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목회자의 윤리의식 결여가 불러온 설교 표절
과다한 설교 횟수 설교자에 부담… 설교적 능력 및 자격 미달이 문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김경원목사)는 지난 2일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위원장 손인웅목사)와 함께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설교 표절, 왜 심각한 문제인가?’를 주제로 제27차 열린대화마당을 가졌다.
대표회장 김경원 목사(서현교회)는 환영인사를 통해 “목회의 꽃은 설교다. 다른 이가 키운 꽃을 꺾어버리는 행위가 표절일 것”이라며 “목회자 윤리 문제가 심각한데 그중 하나가 표절 문제다. 논문 표절보다 심각한 문제가 설교자들의 표절”이라고 전했다.
또한 “설교는 고민하고 연구하고 번민하는 가운데 영혼의 고백으로 나와야 하는데, 다른 사람의 것을 제 것인 양 갖고 오는 비윤리적 행태가 오늘 한국교회 목회자들 속에 적지 않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 모임을 통해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결단하고, 설교의 윤리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윤리위원회 위원장 손인웅목사(덕수교회 원로)는 “50여 년간 설교한 횟수가 1만 번이다. 그게 문제다. 그동안 표절도 했을 것이다”며 “목회에서 가장 힘든 것이 설교다. ‘글은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설교가 사람이다. 그의 인격과 영성의 모든 것이 그대로 반영되고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설교는 지식 전달뿐만 아니라 감동을 전해야 하며, 영혼을 움직이고 각성과 깨달음도 줘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자신의 메시지대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가장 어렵다. 현재 한국교회 문제도 강단에서 외치는 대로 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정직하게 설교할 수 있나 삶과 말씀의 괴리가 좁혀지는 데서 감동과 힘과 변화가 있다. 말씀 선포자로서 권위를 갖고 변화 일으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로 오늘 자리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후 윤리위원회 서기 정주채목사(향상교회 은퇴)가 ‘설교 표절, 왜 심각한 문제인가?’를 제목으로 기조발제를 전했다.
정목사는 “많은 목사들이 예사로 다른 목사들의 설교를 베껴 설교하고 있다. 인터넷 문화 발달로 설교를 표절하거나 도용하는 일들이 더욱 쉬워졌다”면서 “설교 표절의 기준과 한계를 정하여 분명히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지만, 설교자의 인격적 주체성이 그 시금석이라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성경에 기록된 말씀이 설교자의 인격과 삶을 통과하여 선포될 때 설교가 되고, 설교를 이렇게 정의한다면 표절 설교는 설교자 자신의 인격을 통해 나온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인격과 노력을 통하여 나온 것을 자기에게서 나온 것처럼 설교하는 거짓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설교 표절의 이유로 △1주일에 10회 이상 해야 하는 등 설교 횟수가 너무 많아서 △말씀묵상과 기도생활에 게을러서 △정직하지 못한 성품 때문에 △설교자로서 성경을 읽고 해석하고 적용하며 설교할 수 있는 능력과 기본 자격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해서 등을 꼽았다. 또한 설교 표절이 가져올 결과로 △설교자 자신을 영적으로 황폐하게 만들고 △교회를 황폐하게 만들고 △말씀사역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대사명의 성취는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서 한진환목사(서울서문교회)가 ‘설교 표절,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으로 설교 표절의 정의와 잘못, 개선 제안들을 발표했다.
