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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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몇 년도였을지, 2010년이나 2011년일 텐데요. 한국교회 선배 어른들 몇 분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도저히 몇몇 사람들과 함께할 수가 없다고, 한기총말고 새로운 연합기관을 만들어야 되겠으니 좀 도와 달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제가 그때 그분들의 손을 잡으면서 진심을 담아 눈물을 글썽이며 부탁을 드렸습니다. “제발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1년만 참으면 됩니다. 아니 7~8개월만 참으면 됩니다. 그때까지 참으셔야 합니다. 한번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리면 돌아오고 싶어도 못 돌아옵니다. 나누는 건 쉽지만, 다시 합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은 제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동로마교회가 망했던 것은 끊임없는 싸움과 분열 때문이었다고 말하며 끝까지 말리고 말렸습니다.

 

한국교회는 2007년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1907년 평양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를 했습니다. 저는 그때 집회를 주관할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그냥 성도들과 함께 참석만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느낀 바에 의하면, 그때 좀 더 회개의 눈물이 강물처럼 흐르도록 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축제적인 성격이 좀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후 아프가니스탄 사건을 통해서 한국교회는 엄청난 시련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경각심을 갖지 못하고 계속 서로 충돌하고 싸우다가 마침내 2012년에 연합기관이 분열하게 된 것입니다. 아니, 분열하다가 또 다시 분열을 거듭하게 된 것이죠. 그런 가운데 한국교회는 차별금지법을 비롯한 각종 반기독교 악법에 도전을 받았고 종교인과세법으로도 위협을 느꼈습니다. 모든 사상과 문화는 결국 입법화로 가게 되는데, 네오막시즘, 문화막시즘의 사상이 문화라는 옷으로 갈아입고 입법화로 가게 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이런 흐름과 움직임을 알지도 못하고 계속 싸우면서 분열하기만 연속했습니다.

 

어느 시대, 어느 역사를 보아도 분열하면 반드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서 보더라도 각자 다른 소리를 내고 분열한 조직은 분열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지 않습니까?

 

우리 한국교회도 연합기관 분열의 혹독한 대가를 지금까지 치러왔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누가 뭐라 해도 대연합의 기치를 올리고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작년에 기관 통합을 하려고 했지만 이런 일, 저런 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저도 힘겨운 길을 걸어왔고 고달픈 여정을 헤쳐 온 것이죠. 어떨 때는 왜 기관 통합을 해야 되느냐에 대한 이유를 설명할 힘조차 없을 때가 있습니다.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정체성이 혼미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 오기 전에 조금씩 조금씩 구름이 몰려오는 것처럼 때때로 뭉게구름이 피어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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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었기는 하지만, 한기총에서 통합을 하기로 임원회에서 결정을 하고 실행위원회에서 통과되고 마침내 지난 목요일 오후에 있었던 임시총회에서 한교총과의 통합 안건이 가결된 것입니다. 참으로 기적 같은 역사였습니다. 이제 공은 한교총으로 넘어왔는데, 한교총 통합추진위원장인 저는 결코 서두르지 않을 것입니다.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차분하게 추진해 갈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인도하신 하나님께서 선한 길로 인도하시고 한국교회를 세우는 방향으로 역사하시겠지만, 다시 한번 깨닫고 깨달은 건, 분열하기는 쉬워도 하나 된다는 건 너무나 힘들고 험난하고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글을 쓰는 순간 동로마교회가 아주 지난 한 싸움을 하던 모습이 저절로 상상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이 서로마교회의 도움을 받았으면 망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서로마교회, 즉 교황청의 -당시는 종교개혁 이전의 일임- 도움을 받느니 차라리 술탄의 터번을 쓰겠다고 끝까지 연합을 반대하다가 오스만 튀르크족에게 전멸을 당하고 말았거든요. 그러므로 제가 언제까지, 그리고 어디까지 하나님께 쓰임 받을지 모르지만 한국교회 하나 됨을 위해서 온몸을 불사르는 희생을 감내하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됨을 위해서는 포용과 용서와 화목뿐이라는 사실을 외치며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선배들이 써 놓은 분열의 역사를 연합이라는 새 역사로 쓰고 싶은 마음뿐이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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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연합기관은 누구를 위한 자리나 특정인들의 활동 무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 공교회를 세우고 지키기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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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연합이라는 새 역사를 쓰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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