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산행 山行
권 용 태

길이 없다고
산을 내려오지 말라

길이 보이지 않으면
길을 열고 오라

산길이 열리면
무거운 짐 내려놓고
굴곡의 길 가지 말고
곧은 길 따라
어둡기 전에 내려오라

더 오를 길 없거든
그리움이 소진消盡되기 전에
꽃 한 송이 들고 내려오라.



 
 
박지원의 「허생전」을 보면 아내가 책만 읽는 남편에게 바가지 긁는 얘기가 나온다. 조선 시대 양반의 무능함을 풍자한 모티프다. 말씀이 생동하지 않는 신자의 모습은 허생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말씀이 생동하는 삶을 살 때 그 삶이 멋지다. 땅끝까지 이르러 복음을 전파하라는 주님의 말씀이 오늘의 한국 교회에 생동하기를 마음 속으로 기원한다.
필자는 얼마 전 몽골에 비전 트립을 가서 보았던 K선교사의 삶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그는 미국의 큰 회사에서 임원을 하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몽골에 자신의 재산을 거의 쏟아붇다시피하여 교회를 설립하였다. 그는 겨울에는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에 하루에도 십여 차례 예배당 난로에 석탄을 넣어야 하는 고충 속에서도 복음 증거를 위하여 헌신하였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의 얼굴에는 언제나 잔잔한 평안이 넘쳐흘렀다. 그가 뿌린 씨앗으로 인하여 그가 울란바토르의 빈민가에 세운 ‘주심 교회’에는 성경 공부를 하는 교인들이 많았다. 이를 통해 성령이 그와 함께 하심을 느낄 수가 있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끌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사도행전> 1:8). 권용태의 「산행」은 신자에게 주어지는 달란트와 길을 생각하게 한다. “길이 보이지 않으면/ 길을 열고 오”란다. 세상 사람들이 보는 길만 길이 아니다. 인간에게는 물질적인 것 말고도 영혼이나 정신이 있다. 성령이 인도하시는 길이 반드시 있다. 성령이 인도하시면 “길을 열고” 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자에게는 남들이 알아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꽃 한 송이” 행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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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재)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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