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범교계적으로 참여시키려는 준비위의 시도는 옳다
NCC계의 틀 넘어 주직 구성…WCC에 대한 오해와 편견 불식 기회 삼아야
2013년 10월에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되는 WCC 제10차 부산총회를 앞두고 한국의 회원교단들은 1년여 만에 가까스로 한국준비위원회(위원장 김삼환목사)를 구성하고, 집행위(위원장 김영주목사)를 비롯 조직을 구성했으나 회의 때마다 의견이 엇갈려 효율적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런 불협화음의 원인은 예장통합, 기장, 기감, 성공회 등 4개 WCC 회원교단을 중심으로 총회를 치르려는 NCC계와 범교계적인 참여를 통해 WCC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해소해 보려는 예장통합측의 생각이 서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NCC계는 통합측이 너무 욕심을 많이 부린다는 것이고, 통합측은 NCC계의 에큐메니칼맨들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이로인해 급기야 최근 NCCK 실행위에서 WCC 한국준비위원장을 향해 준비위를 지지부진하게 끌고 가려면 그만 두라는 극단적 발언이 나오고, 이에 준비위원장 김삼환목사가 사의를 표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WCC 부산총회는 밖으로는 보수교단들의 무조건 반대와 안으로는 조직 구성원 간의 이견으로 준비과정에서부터 혼선을 겪고 있는 셈이다.
예장통합측과 WCC
WCC 회원교단 중 통합측은 위의 다른 3개 교단과는 입장이 조금 다르다. 통합측이 1959년 합동측과 갈라진 원인이 WCC 문제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합측은 이번 기회에 교계에 널리 퍼져있는 WCC에 대한 용공주의, 다원주의, 종교혼합주의 등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는 기회로 삼고자 하고 있다. 통합측은 단지 WCC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유로 NAE측으로부터 ‘칼측 이단’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사실 WCC의 ‘용공’(容共) 비난은 오해이다. 1948년 WCC가 창립될 당시 러시아 공산주의는 헝가리와 폴란드 등 동구라파를 점령했다. 이들 공산주의 국가들의 교회가 WCC에 가입하고, 거기에 공산당원이 교회 대표로 참여함으로써 빚은 반WCC 인사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WCC는 일체의 유물사관을 갖고 있지 않다. 그리고 이제는 쿠바와 북한을 비롯 극히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공산주의 자체가 소멸됐다.
WCC에 대한 다원주의 역시 WCC에 참여한 일부 신학자들의 견해일뿐 WCC의 기본신학은 아니다. WCC가 지난 아홉 차례 총회에서 채택한 주제는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 성령이었다. 타종교에 대해서는 어디까지나 ‘대화’에 있었다. 타종교와의 대화 자체마저도 거부하려면 아예 교회 안에서만 살거나, 바울이 말한 바 “만일 그리하려면 세상 밖으로 나가(살아)야 할 것이다”(고전 5:10).
WCC 총회 한국준비위는 NCC 틀을 넘어서라
한국교회에는 교단협의체가 여럿 있다. 가장 오래된 NCCK를 비롯, 한기총, 기독교교단협, 보수교단협, 개혁교단협 등이 그것들이다. 이들 가운데 NCCK는 예장통합, 기장, 기감, 성공회, 기하성, 구세군, 루터교, 복음교회, 한국정교회 등 9개 교단이 가입되어 있다. 이들 교단이 거느린 교회 수는 약1만9000여 개이다. 나머지 4만여 개 교회는 NCC와 무관하다. 그렇다고 NCCK가 한국교회의 대표성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분명히 한국교회의 대표성은 NCCK에 있다. 그러나 WCC 총회라는 호재를 한국교회가 세계교회를 알 수 있는 귀중한 기회로 삼을 수 있는데, WCC 한국준비위원회의 조직과 운영을 NCCK 운영의 틀로 동일시 하려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는 것이다. WCC 총회에 어떤 모양으로든 참여할 수 있다면, 그것이 어떤 교단이든, 개인이든 함께 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준비위가 WCC 회원교단은 아니지만 NCC 회원교단과 비NCC 회원교단 인사들까지 준비위에 영입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의미있는 활동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WCC 총회 한국준비위 상임위원회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지도자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중심 기능을 감당해야 한다. 사실 WCC 한국준비위가 삐걱거리는데는 그동안 에큐메니칼운동의 핵심을 이루어온 소위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마피아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면도 없지 않다. 이들 에큐메니칼맨들은 대부분 기장이나 기감, 성공회 목회자들이다. 예장에도 한때 에큐메니칼맨들이 있었으나 지금은 통합측에서 에큐메니칼맨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80년대말 한기총이 창립된 이후 통합측은 NCCK를 중심한 에큐메니칼운동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WCC 총회 한국교회 전체가 함께해야
한국교회에는 WCC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너무 깊다. 소위 보수교단들은 WCC가 무엇을 하는지는 몰라도 WCC를 무조건 반대해야 한다는 생각은 동일하다. 이는 세계교회의 흐름에 대한 무지에서 나오는 신앙적 편견이다. 지금 한기총 내에 WCC 부산총회 반대대책위원회가 있다. 이는 몰상식이다. 왜냐면 지금은 비록 집행부와 통합측이 소원한 관계에 있지만 한기총 내에 WCC 회원교단이 있는데, 그 교단이 유치한 세계교회 행사를 반대하기 위해 대책위원회까지 만들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WCC에 문제가 있다면 오히려 한국교회 전체 이름으로 시정을 요구하고, 그것이 시정될 때 거기에 참여하는 것이 세계교회 운영에 한국교회가 공헌할 수 있는 일이지,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은 신앙적 태도라 보기 어렵다.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는 그것이 어디에 있든 하나이다. 어느 한 쪽이 망가지면 세계교회 전체가 병든다. 일부 한국의 보수주의 교회들이 다른 교회는 망가지든 말든 ‘우리만 보수하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미안하지만 이런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라고 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가능하면 범교계적인 조직을 통해 한국교회와 함께 가려는 부산총회 준비위원회의 시도는 옳다는 것이다. 좀 시간은 걸리고 잡음은 있을지라도 비회원교단을 하나라도 더 참여시키고, 한사람이라도 더 우호적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잘하는 일이지 결코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WCC 부산총회 준비위에도 연합과 일치의 정신이 아쉽다.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