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는 그의 복음 사역을 시작하시며 열두 제자들을 불러 사도로 세우신다(막 3:13-19). 이후 예수께서 미쳤다는 소문을 듣고 가족들이 그를 찾아 왔다는 전갈을 받고, “누가 내 어머니이고 내 형제들이냐?(막 3:33)고 물으시고, 제자들을 향하여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이 사람이 내 형제이고 누이이고 어머니이다“(35)라고 스스로 대답하시며, 예수님의 가족은 살과 뼈를 나눈 육신의 가족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하여 부르신 그의 제자들이 참 가족임을 선언하신다. 그후 이들에게 주신 말씀이 바로 흔히 ”씨뿌리는 자의 비유“로 알려진 마가복음 4장의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유이다. 이 비유는 4:1-34을 하나의 설교(Discourse)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본문의 구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4:1-2, 큰 무리에게 비유로 가르치시는 예수 (서언)
4:3-25, 뿌려진 씨의 비유 (The Parable of the Seed Sown)
4:3-9, 뿌려진 씨의 비유
4:10-12, 비유의 뜻을 묻는 제자들
4:13-20, 비유를 설명하신 예수
4:21-25, 비유로 말씀하신 목적을 말씀하시는 예수
4:26-29, 자라는 씨의 비유 (The Parable of Seed Growing)
4:30-32, 자란 씨의 비유 (The Parbel of the Seed Grown Up)
4:33-34, 제자들에게 따로 설명해주신 예수 (결언)
이 구조를 살펴보면 본문은 서언(1-2)과 결언(33-34)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언은 예수께서 바다에 떠있는 배 위에 올라 앉아 몰려든 큰 무리를 향하여 비유로 가르치신 말씀 중에 몇 가지를 소개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본론에는 3개의 비유가 소개되어 있다. 첫 번째는 네 종류의 밭에 뿌려진 씨에 대하여 말씀하신다(3-25). 두 번째는 자라는 씨의 비유(26-29), 그리고 세 번째는 자란 씨의 비유(30-32)이다.
이 중에 첫 번째 비유에는 제자들의 질문 (10-12)과 예수님의 대답(21-22)이 그의 비유와 해석의 말미에 각각 첨가되어 있다. 33-34절은 서론에 이어 결론으로 예수께서 많은 비유로 말씀하셨고 제자들에게 따로 설명하여 주셨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둘째와 셋째의 비유는 “예수께서 또 말씀하셨다. ‘하나님 나라는 마치 ...’”(And he said, “The Kingdom of God is as if ...) 라고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첫 번째 비유에서도 예수께서는 11절에 제자들에게 너희에게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이 주어졌다고 하시는 말씀을 통해서 볼 때, 이 세 비유가 다같이 하나님 나라를 주제로 말씀하고 계심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본문의 구조와 주제를 염두에 둔다면 특히 흔히 “씨뿌리는 자의 비유”라고 붙힌 성경들의 문단 제목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씨뿌리는 자의 비유라면 씨뿌리는 사람에 대한 비유나 은유가 되어야 한다. 씨뿌리는 자는 마치 자식을 기르는 엄마와 같으니, 혹은 씨뿌리는 자는 마치 학교의 선생과 같으니 ... 등의 비유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본문의 비유 말씀은 예수께서 씨뿌리는 자에 의해서 뿌려진 씨들이 어디에 떨어져서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가를 말씀하신다. 따라서 그 문단의 제목을 “씨뿌리는 자의 비유” 라기 보다는 “뿌려진 씨의 비유”라고 해야 옳다. 그리하여 뿌려진 씨의 비유(3-9, 13-20), 자라는 씨의 비유(26-29), 그리고 자란씨의 비유(30-32) 라고 해야 본문의 하나님 나라에 대한 설명에 일관성과 통일성이 있다.
성경에 본문을 문단으로 나누고 제목을 붙이는 것은 칼빈의 제의에 따라 제네바 성경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설교자나 성경을 공부하는 자에게 도움이 되는 점도 있지만 자칫 본문의 정확한 이해를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본문은 세 비유를 하나님 나라라는 주제를 가지고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마가복음 4장에서 씨뿌리는 자의 비유 하나만 설교하거나 가르치는 것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전달했다고 볼 수 없다. 더구나 이 본문에서 하나님 나라를 언급하지 않는 것은 알맹이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다.
예수께서 열두 제자들을 사도로 세우시며 주신 첫 번째 말씀이 바로 “하나님 나라”이다. 마가복음 1:14-15에 “때가 찾고 하나님 나라가 가까웠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고 외치신 하나님의 복음을 제자들에게 가르치시고자 한 것이다.
예수께서는 하나님 나라의 가족이 누구인가? 그리고 하나님 나라는 어떤 것인가를 설명하신다. 하나님의 나라는 씨로 비유되는 말씀을 통하여 이루어질 말씀의 나라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나라가 아니다. 하나님 나라는 씨처럼 작은 것이다. 씨가 뿌려지고, 그것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라고, 다 자란 후에는 많은 새들이 와서 깃들 둣이 하나님 나라도 시작은 작고 빈약해도 점점 자라고 커져서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 나라의 가족이 된다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는 말씀 사역으로 이루어지는 나라이다. 따라서 예수께서는 하나님 나라를 위한 말씀의 일꾼으로 부르신 제자들에게 이 말씀 사역에 대하여 가르치신 것이다.
씨를 뿌리는 자는 씨를 뿌리나 그 씨가 다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좋은 땅에 뿌려져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땅에 뿌려져도 100% 다 열매 맺는 것도 아니지만 일단 좋은 땅에 뿌려진 씨는 자란다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씨라도 자라서 좋은 땅에 떨어진 씨는 많은 새들이 깃들 만큼 크게 자란다는 것을 말씀하신다. 따라서 들을 귀있는 자는 들으라고 말씀하시며, “너희는 듣는 것을 주의하여라.”고 명하신다(23-24). 하나님 나라을 위한 말씀의 종은 그가 먼저 하나님의 말씀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하나님 나라는 먼저 말씀을 듣는 제자들, 각 사람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를 하루 아침에 이룰려고 해서는 안된다. 말씀을 가르치고, 그것이 싹이 나고, 이삭이 나오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기까지 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하고 그것을 위하여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신자들도 예수 믿으면 바로 성자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내가 받은 말씀의 씨가 내 안에서 자라야 내 속에서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교회 개척도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교단도 하루 아침에 대형 교단으로 만들려고 할 일이 아니다. 먼저 말씀의 씨를 뿌리고 기다리는 가운데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하나님의 나라는 말씀의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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