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어떤 공동체인가?
양화진에 있는 외국인 선교사 묘지를 방문해 보면 한국의 척박한 삶의 자리에 와서 하나님의 선교의 사명을 가지고 “교회가 개화기에 한국 사회에 어떤 삶을 가질 것인가?” 하는 방향을 제시하며 ‘사랑의 나침반’역할을 하다가 이 땅에 묻힌 그들의 묘지를 보면 많은 감회를 갖게 하고 숙연한 마음 그지없다. 자기 나라를 떠나 어둠 가운데 헤매는 우리 민족을 위해 빛으로 삶의 길을 열어 보인 숭고한 신앙에서 하나님의 선교의 사명이 오늘의 교회를 깨우치게 한다. 구원의 나침반으로 하늘과 땅의 방향을 열어 보이신 위대한 신앙의 삶이 그리고 교회가 얼마나 중요한 한가를 알게 하여 “교회는 어떤 공동체인가?”를 서울교회 창립주일에 생각해 본다.
우리는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비유한다. 그 몸이란 유기체이다. 유기체는 전체성을 존중한다. 손가락 하나의 아픔은 그 아픔을 손가락 하나에 국한시킬 수 없다. 몸 전체가 아픈 것이다. 그리고 유기체의 각 부분은 전체의 균형과 발전을 위해 기능 한다. 교회를 몸으로 이해한 것은 바로 단합된 유기체적 공동체임을 뜻한다. 이 공동체는 몇 가지 의식(意識)이 있다.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 된 공동체는 신뢰의식이 생긴다. 신뢰의식은 자기를 비우는 용기를 요청한다. 자기를 비우고 자기를 부정하고 자기를 초월하여 다른 경험에 동참하게 된다. 이것은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명하신 당신의 뜻이다. 이러한 공감대 형성은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것이 귀하다고 가르치시고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를 따르라고 그 삶을 친히 보여 주셨다. 이 신뢰의식이 공동체를 안으로 튼튼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한다면 사명의식은 밖을 향하여 예언자적 외침을 외치게 하는 의식이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공동체라는 자각을 가지게 하는 사명의식을 알게 한다.
인간은 삶을 의지하려는 의존자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의존할 수 있는 인간을 창조하신 자존자를 모시고 그 본체에 접붙여야 참 삶을 살 수 있다. 그로 말미암아 살고, 그를 위하여 죽고, 그리고 그에게로 돌아가는 절대 생명인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관계 맺어 살아야 참으로 사는 인간 사회를 알게 한다. 우리가 인간화를 말하기 위해서는 비인간화의 현실과 그 원인을 먼저 규명할 필요가 있다. 비인간화의 현실의 중심문제는 인간 소외와 경제적 착취, 정치적 억압 그리고 성차별과 인종차별 등이다. 소외란 개인이 주체가 아닌 객체로 또 사물로, 상품으로 변형되는 과정이며 자신이 창조한 모든 것들에 부속품화 되는 것을 말한다. ‘에리히 프롬’은 현대인의 소외를 다섯 가지로 말한다. 이 세상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사는 사람, 하나님을 알아도 하나님을 공경하며 감사하고 그에게 영광 돌리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 하나님을 무시하고 제 멋대로 사는 사람, 하나님을 반역하고 사는 사람 등을 지적한다. 우리 인간은 의존자이다. 우리가 의존할 수 있는 자존자를 모시고 그 본체에 접붙여야 한다. 그로 말미암아 살고, 그를 위하여 살고, 그리고 그에게로 사는 절대 생명인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관계 맺어 살아야만 참으로 사는 인간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교회는 역사 속으로 전개되고 있는 각종 부정의(不正義), 부자유(不自由), 불평등(不平等), 비인간 화(非人間化)에 외면 할 수 없다. 역사 속에서 새로운 인간뿐만 아니라 보다 바람직한 구조를 창조하는 일에 그리스도인은 앞장서야 한다. 예수가 사랑했던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는가? 부당하게 처벌받는 자, 병든 자, 우는 자, 핍박받는 자, 포로 된 자, 눌린 자, 애통하는 자, 죄인, 사마리아인, 여성, 어린이, 갈릴리 사람 등이다. 그러면서 거침없이 비판하시고 ‘독사의 새끼들’이라고 부조리한 구조, 불의한 집단에 대해서 불처럼 비판하신 것을 예수님의 삶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흔히 우리는 얌전하고 점잖은 예수, 온유하고 겸손하기만 하신 예수만을 생각하고 무사안일, 좋은 것이 좋아하는 척 한다. 요즘 교회가 쓸데없이 안으로는 서로 이단으로 정죄하여 분연하면서 밖으로는 정치세력에게 아부하여 왔다. 이러한 교회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로’라는 예수의 말씀을 편리하게 적용하여 사회 참여하는 신앙인들을 비판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오늘의 가이사의 세력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음을 본다. 한국 교회가 성숙하고 삶의 질을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의 몸된 공동체로 돌아가야 한다. 안으로는 그리스도의 피와 살로 뭉친 따뜻한 공동체가 되고 밖으로는 새역사 창조를 위해 예언자처럼 용기 있게 정의와 인간화와 같은 구현을 위해 구조적으로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