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이단성 있는 교단 배제’ 원칙… 제4의 분열 야기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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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장협의회가 드디어 그간 꼭꼭 숨겨왔던 제3의 연합단체에 대한 욕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원래 교단장들 간의 친목단체였던 교단장협의회가 지난해 새롭게 부활한 뒤, 정치 단체로서의 면모를 보이며 교계의 우려를 나았다, 이제는 한기총, 한교연에 이어 제3의 단체 출범까지 눈 앞에 둔 것이다.
이들은 이번 한국교회연합추진위원회에 대해 한기총-한교연의 통합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애초 이들의 목적은 한기총-한교연의 통합이 아니었다는 점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본색 드러낸 제3의 연합단체 출범
이들이 한기총-한교연 통합을 처음 이야기한 것은 지난 8월 31일 기자회견에서다. 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와 한교연 대표회장 조일래 목사가 함께한 이 자리에서 이들은 3달 후인 11월 말까지 통합을 완료하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그런데 이들의 통합 발표가 영 미덥지 않았던 것은 조일래 목사의 이날 참석에 대해 정작 한교연에서는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일부 한교연 회원들은 피켓을 들고 나와 한기총-한교연 통합 반대를 외치는 등의 난리를 피우기도 했다.
여기에 고작 3달 만에 법인으로 구성된 양 단체의 통합을 완성하겠다는 이들의 발표는 사실 허언에 가까운 일이었기에, 이때부터 이들의 진짜 속내에 대한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 제3의 단체에 대한 결정적 단서가 포착됐다. 8월 31일 기자회견 이후, 한교연 내외부의 강력한 압박을 받던 조일래 목사가 한기총-한교연 통합으로 위장한 제3의 단체 출범 계획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밝힌 것이다.
조일래 목사는 기자회견 일주일이 지난 지난 9월 6일 예장대신(백석)의 정기총회에 참석해 한교연 대표회장 자격으로 축사하며, 지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통합추진위원회에 대해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이 아니라 그곳에서 나와서 한국교회 이단을 제하고 건전교단들이 함께 모이는 그 일을 하려고 한다”고 발언했다.
여기에서 조일래 목사가 말한 두가지 사실은 첫째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이 아니라는 점이고, 두 번째는 그 곳(한교연과 한기총)에서 나와 (새롭게) 모이는 일을 한다는 점이다.
즉 애초부터 이들의 목적은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이 아니라 헤처모여식의 제3의 단체 출범이었던 것이다.

한교연과 조일래 대표회장의 오락가락 행보
한기총이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에게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에 대한 전권을 일찌감치 위임하며, 별다른 혼란이 없는 반면, 한교연은 통합 기자회견 이후 지독한 혼란에 시달려야 했다.
무엇보다 내부적인 의견 조율이 전혀 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통합 기자회견을 한기총-한교연의 통합으로 봐야 할지, 또는 조일래 목사의 참여를 한교연의 공식적 입장으로 볼지도 전혀 정리가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실제 통합 발표가 있은 직후 한교연 실무자는 당시 기자회견은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말하는 것이 아닌 그저 한국교회의 연합에 대한 것이었다고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이에 기자가 당시 기자회견 현수막에 ‘한기총-한교연 통합 기자회견’이라고 명시된 사실을 지적하자 현수막 인쇄가 잘못됐다는 매우 궁색한 변명까지 했다.
여기에 조일래 목사의 행보에 대해서는 한교연의 공식입장이 아닌 대표회장 개인적 발언이라고 선을 그었다. 단체를 대표하는 대표회장의 단체 관련 공식적 행보에 대해 개인적 발언이라고 치부해 버린 것이다.
결국 그 일이 있은 후, 조일래 목사는 자신의 기자회견 참석에 대해 사과하고, ‘선 이단문제 해결, 후 통합’이라는 기존의 한교연의 통합 원칙을 재 확인하며, 기존의 입장을 다시 뒤집었다. 그 뒤 한교연은 한기총과 한교연이 통합이 아니라는 주장을 또다시 뒤집고, 이단 문제 해결을 조건으로 통합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교단장협이 무슨 자격으로 통합을 주도하느냐? 통합 완료 시점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통합 협상을 더 이상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사자도 아닌 교단장협이 통합을 주도하는 것은 어딘가 잘못된 모습이 분명하지만, 그동안의 행보에 비춰볼 때 한교연의 오락가락한 입장과 조일래 목사의 이중적 행태 역시, 결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으로서의 모습은 아니었다.

“극악한 이단 WCC”와 회원교단
연합추진위가 한교연이 그동안 주창하던 ‘선 이단 문제 해결’이라는 입장을 받아들여, 이단성 있는 교단은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여기서 말하는 이단은 사실상 류OO목사로 한기총에서 이단 검증을 통해 “이단성 없음”이 확인된 인물이다. 대놓고 말하면 이번 통합에 있어 류OO목사가 속한 교단을 배제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류OO목사를 배제하기 위해 세운 ‘이단성 있는 교단은 배제하겠다’는 원칙은 사실상 통합에 있어 매우 위험한 자충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교회에는 수많은 이단 문제가 있고,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지금의 한국교회 분열을 만들고, 지금까지도 한국교회를 양분하고 있는 가장 큰 이단 논쟁은 바로 ‘WCC’다. 한국교회 장로교는 WCC로 인해 갈라졌고, 그 결과 지금의 예장 통합과 합동이 존재하게 됐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WCC 논쟁은 과연 해결이 됐는가? 오히려 지난 2013년 WCC 부산총회 이후 한국교회는 더욱 극심한 반 WCC 정서에 시달리게 됐다. 특히 보수교단들은 WCC에 대해 단순히 다원주의를 주장하는 교리적 이단성 외에도, 동성애 옹호, 공산주의 옹호 등 사회적 문제까지 거론하며, 매우 극악한 이단이자 불건전한 집단으로 평가했다.
그런데 바로 이 WCC에는 예장통합과, 기감, 기장, 성공회 등 4개의 한국교회 교단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예장통합과 기감은 지난 WCC 부산총회를 유치한 주역이기도 하다.
반대로 당시 WCC반대운동을 이끌었던 것은 바로 예장합동이었다. 그리고 그런 예장합동과 통합, 기감이 제3의 단체에서 함께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과연 예장합동 입장으로 볼 때 WCC의 회원교단인 통합과 기감은 문제가 없는가? WCC가 매우 극악한 이단이라고 한다면, 거기에 동조하고, 회비를 내고 있는 회원으로서의 통합과 기감은 사실상 WCC와 한 부류라고 봐야 한다. 즉 WCC가 극악한 이단이라면 통합과 기감 역시 극악한 이단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단성 있는 교단은 배제하겠다’는 원칙은 과연 류OO목사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 다른 관점에서 볼 때 류OO목사가 과연 예장합동 입장에서 WCC보다 더 극악한 이단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인가?
‘이단성 있는 교단은 배제하겠다’는 원칙은 한국교회 이단문제의 본질과도 같은 WCC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실 함부로 규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고 했던가? 이단 문제의 본질인 WCC를 간과한 채 이러한 원칙이 세워진다면 이는 결국 수년 내 다시금 단체의 분란을 불러 올 수 있는 분열의 씨앗이 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예장합동과 통합이 단체 내에서 혹여 자리 다툼이라도 하게 된다면, WCC 문제가 ‘이단성 있는 교단은 배제하겠다’는 원칙 안에서 대두될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차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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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코 앞으로 다가온 제3의 연합단체 출범, 그간의 경과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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