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6-13(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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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에서, 예수의 기름부음을 받는 장면은 간접적으로 완곡하게 정보를 주는 정도로 표현되어있으나, 고정관념을 뒤엎고, 발에다 기름을 붓는 이야기는 비교적 소상하게 다루었다. 왜 그런 것일까?
2008년에 상영된 영화중에, ‘The Express’라는 영화가 있다. 로버트 갤러거의 자서전 <어니 데이비스 Ernie Davis : Elmira Express>를 영화화 한 것이다. 뉴욕 주 남부의 시골 마을에서 자란 흑인, 어니 데이비스는 인종차별의 벽에 맞서 싸우며 미식축구선수로, 1958년 시라큐스 대학의 백인 코치 벤 슈왈츠왈더에게 발탁되어 러닝 백으로 성장한다.
어니가 라커룸에 들어가자 그의 라커에, 전설의 축구선수 짐 브라운 선수의 백넘버 44번 셔츠가 걸려 있는 것이었다. 백인 선수들은 ‘어째서 유독, 저 흑인에게 기름을 붓느냐? 하며 열을 내었다. 라커룸의 동료들이 눈살이 찌푸리는 중에, 어니는 코치에게 들어가 ‘나는 짐 브라운이 아니다. 내가 왜 그의 번호를 달고 뛰어야 하느냐?’ 하고 항의 하였다. 슈왈츠왈더는 맞받아서 ‘그래 44번은 짐 브라운 번호가 아니라, 너의 번호니 제발 좀 짐 브라운처럼 되질 말고, 그를 능가하는 사람이 되라.’ 하고 소릴 질렀다. 어니는 시라큐스 대학의 미식축구팀 오렌지맨(Syracuse Orangemen)을 이끌고 1959년도 전국 챔피온십 디비전 결승전에 진출한다. 1960년과 1961년에는 각각 ‘코튼볼(Cotton Ball)’과 ‘리버티 볼(Liberty Ball)’에서 2년 연속 MVP 선수로 선정되었고, 같은 해인 1961년, 흑인 최초로 대학 미식축구 최고의 명예인 하이스만 트로피(Heisman trophy)를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기름부음’이 바로 스포츠 훈련과 경기와 맞물려서 영화 장면에 더 적나라하게 들어난 것 같다.
발에다가 기름부음을 받은 이가 우리의 주변에 있다면 누가 떠오를까? 우리의 삶과 역사의 자리에서는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축구선수 박지성의 발과,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저들의 발을 보고 있노라면 감동 그 자체이다. 차라리 경건하다고 할까나......, 마땅하게 표현할 말을 잃는다.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을 보면 머리에 왕관을 쓰고 있는 분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저들의 머리에는 모자가 하나가 아니다. 어떤 이는 모자를 열 개를 쓰고서도 또 쓰려는 것을 쉽사리 볼 수 있다. 모자를 쓰려고 하는 이들이 노회에서도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을 쉬이 볼 수 있고, 총회에서도 연례행사이다. 요즈음 우리교계에서 가장 부끄럽고 보기 싫은 행사 가운데에 하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이러한 느낌은 내 개인적인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어느 누구라도 총대가 되면 이러한 연례행사에 표를 던지게 되는 것이 우리의 형편이다. 요즈음은 연금재단에서도 서로 모자를 쓰려고 줄을 섰으니, 예수 당시 성전 금고지기가 그 당시 종교 권력서열 2위였다 하니 이러한 현상을 알 것만 같다. 마치 저들의 말로가 유병언의 주검과 흡사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 세상에서 머리에 기름부음을 받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 지금도 서유럽에서는 왕위에 오를 때에 기름부음을 받음과 동시에 왕관을 씌우고, 즉위식 찬양이 이어진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머리에 기름부음을 받은 사람들이 즉위식의 영광과는 달리, 실패한 경우들이 얼마나 많은가? 짝퉁 메시아들도 등장할 때는 그 시작들은 요란하였지만, 퇴장할 즈음에는 소리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지도자들도 즉위식에서는 그들의 비전들이 얼마나 요란한가? 허지만 그들의 머리에 얹혀있는 것들이 여러 상황을 만나면서 왜곡되어지고 퇴색하여져서 후에는 자리에만 연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리아는 순전한 나드 유향 한 근을 준비하여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리아와는 다르게 예수의 측근인 제자들은, 너무나 값싼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몰두한 나머지, 예수가 진정 십자가에 못 박히게 되는 것은 알아차리질 못하였다. 헬라에서 올라온 이들도 예수가 처형될 것을 미리 알고 피신시키려 하였지만, 예수께서는 즉각 거절하고 선언하시기를 ‘한 알의 밀알이 죽지를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남는다.’ 하였다. 마리아는, 안석을 끼고 평상에 비스듬히 누워 제자들과 함께 만찬을 나누시는 자리 뒤로 가서, 옥합을 깨트리어 순전한 나드 한 근의 기름을 모두 예수의 발에 부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머리카락으로 발을 깨끗하게 씻기었다. 아마도 이 땅의 모든 인류가 지금까지 지켜본 장면 가운데에 가장 거룩한 모습이었으리라. 그 발에 부어진 기름부음으로 인하여 예수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히실 힘을 얻으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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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교회, 행복한 세상-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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