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해설 / 교회협, 통합측 사태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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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목사) 총무 선거 이후, 교회협의 모든 회의 및 행사에 불참하며, 실질적인 행정보류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예장통합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며, 교계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특히 통합측은 지난 4월 초 교회협 부활절예배에 이어 23일 교회협 정기실행위원회에 마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교회협은 기감, 기장, 구세군, 성공회, 루터교 등의 회원교단 대표들을 세워 ‘예장통합 복귀를 위한 대화위원회’까지 구성되었다. 집 나간 통합측을 어르고 달래기 위한, 공식 위원회가 발족된 것이다.
그렇다면 새롭게 바뀐 구도에서 앞으로 전개될 통합측 사태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되는가?

교회협의 통합측 달래기
지금은 교회협에서 대화위원회까지 구성하며, 통합측의 비위를 맞추려는 듯한 모습이지만 애초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사실 총무 선거 직후 교회협과 통합측의 대립각이 섰을 때 교계의 비난은 대부분 통합측으로 향했다. 그도 그럴 것이 통합측은 선거 과정에서도 계속적인 시비를 제기했고, 자기네 교단 후보가 탈락한 선거 결과도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는 이후 실행위원회로도 이어졌다. 이전부터 행해오던 실행위원 교체를 정관을 들먹이며 문제를 삼았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실행위 투표 결과마저 김영주 총무의 손을 들어주자, 통합측은 퇴장했다.
그리고 통합측은 교회협 역사상 초유의 사태로 사회법에 제소를 하게 된다. 이후 법원이 통합측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사태는 끝나는 듯 했지만, 통합측의 불만은 총무를 최종 인준하는 총회로까지 이어졌고, 여기에서마저 시종일관 불만을 표출하다 결국 총회장 정영택목사의 주도하에 전원 퇴장이라는 최악의 이변을 연출하게 된다. 그리고 통합측은 이후 교회협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접게 된다.
당시에 대부분의 교계언론은 통합측이 자기 교단 후보가 선거에 떨어지자 부리는 몽니라는 지적과 대교단의 횡포라는 지적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는 언론뿐 아니라, 교회협 회원교단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통합측의 행동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으로 받아들여졌다.
성공회 김근상 주교는 올 초 실행위에서 “(예장통합은) 교회에 송사하지 말라는 것까지 어겨가면서 교회협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초유의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어떤 대화 내용도 들은 바 없고 사과도 들은 바 없다. 정말 같이하고 싶지만 이것이 결과적으로 우리를 무시한 거 아닌가 하는 서운함이 있다”며 “통합이 어떤 방법으로든 이 자리에 함께 해야 한다는 것에는 100% 동의하지만 한국교회에 끼친 슬픈 부분은 어느 정도 그분들이 우리를 이해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통합의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그런데 이제 교회협이 갑자기 통합측을 회유키 위한 위원회까지 조직하며, 본격적인 통합측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교회협과 통합측의 ‘갑을’ 관계
사실 통합측이 총회 석상을 뛰쳐 나가고, 이후 교회협의 모든 행사에 참석치 않는 등 일종의 무력시위를 펼치는 것은 맞지만, 이로인해 다급해진 것은 교회협이다. 통합측은 300만 성도가 소속한 국내 최대교단으로 한국교회의 대표 연합기관이라 자부하는 교회협에 있어 통합측은 ‘예장’을 대표하는 존재로 절대적이다.
현 교회협의 소속교단은 통합, 기감, 기장, 구세군, 성공회, 복음교회, 기하성, 루터교, 한국정교회 등 9개로 한기총이나 한교연에 비해 숫자적으로 매우 적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교회협이 한국교회 대표 연합기관으로 분류되고, 또 그만한 입지를 갖춘 것은 회원교단 개개인들의 교세와 위상이 한국교회 전체를 아우를 정도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통합측은 기감과 더불어 교회협의 가장 큰 축을 차지하며, 무엇보다 가장 많은 교단 회비를 감당하고 있다.
교회협의 지난 62회기(2013.10.01 ~2014.09.30) 결산을 보면 전체 예산 543,140,000원 중 통합측의 회비는 무려 156,780,000원에 이른다. 이는 복음교회 9,590,000에 비해 무려 16배 많은 금액으로, 전체의 30%가 넘는 액수다. 더구나 이는 단순 회비에 국한되는 부분이고, 교회협이 기획하는 각종 행사나 사업에 통합측은 재정에 있어 늘 커다란 부분을 감당해 왔다. 즉 통합측 재정 없이는 교회협의 정상적인 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어쩌면 통합측도 이를 알고 있기에 지난해 총무 선거 사태 이후, 통합측은 교회협 복귀에 대해 그리 다급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통합측은 교계 연합사업이라면 이미 한국교회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한교연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며, 얼마 전 부활절연합예배 역시 이를 바탕으로, 전혀 아쉬움 없이 치러냈다.
더구나 통합측은 예전에 비해 점점 극 보수화 되어가는 교단 내부 분위기 탓에 교회협의 활동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WCC 부산총회의 유치와 준비, 행사를 주체적으로 했던 통합측을 향한 교계 보수권의 비난은 상상을 초월했다. 한국교회를 둘로 양분시킬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킨 WCC 부산총회는 이미 어떠한 설명과 해명으로도 보수권을 설득시키기엔 어려웠다.
결국 통합측은 한국교회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보수권의 적이 되어야만 했다. 이는 통합측 내부의 보수권마저 자극했고, 이들은 자기 교단을 상대로 WCC와 NCC 퇴출운동을 펼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지난해 교회협이 천주교와 신앙과직제일치위원회를 만들자 반대운동은 더욱 극렬해졌고 급기야 지난해 통합측 총회에서는 WCC와 천주교의 이단성을 고발하는 헌의안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통합측이 교회협에 남으려면 이 모두를 덮을 만한 확실한 이유가 있어야 할텐데 그 역시 마땅치 않다.

통합측, 에큐메니칼 정신 실종
에큐메니칼 교단인 통합측에 있어 에큐메니칼 정신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WCC 부산총회 준비과정에서 타 교단들에 의해 수없이 지적됐던 사안으로, 현재 교회협 내 반통합정서가 생기게 된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교회협 내에서는 WCC 부산총회 이후 반통합정서가 팽배하고, 반대로 교계 보수권은 WCC 총회 이후 통합측에 전면 반발하고 나선 상황에, 굳이 통합측이 돈 쓰고 욕 먹어가며, 교회협에 남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라는 이름에서 나오는 위상이 그나마 이유일지도 모르지만, 현재 한국교회연합의 주축으로 활동 중인 통합측에 있어 이마저도 그리 아쉽지 않은 부분이다.
설레발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정황만 따져보면, 교회협 내 통합측 사태는 자칫 탈퇴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커보인다. 교회협 역시 처음에는 몽니 부리는 통합측이 못내 못마땅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이를 인지했는지, 대화위원회까지 만들며 어떻게든 통합측의 마음을 돌리려는 모습이다.
여기서 확실히 확인되는 것은 교회협과 통합측 사이에 ‘갑을’ 관계에 있어, 통합측이 절대적 ‘갑’이라는 사실이다. 연합단체와 회원교단이라는 일반적인 ‘갑을’ 관계를 뒤엎는 통합측의 힘과 위상이 과연 교회협에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차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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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측의 참여거부, 탈퇴로 이어질지 교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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