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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현수)갈대의 노래
    갈대의 노래 권 태 영바람을 입고 살아온 갈대가누워서 입김을 올리면겨우 올린 기운만큼 달린 가루를색동저고리에 반짝이던 햇살이이제는 이마에 금을 긋는 가을이구나가냘픈 허리에 생각 많은 머리를한 광주리 이고 이리 흔들 저리 흔들갈대는 힘들어 보인다삭풍을 춤으로 받아 넘기고엎드려 기도하는 갈대야언제나 몸짓은 춤을 넘어절규의 詩가 되는구나양지쪽 양지쪽을 손짓하며다시 일어나 부르는 노래-살자, 살-자 ---아 - 그는 다시 일어나 노래하는갈대이구나 갈대는 잔잔한 물가 들녘에서 가을을 더욱 찬란하게 꾸미기도 하지만, 가장 抒情的 몸매로 사람의 마음과 눈길을 끌게 한다. 外柔內剛한 여인의 모습이다. 가을볕살 은 갈대를 왼통 색동저고리를 입혀놓기도 하지만, 가냘픈 허리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울음 운다. 이리 저리 흔들리며 무거운 삶의 광주리를 이고 사는 누군가의 삶은 갈대를 닮아 있어 삭풍이 차갑게 불어 올 때에도 되레 아름다운 곡선의 춤을 추는 생명체의 신비함을 바라보게 된다.그리고 그의 절규는 詩가 되고, 그 음유시인은 갈대밭 한 가운데서 하프를 연주하고 있지나 않을까? 갈대는 울음의 정점에서 깊숙이 엎드려 기도하게 된다.양지쪽을 향하여, 그 절규에 응답하는 누군가의 음성을 듣는다. 갈대는 무량한 은총의 빛으로 허리를 일으켜, 다시 쉼 없는 노래를 벌판에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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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1-05
  • (경현수)성탄절, 하얀 밤-후란넬 바지의 기억
    성탄절, 하얀 밤-후란넬 바지의 기억 경 현 수나는 하나님께 말하려 했다헐렁한 후란넬 바지의외당숙 아저씨에 대해, 그러나지금 이곳에는 없다한국전쟁도 한참 지난 때우리엄마 사촌동생 외당숙 아저씨, 가끔우리집에 들르시면늦은 밤 무릎 꿇고 조용히 울먹이며 기도한다씨레이션 봉지와 희한한 향기 나는 껌과사탕 몇 알 쥐어주시던 아저씨무릎 낡은 후란넬 바지가 푸석거렸다손때 묻은 가죽 가방에서 성경책 꺼내 읽던예수쟁이 아저씨, 언제나 환히 웃어주셨다외갓집 마을에선, 미친 예수쟁이라고 수근댔단다걱정 슬픔 내려놓고 복된 소리 전하시던아저씨 이야기는 끝도 없었지다니엘과 사자굴, 아기예수와 마굿간흰눈 내리는 날 이면아저씨 성경 이야기가 도란도란창밖 싸락눈과 함께 내린다성탄절, 하얀 밤외당숙 아저씨 성경 이야기도란도란 내린다내 안에서 지금도 나직이 내리고 있다성탄절 절기가 오면 왠지 바쁘고 설렌다. 한 해가 저무는 아쉬움도 있겠지만 온 인류에게 새 생명과 새 희망의 선물을 안고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쁨이 있다.성탄절기의 어릴 적 기억은 아름다운 紋樣으로 아로새겨 진다. 낯설게 기독교 복음이 전파되던 시절, 전도자 앞에서, 어린 아이는 맑고 순수한 영혼으로 오묘한 복음의 소리를 듣는다. 외당숙 아저씨는 얼마나 무릎을 꿇고 기도했을까, 후란넬 바지의 무릎이 낡아져 있고 성경가방은 그 간절함으로 손 때 묻어 낡은 가방이 되었다. 눈 내리는 성탄의 밤... 밖에는 흰 눈이 내린다, 예수그리스도의 성결한 모습을 닮은 눈은 더욱 신비롭고 성스럽다.마을을 돌며 聖誕頌을 부르던 성스런 밤, 천상에서 노래하는 천사들의 화음이 눈과 함께 소복하게 쌓였다. ...아저씨는 지금 여기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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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2-23
  • (경현수)귀가
    귀가 목 영 민해는 서산에 지고붉은 노을이 각혈한 듯빨간 하늘에 구름이 낭자하다스산한 바람이 불어 으스스한데이파리 죄다 떠나보낸가지만 앙상하다집으로 가는 길엔초승달이 중천에 떠 있고건너편 아파트엔 불빛이듬성듬성 켜져 있다붕어빵 사든 아빠는아들딸과 아내를 생각하며오지 않는 버스에 목이 늘어진다가로등이 불어오는 초저녁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칼이 날리고따끈했던 붕어빵은 식어간다따뜻한 것들이 그리운 계절, 서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정감 있는 시 한편이 生의 경외감을 불러 온다. 