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진영 갈등 깊어지면 한국교회 큰 타격
보수진영, ‘이단 문제’ 입장 차 좁힐 때 관계회복 가능
찬란하게 대지를 박차고 나온 새해 첫 일출을 보며, 이제는 변화될 한국교회의 거룩한 희망을 조심스레 꿈꿔 보지만, 어째 올해도 한국교회는 여전히 어둑한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반목과 다툼을 지속할 테세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기총의 내분과 이로 인한 한교연으로의 분열은 한국교회 연합단체의 가장 큰 불안과 치부로 존재했다. 목회자들의 정치적 욕심으로 갈라진 연합단체가 겉으로는 화해와 연합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그들 스스로는 서로에게 온갖 비난과 욕설을 쏟아내는 것도 모자라, 무분별한 이단 정죄와 사회법 고소 고발까지 단행했다.
문제는 이들 보수 연합기관의 반목이 회원 교단들의 탈퇴 및 분쟁으로 이어졌고, 한국교회의 전체적인 침체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130여년의 한국교회 역사를 단 3년 사이에 송두리째 무너뜨린 두 연합기관의 갈등은 지금도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다행히 양 기관에 이영훈목사와 양병희목사 등 새로운 수장이 들어서며, 다툼 자체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모습이다. 오히려 가끔 공식 석상에 둘이 함께 모습을 보이며, 살짝이나마 통합에 대한 희망을 갖게하고 있다.
이렇게 한숨 돌리는가 싶은 이 때,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그동안 한기총, 한교연 등 보수 연합단체의 다툼과 분열을 보면서, 혀만 끌끌 찼을 교회협이 난데없는 내분에 휩싸였다. 신임 총무선거를 둘러싸고 촉발된 내분은 지난 11월 정기총회에서 정점을 맞았고, 지금까지도 전혀 수습이 되지 않은 채 새해를 맞은 상황이다.
특히 사태가 번질 시점에 예장통합측은 교회협 역사상 처음으로 사회법 고소를 하는가 하면, 정기총회에서는 총회장 주도로 전원 퇴장하는 사태를 빚어내며, 내분의 핵으로 자리했다.
한기총-한교연, “기대할 것도 실망할 것도 없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새해는 그다지 기대할 것도 실망할 것도 없을 듯 하다. 지난 몇 년간 철천지원수처럼 온갖 다툼을 이어왔던 터라, 이들의 반목이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는 상황에, 다행히 올해는 이전에 비해 양 단체간의 큰 충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교계 상황에,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 어느 때보다 양 단체의 사이가 좋아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리 기대할 게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여전히 이들간에는 ‘이단’이라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중대 사안이 남아있다.
현재 한기총은 지난 11월 한국교회에 이단 재검증에 대한 의견을 공고해, 감리교 등 두 교단이 재검증을 요청한 상태다.
이는 신임 대표회장 이영훈목사가 취임 후 처음으로 다루는 이단 문제라는 점에서 1차적인 의미가 있으며, 직전 대표회장인 홍재철목사 때 결의했던 사안을 그대로 이어받을지, 아니면 부정할지에 대한 부분도 매우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홍 대표회장 시절 이단 해제했던 다락방 류광수목사, 평강제일교회 박윤식목사 등은 한교연과의 분열을 촉발한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사안으로, 현재 한교연에서는 통합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실질적인 ‘이단해제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한교연은 이영훈목사에 대해 ‘예의주시’ 조치를 취하고, 추후 ‘이단옹호’까지 결의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라, 이영훈목사가 이번 재검증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향후 양 기관 관계 설정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무너진 에큐메니칼 진영, 통합측과 비통합측 갈등
올해 주목해 보아야할 쪽은 교회협이다. 한국교회를 가장 앞서서 대표하는 연합기관이자, 에큐메니칼 진영을 전면에서 이끌고 있는 교회협은 그동안 한국교회가 온갖 분열과 다툼에 휩싸일때도 별다른 문제없이 지금껏 지내왔다.
그런데 지난해 총무선거를 둘러싸고 통합측과 비통합측간의 갈등에 이어 사회법 소송과 정기총회 퇴장 사태 등 교회협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시간을 지내고 있다.
당시 총무선거의 부조리와 교회협의 문제점을 고발하며, 강력히 반발하다 오히려 다른 회원교단으로부터 집중 비난을 받은바 있는 통합측은 정기총회 퇴장 이후 현재 교회협 사업에 전혀 협조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WCC 준비 과정에서 불거졌던 회원교단 내 반통합 정서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완연히 무르익으며, 한동안 회복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갈등을 초래했다.
비통합측 입장에서는 사회법에 가처분 고소를 하고, 정기총회를 쑥대밭으로 만든 통합측의 행태가 괘씸할 듯도 하지만, 그렇다고 교회협에서 통합측을 배제한다는 것은 결코 상상할 수 조차 없다.
총 9개 교단으로 구성된 교회협에서 통합측의 입지는 이미 일개교단의 수준을 넘어섰다. 규모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영향력 측면에서도 통합측은 결코 교회협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그리고 무엇보다 통합측이 감당하고 있는 재정적 부분이 상당하다. WCC 제10차 부산총회도 한국교회가 주최라고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통합측의 유치로, 통합측의 자본으로, 통합측의 주도로 이뤄진 것이나 별반 다름없다.
다행히 아직까지 통합측이 행정보류 등의 공식적인 조치를 취한 것은 없다. 하지만 통합측 총회장 정영택목사가 “한동안 교회협에 함께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등, 갈등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음을 알리며,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차진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