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애기봉 등탑은 대북 심리전 아닌 평화의 상징”
한기총과 시민단체, 등탑 재건을 위한 모금활동 벌이기로





애기봉 등탑 재건 여부를 놓고 교계가 마찰을 빚고 있어 우려가 되고 있다. 한기총을 중심으로한 보수측은 철거된 등탑 재건을 위한 모금운동을 벌이겠다고 천명한 반면, 반대하는 진보측은 등탑을 ‘전쟁의 도구’라며 재건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등탑 재건 주장하는 한기총
지난 17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목사)와 범시민사회단체연합(상임대표 이갑산)은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애기봉 등탑 재건립을 위한 종교계 및 범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철거된 애기봉을 다시 세워야 할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를 위한 모금운동을 펼칠 뜻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기총의 이영훈 대표회장을 비롯하여 홍재철목사(애기봉등탑건립위원장), 오관석목사(명예회장), 이승렬목사(명예회장), 엄신형목사(증경회장)과 임원들이 참석했으며, 범시민단체에서는 이기택 회장(4·19혁명공로자회)과 이갑산 상임대표(범시민사회단체연합), 이만의 이사장(로하스포럼), 전대열 회장(한국정치평론가협회), 김충환 이사장(동북아평화와한반도통일연구원)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영훈 대표회장은 “애기봉 등탑의 실질적인 역사는 휴전직후 한 병사가 평화통일을 기원하면서 성탄트리를 만든 것이다”며,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트리를 세운 것이 발전하여 1971년 애기봉에 십자가 등탑이 세워지게된 것이다.”고 말했다.
또 “애기봉 등탑은 평화를 상징하는 것이었음에도, 대북관계 심리전처럼 여겨지면서 철거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한기총에서는 어떠한 정치적, 군사적 목적도 부여하지 않고 원래 세워진 순수한 동기인 전쟁의 종식과 함게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재건립을 하려고 한다”고 건립목적을 설명했다. 특히 “대립이나 심리전의 일환이 아니라 성탄트리의 불을 밝혀 더 이상 이 땅에 동족상잔의 비극이 없어야 하겠다는 염원을 담은 평화의 트리를 다시 재건하겠다는 순수한 마음과 희망을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기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한기총은 애기봉 등탑철거에 대해 이를 추진한 정부 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의 결정 및 향후 추진사안에 대해 이를 즉각 철회하고 새로운 등탑 재건을 위한 방안을 즉각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한기총은 ‘애기봉 십자가 등탑 건립위원회’를 구성하고, 범국민 캠페인과 집회 등을 통해 적극적인 십자가 등탑 재건노력을 경주키로 한다”고 밝혔다.
또 “애기봉 십자가 등텁 재건에 대해 ‘전쟁을 유도하는 위험한 생각이며, 호전적 기독교 모습으로 선교에 방해되는 반 신앙적인 모습’이라고 반대 주장을 하는 기독교진보성향의 단체 주장은 터무니없는 이념적 갈등을 부추기는 것으로 그 가치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대를 주장한 진보 기독교단체가 주장한 ‘국방부가 보수 기독교 세력을 내세워 대북심리전에 이용해왔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밝혀야 할 것과, 또한 ’한국교회 대표성을 상실한 한기총이 등탑 재건으로 체면을 찾으려 한다‘는 주장과 표현에 대해서는 강력히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다“고 밝혔다.
한기총은 앞으로 “애기봉십자가등탑건립위원회를 중심으로 시민단체인 범사련과 함께 기독교의 중심인 ‘사랑의 정신’과 ‘남북평화운동’ 차원에서의 십자가 등탑 재건을 위해 적극 나설 것임을 다시 한번 주지한다”고 밝혔다.

애기봉 등탑은 전쟁탑
이에 반해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와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는 “애기봉 등탑을 성탄절 트리라고 강변하고 있는 한기총은 진리를 왜곡하여 순진한 성도와 한국교회를 기만하며 나아가 하나님의 뜻 조차 왜곡하고 있다”며, “본래 애기봉 등탑은 처음부터 국방부가 종교를 이용한 대북심리전 수단이다. 박정희가 그곳을 애기봉이라 명명하고 1971년 철탑을 세운 후, 부처님 오신 날에 연등을 켜고 성탄절에는 트리로 변신하는 등탑이었다. 국방부가 종교를 이용해 대북심리전 도구로 활용해온 것이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한기총에 대해 “기독교의 탈을 쓴 호전집단이자 민족갈등 유발자집단”이라고 비난하면서, “한국교회 주요교단이 줄줄이 탈퇴해 한국교회의 대표성을 상실한 분파집단에 불과한 한기총이 전쟁참화를 불러오고 지역주민의 생명과 생활에 위협을 주는 등탑을 재건하는 것은, 한기총 재건과 체면회복을 위한 꼼수에 불과한 것이다”고 폄훼했다.
또 “애기봉 인근 지역주민들은 2004년 남북군사고위급 회담에서 접경지역 전단 살포와 선전탑 등 상호심리전을 중단한 이후 지겹게 듣던 비난방송이 사라져 행복하고도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며, “그러나 2010년 여의도순복음교회가 12월 21일 갑자기 애기봉 등탑에 불을 켰고, 그날부터 10일간 북한의 도발위협 때문에 지하 대피소에 숨어야만 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등탑을 평화의 성탄트리라고 명명했을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민족참화를 불러올지도 모를 전쟁트리와도 같다. 애기봉 등탑은 우리에게 공포이다. 이 땅의 평화를 생각한다면 등탑재건은 멈춰야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등탑 바라보는 시각차 극명
이러한 갈등은 애기봉 등탑을 바라보는 양측의 시각차가 극명히 갈려있기 때문이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등탑의 성격에 대한 규정이다. 한기총은 등탑에 대해 “한반도 평화와 민족통일을 염원하는 상징”으로 규정지은 반면, 진보측은 “대북 선전수단에 불과한 전쟁의 상징”으로 규정짓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애기봉 등탑은 한기총의 주장대로 처음 성탄의 기쁨을 알리고 민족통일을 염원하는 평화의 상징으로 세워진 트리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군사정권에 들어서면서 대북·대남 선전방송을 통한 심리전이 심화되면서, 성탄트리 역시 대북 심리전의 한 방안으로 인식되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실제 2010년 이후 성탄절을 전후하여 애기봉 등탑 점등은 계속해서 갈등을 불러 일으켜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비교적 큰 갈등 없이 등탑 점등이 계속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북녘땅에도 성탄의 기쁨과 평화를 알린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병대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등탑을 철거한 이후, 한기총이 이를 재건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갈등에 불이 붙었다.
일각에서는 한기총이 한국교회의 대표성을 강조하면서 타협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식 추진을 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국교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방주의적 행동으로 인해 거부감을 느끼게끔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남북관계가 묘연한 상황 속에서 애써 철거한 등탑을 재건하는 것은 북한을 더욱 자극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기총의 주장 또한 비난만 받을 순 없다. 등탑 철거 자체가 사단장과 지역자치단체장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로 인해 대통령의 질타까지 나온 상황에서 ‘평화의 상징’인 등탑을 다시 재건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타당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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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애기봉 등탑 보수·진보간 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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