은 보수측 스스로도 삼가야 한다.
그리고 솔직히 한기총과 WCC 부산총회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왜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 WCC 부산총회를 끌어들이는지 알 수 없다. 2013년 WCC 총회 후에도 통합측은 한기총의 주요 멤버로 남아 있을 것이고, 또 더 나아가 어쩌면 WCC 회원교단인 기감도 한기총에 가입할 수도 있을 터인데, 무엇 때문에 한기총이 WCC 문제로 이들 교단을 적대시 할 필요가 있는가. 한기총이 명실 공히 한국교회의 대표적 연합기관이 되고자 한다면 WCC 가입 교단들과도 함께 가야 옳은 일이다.

합동측 김동권목사도 출마 밝혀 변수로 등장
여기에 합동측의 김동권목사(증경총회장)가 다시 출마를 밝히고 있어 변수로 등장했다. 김목사는 3년전 길목사의 방해로 자신이 당선되지 못했다고 믿고 있다. 또 지난 9월 합동측 총회가 길목사를 후보로 추천 당시 총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총회의 제비뽑기 선거방법을 무시하고, 총대들의 직접투표를 강행한 것도 의도적이라고 생각하며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김동권목사는 지난 14대와 15대에 후보로 나와 아쉽게 석패했다.
중요한 것은 한기총 실행위원들이다. 하나님 앞에서 신앙과 양심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국민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잘못 뽑으면 나라가 망한다. 그 책임이 그들을 잘못 뽑은 국민에게 있다. 어떤 단체나 조직도 대표자를 잘못 뽑으면 그 조직이 와해된다. 한기총을 지키는 것은 투표권을 가진 실행위원들의 몫이다. 실행위원들이 몇푼의 돈봉투에 현혹되지 말고 무엇이 한기총과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에 득이 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해야 할 때가 이번 제17대 대표회장 선거가 아닌가 생각된다.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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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한기총 제17대 대표회장 선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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