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참회록

   윤 동 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 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윤동주 시인은 이 시에서 일제 식민지 현실에서 의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한 부끄러움을 솔직하게 고백하였다. 그것은 망국 백성으로서의 부끄러움과 조국에 대한 죄책감이 결합되어 속죄의식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볼 때 이 작품은 인간이 가질 수밖에 없는 속죄의식을 잘 형상화하였다. 이에 대하여 시인은 이렇게 되뇌이고 있다.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이와 같이 인간은 속죄의식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어 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는 이러한 인간을 내버려 두지 않으셨다. 그는 스스로 십자가를 짊어짐으로써 인간이 구원받아 하나님과 화평할 기회를 주셨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 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롬 3:28).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고 평가를 받고 영생을 얻으며,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은 바”(롬 5:5)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이다. 더 이상 “죄에게 종 노릇”(롬 6:6)할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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