고달픈 하루를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있다. 만추의 초저녁에, 해도 집으로 돌아가고 낙엽도 본향으로 돌아가려고 땅바닥을 뒹굴고 있다.가을의 음향과 색채와 향기 그 어느 것 하나 쓸쓸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프랑스의 노르망디 귀족 태생인 구르몽의 詩 ‘낙엽’을 떠 올린다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 낙엽은 버림 받고 땅위에 흩어져 있다 //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아스팔트 위에 웅크리고 있는 암갈색 이파리는 서걱 거리며 우는 듯 휩쓸려 있다.가을도 깊어가고 붉던 하늘이 스러지고 밤이 오고 있다. 귀로에 든 가장은 고달프고 버거운 하루 였지만 오렌지 빛 등이 켜진 가족 곁으로 가고 있다. 붕어빵 한 봉지를 안고 있는 발걸음은 가볍고 마음은 설렌다. 버스는 좀체 빨리 오지 않고 따끈하던 붕어빵은 식어가고 있어 조바심이 되지만, 아름다운 귀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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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2-15
  • (경현수)소망
    소망 양 왕 용아침마다 출근길의차창 밖으로 보이는여인들의갈라진 옷자락 사이의허벅지의 눈부심.당신이 가르쳐 주신대로헛되고 헛되도다 반복하면서영원한당신의 모습 바라보기.그래도자꾸만 생각나는 허벅지그 눈부심.내 가슴까지 설레게 하는그 눈부심당신 보시기에세상 속물에만 관심 있는내가정말 한심한 존재인가?묻고 또 물어보기.그때마다아니다 괜찮다 괜찮다 하시면서용서하여 주시는영원한 당신의 모습바라보고 또 바라보기.‘소망의 하나님이 모든 기쁨과 평강을 너희에게 충만케 하사 성령의 능력으로 소망이 넘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롬 15 :13 >이 소망은, 소망의 하나님으로 분명히 레토릭 하고 있다. 단순한 기대나 갈망이 아닌 믿음과 신뢰, 하나님을 향한 깊은 신앙이다. 그러나 순간 순간 어리석은 유혹에 빠져든다. 태초에 에덴동산에서 ‘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한 그 유혹의 블랙홀에-아침마다 출근길의 /갈라진 옷자락 사이의 / 허벅지의 눈부심/자꾸만 생각나는 허벅지 / 그 눈부심전도자가 가로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알고 있지만 또 부끄러운 참회를 한다. 우리 나약함을 아시는 하나님, 괜찮다 괜찮다 하시면서 용서해 주시는 참 소망의 하나님, 그 창조주를 기억하고 경외하는 일만이 인생의 참다운 꿈이며 영원한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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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2-09
  • (경현수)입동
    입동 이 무 권“다 이루었다”십자가에 달린 서른세 살의 청년의 한 마디이십이억 지구인이 ‘아멘 아멘 ’경베를 한다.해마다 봄이 증명하는 낙엽의 부활소멸과 완성이 하나라는 복된 소식그 소멸의 첫날인 오늘낙엽이 진다, 나도한 사흘 푹잠이나 자야겠다. 24 절기 중 열아홉 번 째가 立冬이다. 霜降과 小雪 사이의 절기다. 스산하고 어두운 계절의 암시다. 입동은 겨울을 앞 세우고 와 있다. 자연계의 모든 생명 앞에 죽음을 암시하고 있다. 시베리아 벌판 凍土의 칼바람이 날을 세우고 불어온다.모든 나무와 풀과 꽃들은 시들어 땅으로 떨어져 그들의 생명을 마무리 한다. 鬱鬱하던 숲은 죽음처럼 동면에 들어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인은 입동은 곧 소멸이요, 소생이라고 복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입동과 입춘의 묘한 대립과 공존이 희망이다. 죽음은 부활이라는 것을 예수님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며 남기신 “다 이루었다”는 話頭가 인류의 새 생명이고 희망이다. 낙엽은 곧 새로운 생명으로 소생되고 우리 생명도 부활의 생명이 된다는 진리를 안다.T.S 엘리엇은 그의 시 ‘황무지’에서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라고 노래했음에, 어둡고 우울한 시어와 이야기 조각들이 지성적 詩句로 표현되며 죽음이 결코 죽음으로 매장되지 않고 다시 소생하게 됨을 경험 하게 된다.나뭇잎은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도, 입동 앞에 서 있는 나무와 우리는 영원한 죽음이 아닌 부활 생명으로 돌아감을 시인은 明徵하게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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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1-25
