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은 약속된 은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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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에서 늙는다는 것은 백발로 노년이 되어 하나님이 주시는 복이며,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계명을 지킨 데 대한 은총으로 이해한다. 그러므로 노년은 이러한 하나님의 은총과 복을 증언하며 살아야 할 사명이 있는 시기이다. 그리하여 구약에서는 나이 많아 늙은 노년을 히브리어로 ‘세바 토바’라고 했는데 직역하면 ‘좋은 흰머리’라는 뜻이며, 아브라함, 기드온(삿 8:32), 다윗(대상 29:28)의 노년에 이런 표현이 사용되었다. 이것은 보다 구체적으로 머리가 완전히 희어질 때까지 오래 살고, 죽을 때까지 형통하며 자연사함을 말한다. 흰머리의 노년은 슬퍼하고 기피할 것이 아니다. 오는 백발을 막아보려는 생각은 부질없는 것이며, 백발을 검게 물들이는 것도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젊은이의 자랑은 힘이요, 노인의 영광은 백발이다.”라고 성서는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백발'을 볼 때까지 오래 살도록 원하는 것이 신앙적인 태도이며, 또한 오래 사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백발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 정직하심과 그 분의 은총을 증언해야 하는 사명이 삶의 경험으로 나타나야 한다. 성서에서 신앙인들은 노년에 이르기까지 장수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욕심이라고 여기지 않았으며, 하나님의 은총을 증언할 좋은 기회로 삼았다고 하는 점은 오늘을 사는 노년의 이해에 있어서 좋은 교훈이 되어야 한다. 지혜는 노인들의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것으로 그들의 가르침을 받을 것을 성서는 제시하고 있다. 지혜자로서의 노인의 역할은 대표적으로 구약시대의 ‘장로’의 직분으로 나타난다. 장로를 히브리어로 ‘자켄’(zagen)이라고 하는데, 본래는 노인의 얼굴에 있는 긴 수염을 가리키는 것이다. 곧 장로란 연령이 높고 생의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를 일컫는 말로 성서의 장로는 가족과 공동체내에서 일어난 시시비비를 가려주고, 충고와 권면을 통하여 올바른 삶을 살도록 하는 지도력을 발휘하여 장로라 일컬음을 받는다. 신명기 32:7절에 “옛날을 기억하라 역대의 연대를 생각하라 네 아비에게 물으라 그가 네게 설명할 것이요 네 어른들에게 물으라 그들이 네게 이르리로다”라고 함에 유의한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점차 쇠약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노인의 표시로서 성서는 무엇보다 흰머리(백발)를 언급한다. 말년에 사무엘은 “보라. 나는 늙어 머리가 희었고”(삼상 12:2)라고 말하고 있다. 흰머리와 함께 노년은 시력, 청력, 미각과 치아의 약화 내지는 상실과 함께 기운이 약해져서 지팡이에 의지하게 되고(슥 8:4), 불면증, 걱정, 욕망의 감퇴를 경험하며 고독과 소외에 대한 두려움(시 71:9)을 느끼게 된다. 노년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쇠약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자녀들에게 부모를 공경할 것을 명령하셨다(출 20:12; 신 5:16; 엡 6:1-2). 여기 ‘공경하다’라는 히브리어 동사 ‘킵베드’는 노년의 부모에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돌보아 드린다.”(versorgen)고 실제적인 뜻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십계명의 제5계명에서 주목한다. 모세가 시내산(호렙산)에서 여호와 하나님으로 부터 받은 열 가지 계명을 말하고 그 내용은 단순한 윤리 도덕이나 생활신조 또는 일반 법률이 아니라 모든 율법의 근간이 되는 기본 계명으로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 간에 언약을 근거로 하여 그 위에 세우신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를 전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