한목사는 “설교 중에 출처를 밝히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고 전제하고 “설교 표절은 글쓰기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그 기준으로 △의도적인가 △반복적인가 △위선적인가 등을 꼽았다. 설교 표절이 잘못된 이유에 대해서는 △하나님의 현재적 메시지를 가로막고 △설교자의 영혼을 고사시키며 △교회를 병들게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목사는 “설교 표절 문제는 목사 개인의 양식에 의존하는 개인 윤리 성격이 강하므로, 외부적 제도나 환경 변화로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극히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개선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설교 작성에 대한 전반적 교육 강화를 통해 기본적인 글쓰기의 윤리에 대해 세밀히 교육하고, △과중한 설교사역 개선을 위해 목사 자신과 교회 측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고, △좋은 설교로 명예도 얻고 교회 성장도 꾀하고 싶은 목회 성공주의 신드롬을 극복해야 하며, △말씀의 종으로 부름받은 영광스런 소명을 자각하고 설교사역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자화상: 설교 표절’이라는 제목으로 마지막 발제에 나선 안진섭목사(새누리2교회)는 “발표 준비를 위해 유료 설교 사이트에 들어가 봤는데, 제가 했던 설교들을 허락도 받지 않고 제공하고 있더라”고 밝혔다. 또 “전도사 시절 어떤 집회에 갔는데, 초청 강사의 설교가 당시 유명 설교자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표절한 것이었다”며 “심지어 ‘제가 성경을 깊이 연구하면서 깨달은 사실입니다’라는 말도 했는데, 그 말조차 그 유명 설교자의 말을 따라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설교 표절에 대해 △다른 사람의 설교를 통째로 베껴서 설교하는 경우 △다른 사람의 아웃라인을 그래도 베낀 경우 △아웃라인은 자신이 구성했더라도 속 내용은 몇 편의 설교를 짜깁기한 경우 △다른 설교자의 깊은 묵상에서 나온 문장을 자신이 묵상한 결과처럼 출처 없이 말하는 경우를 꼽았다. 설교 표절의 이유로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 부족 △설교 작성에 대한 준비 부족 △설교에 대한 신학의 부재 △영성 깊은 사람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 등을 밝혔다. 그는 “설교 표절은 설교자를 돌이키기 어려운 연속적인 함정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며 “설교 표절이 설교자에게 미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의 설교가 전혀 발전하지 못한다는 점이며, 권위를 상실한 설교는 성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설교 표절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안목사는 “한국교회가 지나치게 목회자의 설교에 의존하는 시스템으로 구조화되었다”면서 “천편일률적인 예배와 설교 방식을 경건의 시간, 성경 공부, 성경 통독 등으로 과감히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근원적 대안으로는 △신학대학원의 커리큘럼 개편 △교육 방식의 전환 △목회자들에 대한 연장교육 기회제공 △담임목사의 부교역자 설교 멘토 등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지금과 같은 설교 표절이 방치된다면 목회자들의 질적 저하와 한국교회의 추락은 시간 문제일 것”이라며 “사명의 무게를 생각한다면 최소한 정직하고 신실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 말씀을 연구하고 묵상하는 것이 설교준비에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성구목사(한목협 상임총무, 예장고신, 시온성교회)가 좌장을 맡은 열린대화 시간에 지형은목사의 “설교 준비와 말씀 묵상의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는 질의에 대해 안진섭목사는 “담임목사가 된 이후 성경 연구에 시간 내기가 어려워져 주일 설교 본문으로 연구하지만 설교 준비라기보다 내 자신이 연구하고 적용하려고 애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종으로서의 마음가짐”이라고 전했다.
“내가 아무리 해도 부족하기 때문에 설교를 표절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참석자의 질문에 대해 한진환목사는 “성도들에게 은혜만 끼칠 수 있다면 방법은 무시해도 좋다는 생각은 인정받으려는 욕망”이라며 “하나님이 청중에게 주시길 원하는 것을 전하는 말씀의 종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정주채 목사는 “설교 내용의 독창성보다 자신의 삶을 통해 나오는 설교, 목회자의 인격성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마틴 로이드-존스는 ‘설교와 설교자’에서 “설교사역은 인생이 받을 수 있는 소명 중에서 가장 고상하고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소명이다”라는 선언으로 시작했다. 이번 대화마당을 통해 참석자들은 설교는 목회자들이 가장 큰 고민과 부담이며 동시에 가장 영광스런 사역임에 다같이 공감하며, 설교사역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다. 금번 대화마당 이후 윤리위원회에서는 설교 표절의 정의에 대해 서두르지 않고 학자들의 연구 및 다양한 논의를 거쳐 발표하기로 했다.
한편, 윤리위원회는 목회자가 거룩의 본보기, 세상의 윤리적 모범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인들과 세상 사람들의 근심거리가 되고 있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목회자들의 윤리적 사명 수행을 돕고자 지난 2012년 11월 한목협에서 독립적인 상설기구로 조직했다.
 <차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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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목협 대화마당 ‘설교 표절, 왜 심각한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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