  • (경현수)가을엽서
    가을엽서 엄 창 섭아, 거기 가을인가요단풍 같은 엽서 한 장팔랑 대문 안에 날아온오늘 이 설레임고맙게사랑꽃 곱게가슴 가득 피네요언제나 오시나요기다림 참 아프네요깊이 익은 사랑 마음국화 함께 꽃 필까요부러워읽고 싶은 엽서코스모스 손짓하네요임 생각 깊은 가을밤달빛 속에 우는 귀뚜라미가슴 저며 오는 창 앞에임 모습 그리며괴로움수 놓이는 엽서또 읽고 또 봅니다 가을날 , 누군가에게 엽서 한 장 보내도 좋을 듯, 더군다나 의외로 문득 나에게로 날아온 붉은 엽서는 경이로운 탄성이다. 붉은 단풍잎은 가을 편지다. 멀리 떠나게 되었다고, 잎맥은 마알간 뼈를 드러내고 고백을 한다. 공허함과 적막감에 젖어든다그러나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출발점이기도하다.생성과 소멸의 섭리를 배운다. 五穀百果가 들판에 가득하고 온갖 색채의 향연이 끝나가고 있다. 떠나보내는 일도 고개 숙이고 유순하게 보내야한다. 다시금 기다림의 긴 시간을 맞이해야한다. 그 不在의 아픔을 깊은 가을밤과 함께해야한다.시인은 한 장의 엽서의 체온으로 차가운 가을밤을 묵상하며 섭리에 순응하는 것을 안다.이윽고 우리는 가라앉을 것이다 /차디찬 어두움 속으로 / 너무나도 짧은 우리 여름날/ 그 강렬한 밝음이여 / 안녕히 / 모닥불 타는 소리를 / 나는 벌써 들었다.상징주의 시인 보들레르는 그렇게 가을을 예감하고 맞이하고 있었다.가을에, 시인은 엽서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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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1-17
  • (경현수)점심(點心)
    점심(點心) 주 원 규늙은 장로와 늙은 집사가겸상하여 마주 앉은 자리다고등어 가운데 토막을 서로 드시라밀쳐 놓는다토담 너머에선 오동잎 큰 잎새가너훌 너훌 떨어져 내린다개울물 물소리 사이사이로말매미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아다닌다고등어 가운데 토막은 가운데 토막으로 그냥 있고오동나무 큰 잎새가 또 한 잎너훌너훌 떨어져 내린다개골창 물소리가 더욱 소리를 높이는 사이사이로늙은 장로님과 늙은 집사님서로 건너보는 눈빛이 깊다한 낯 아무도 없는 적막한 집에 노 부부가 마주앉아 점심상 앞에 고즈넉이 앉았다소박한 밥상이다. 독실한 크리스챤의 모습이기도 하다. 배려와 사랑이 몸에 베어든 부부는 아름답고 아리다, 무엇을 서로 더 나누어야 할까, 고등어 한 토막을 서로 미루다가 밥 한 그릇 다 비우도록 고등어는 달랑 혼자 남았다.그들의 고독을 달래 줄 누구도 없다, 토담 너머 오동잎들이 그들의 시간을 다 써버린 듯 잎새는 흙으로 쓸쓸히 되돌아가려는 모양이다. 노 부부도 오동잎을 닮아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신비롭고 경쾌하다 개울물 소리, 철모르는 말매미들, 그들의 삶에 도취되어 마냥 날아다닌다, 모든 소리와 적막이 자연의 행간을 오고 간다.늙은 장로와 늙은 집사님의 사랑의 빛깔이 밥상위에 갈색으로 얹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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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1-06
  • 경현수)건널목
