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총회 파행의 원인은 ‘불법선거운동’
선거관리위원회의 무능과 직무유기가 가져온 ‘예고된 수순’
선거관리위원회의 무능과 직무유기가 가져온 ‘예고된 수순’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기관 대강당에서 개최된 한기총 재22회 총회 파행은 그동안 한국교회가 관행처럼 저질러온 불법선거운동의 결과이다.
한기총은 지난해 12월 27일 같은 장소에서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엄신형목사) 주관하에 실행위원회가 모여 제17대 대표회장 선거를 시행했다. 그 결과 길자연 후보가 김동권 후보를 누르고 차기 대표회장에 당선됐다. 그런데 이날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에 앞서 보고되어야 할 특정 후보의 선거법 위반에 대한 보고서를 실행위원들에게 고지하지 않고 일반 유인물과 함께 배포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실행위원들은 선거법을 심각히 위반한 후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한기총 선거관리위원회는 길자연 후보가 2010년 12월10일자 기자회견에서 “이광선 대표회장이 선관위원들을 일방적으로 임명했다는 주장은 선거관리규정 제2조 1항을 위반한 것”이며, 2010년 12월14일자 정책발표회에서 “처치스테이를 위해 문화관광부 ‘종무실장과 협의했다’고 한 발언은 허위사실 유포 및 허위진술로 이 역시 선거관리규정 제2조 1항을 위반한 것에 해당되며”, 길자연목사의 선거대책위원장 홍재철목사가 선거관리위원 조경대목사와 실행위원 김탁기목사를 대동하고 또다른 선거관리위원인 김호윤목사를 찾아가 길자연 후보지지를 요청한 것은 “선거관리규정 제9조 불법선거운동에 해당된다”고 결의했다. 9명의 선거관리위원들은 이 결의를 확인하고 확인서에 모두 싸인했다.
선거관리규정 제7조 2항 4호는 “입후보자가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하거나 불법선거운동을 했다는 고발이 있고, 사실이 확인되면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결의로 후보자격을 상실케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기총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엄신형목사, 서기 윤종관목사, 위원 최성규목사 김윤기목사 김호윤목사 김진철목사 문원순목사 임석영목사 하태초장로(9명)는 12월 선거관리 경비로 7606만원을 사용했다. 두 후보에게서 각각 5000만원씩 발전기금이란 명목의 기탁금을 받아 회의를 모일 때마다 1인당 50만원씩의 회의비를 지불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선거관리위원들은 자신들이 조사한 특정 후보의 명백한 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한기총의 화합과 발전을 위하여 김동권 후보와 길자연 후보 중 실행위원들이 대표회장을 선출해 주시기 바란다”며 두 후보가 아무런 하자가 없는 것처럼 어물쩍 넘겼다. 그 결과 지난 20일 총회가 파행을 맞게 된 것이다.
20일 총회는 지난해 12월10일, 길자연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 홍재철목사와 선관위원 조경대목사 등이 횃불중앙교회 김호윤목사를 방문하여 길자연 후보의 지지를 부탁한 일을 실행위원 이광원목사가 적발해 한기총 선관위에 조사를 의뢰했는데, 선관위는 명백한 “불법선거운동에 해당된다”(선거관리규정 제9조)고 결정하고, 조경대목사를 선거관리위원에서 해임하고 김윤기목사를 임명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특정 후보의 불법 사실을 대내외에 공표하거나 실행위원들에게 고지하지 않았다. 20일 총회는 일부 대의원들이 이런 사실을 이유로 들어 길후보의 당선이 무효라고 주장한데서 비롯됐다. 선관위가 제대로 일을 처리했다면 20일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불법을 ‘화합’운운하며 어물쩍 덮은 한기총 선관위의 직무유기와 미숙한 판단이 “한기총의 화합과 발전”이 아니라, 한기총을 분열시키는데 한 몫 한 셈이다.
한국교회는 법과 규칙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집단이 되어가고 있다. 헌법이나 규칙 위에 ‘은혜의 법’을 내세운 힘의 논리로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법’을 지키는 것이 곧 ‘은혜’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은혜를 앞세워 법이 무시되기 시작하면 교회공동체가 스스로 만든 헌법이나 교회의 권징은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그것은 다만 교권주의자들의 무기가 되어 상대 세력을 제압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게 된다. 노회나 총회 또는 연합단체의 분쟁은 십중팔구 법을 무사히는 ‘힘있는 패거리’의 억지 주장 때문이다.
이번 한기총 제22회 총회의 파행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고, 앞으로 더 험악한 사태를 야기할 수 있는 전초전에 불과한 것으로 보여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