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정무적인 사람이기보다는 목양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과거에는 오로지 성경을 연구하고 기도하고 목양하며 영혼을 케어하고 보듬는 즐거움 밖에 몰랐습니다. 그러나 요즘 제가 정무적 활동을 하면서 고 김종필 총리가 말씀하신, “정치는 허업(虛業)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는 평생을 정치에 쏟으며 한 시대의 역사를 장식하신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인생말년에 돌이켜보니까 정치는 허무하더라는 것입니다. 왜 허무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정치의 목적이 권력 지향적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정말로 나라를 섬기고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 정치를 했다면 그런 말씀을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 김영삼 대통령께서도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면 정치를 안했을 것이라고 말씀했지요. 돌이켜보니 그가 대통령의 자리에 올라가기까지 많은 권모술수를 부렸을 것입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 그 많은 공격과 비난으로 인하여 회의와 허무감을 느끼다보니 그런 말씀을 하신 듯합니다. 그래서 저도 “허업을 하고 있지 않나” 순간순간 돌아봅니다.
물론 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권모술수를 써 본 적이 없습니다. 저 자신의 권력욕을 위해서 단 한 번도 정무적 활동을 하지도 않았고 권력 지향을 위해서 정무활동을 한 적이 없습니다. 오로지 한국교회 세움을 위해서일 뿐입니다. 잠꼬대를 할 때도 한국교회 세움을 외칠 정도니까요. 그러나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많다보니 제 몸과 마음에 때가 묻을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몸과 마음을 정화하기 위하여 산행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주님 앞에 빈손 들고 홀로 나아가 십자가를 붙드는 시간을 갖습니다.
얼마 전 정권사님이 지쳐 있는 저의 얼굴을 보며 이런 찬송이 나오신다는 것입니다. “빈손 들고 앞에 가 십자가를 붙드네...” 저는 그런 정권사님을 보고 “아, 저 분은 80이 넘으셨어도 영감이 살아 있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