    건널목 김 진 놀라운 운명곡을 들으며서해대교를 건너다,난간에 걸린 일몰을 만났다저멀리 굴뚝연기는 솟아올라서쪽으로 흩어지고, 붉은 슬픔은바다로 하나다췌장암이 그렇게 아프다지귤 한 알을 꿀꺽 삼켰다이미 깜깜해진 새우젓마을장지는 다리 건너 네 번째 봉우리상주를 두고 우리는다시 대교를 건넌다가을이 깊게 지상에 내려 앉는다, 조락(凋落) 의 계절, 가슴에 닿는 시 한 편 쯤 읽는 기쁨은 누구에게나 행복한 순간을 선물 받게 된다.시인은 평범한 주제를 놀랍게도 극적으로 환치(換置)시켜 한층 심화된 충격을 보여주는 “건널목”은 시를 읽는 순간 아름다운 비감에 젖어들게 한다, 무슨 주석 따위가 필요할까- , 놀라운 운명곡 / 서해대교 / 난간에 걸린 일몰이 짧은 시맥(詩脈)의 구도는 시 전문을 예감하게 된다. 덜컹 가슴을 파고드는 페이소스는 소리치지 않아도 저 깊은 곳의 生과 死 의 간극을 맛보게 된다. 삶과 죽음이 아름다운 붉은 한 빛깔로 어우러져 바다에 안겨들다니, 장지를 -아니 죽음을 뒤로 하고 서해대교를 건너는 문상객의 귀로, 서해대교 라는 건널목은 만남과 이별을 건네주고 있을 것이다.네번 째 산 봉우리는 아무 일 없었던 듯 붉은 눈시울을 바다에 던져두고, 깊은 울음조차 바다로 흘러 보내고 있다.생과 사는 바다가 흐르듯 한 곳으로 건너 흐르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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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0-27
  • ( 경현수)대춘(待春)
    대춘(待春) 안 재 찬 나 - 백두는 세월에 목 목덜미 잡혀 지금 얼굴이야 또렷한 가을의 빛깔이지만 가슴 속 춘향이의 丹心이 있으므로 천둥 소리 지축을 뒤흔들고 안개가 온 누리를 덮어도 이랑엔 이랑에는 씨를 뿌려 잡초 따윈 솎아내면서 한 쟁반 싱싱한 푸성귀를 밥상에다 듬뿍 올려 놓고설랑 다시금 생각이 깊어짐은 언제 언제인가는______ 딱히 마주할 임께서 오실 그날 까지 환히 불을 밝히 鏡臺 앞에 앉아서 우련히 분 바르고는 가르마 머리 를 곱다랗게 빗질을 할 것 입니다 꼬 옥 빗질을 할 것입니다 나는 한라 아 멘- 詩가 대한민국 지도라니...공공의 형식성과 사적 주관성의 양극을 절묘하게 시각적(視覺的) 의도를 깔고 있는 대춘 즉 “봄을 기다린 다”는 시 앞에서 잠시 멈추어 서게 된다.시인은 시각적 Format을 구성하여 은유적 본심을 드러내고 있다. 조국 한반도의 내적 소망의 외침이 그윽히 모두의 가슴에 전이(轉移)되고 있다, 분단된 반쪽의 땅에서 마치 신부가 신랑을 기다리듯 고전(古典)적 언어로 장치하고 있다, 거울 앞에서 고운 분 바르고 동백기름 발라 가르마 곱게 쪽지고, 고즈넉이 님을 기다리는 조선의 여인, 먼 들판에는 알 수 없는 안개로 가리우고 때로는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한반도의 아픔이 있어도, 밭이랑에 잡초가 무성해도 솎아내고 기름진 밭 가꾸어 오곡(五穀)과 푸성귀 심어 밥상 가득 푸르름 넘치며 재회의 날을 기다린 다.하나 되고자 하는 염원이며 일편단심(一片丹心), 한반도의 잘리 운 허리 38선에 연을 갈라 두 조각으로 배치해 놓은 것도 시인의 애절한 의도로 다가온다.남북의 정점에는 백두산과 한라산이 있다. 아름다운 영산이 백두대간을 관통하며 백두에서 부르는 소리에 한라가 화답하고 그 唱和하는 소리 금수강산에 울려 퍼지길 기도한다.땅과 하늘이 화답하리라. Amen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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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0-14
  • 은유(隱喩)의 집-오수(午睡)
    은유(隱喩)의 집-오수(午睡) 이 소 영유화속의 아이들이 뛰어내린다하나 둘 셋흔들리는 라벤더향햇빛을 찍어 벽화를 그리는 아이대롱을 물고 햇살을 쫘악 뿌리는 아이구슬을 꿰는 아이손가락을 입에 문 내 유년을 닮은 아이아침 튜브에서 햇살을 다 쏟아놓고심심해진 아이들이 슬며시그림 속으로 돌아가면문득 단잠을 흔드는 정오의 차임벨꿈은 빈 화구(畵具)를 챙겨 급히 떠난다장미가 일제히 말문을 터뜨리기 시작하는하오(下午).잠시 동화 속 이야기로 빨려든 듯, 잠든 무의식 속, 꿈길 언저리에 펼쳐지는 무지개 색깔이 환하다.한 장의 유화 속에 아롱지게 그려놓은 시 한 편, 잠결에 들리는 스토리 텔링 이다어둡고 희망 없는 듯한 현실에 묶여 있어도 의식의 깊숙한 곳에 시인의 희망은 소멸되지 않고 아이적 꿈을 여전히 키우고 있지 않을까,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에서, 다시 시간을 넘나드는 초능력의 힘은 시인의 꿈인 듯하다. 짧은 오수의 달콤함 만은 아닌 듯, 남가일몽(南柯一夢)은 아닐진대, 꿈은 빈 화구(畵具)를 챙겨 급히 떠났다, 오수(午睡)가 떠난 자리 장미가 일제히 꽃잎을 열고 새로운 우주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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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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