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총무 선거 사태, 누가 누굴 용서하는 것인가?

5.jpg
 

지난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선거 이후 벌써 1년째 계속되고 있는 예장통합의 방황이 끝나지 않고 있다.
통합측은 교회협이 지난 63회기 3회 교회협 실행위에서 적극적인 사과 의사를 밝히며, 조만간 복귀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열린 4회 교회협 실행위에서 예장통합이 제안한 제도개혁안 처리를 놓고, 이견이 발생하며, 올해 안에 복귀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회협은 통합측이 실질적인 행정보류 상태로 지낸 지난 1년간 아무래도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려야 했고, 그렇기에 교회협 입장에서 통합측의 복귀는 이유를 막론하고 절실한 상황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연합단체인 교회협이 회원교단인 통합측에 너무 질질 끌려가는 듯한 인상을 주어 보는 이들의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단체와 회원간에 갑을관계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총무 선거 이후 교회협을 상대로 통합측이 제기한 사회법 소송과 총회 장소 단체 이탈 등의 공격적 행동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고 무조건 덮어 버렸다.
당시 타 교단의 인사들이 이 문제에 대해 예장통합에 분명한 책임을 묻고,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르며, 오히려 교회협이 통합측에 고개를 숙이는 듯한 모습마저 보였다.
이는 교회협과 통합측의 관계에서 누가 ‘갑’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과연 이같은 전개에 의한 통합측의 복귀는 바람직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한국교회 대표 연합단체로 수십년간 자리했던 교회협의 내부 균형은 분명히 무너져버렸다.

교회협, 통합측에 과한 특혜(?)
통합측은 지난번 교회협의 사과를 받아들이며, 복귀 조건으로 세 가지를 제안한 바 있는데, 총무 선출에 교단 순환제와 총무 정년 연장 및 5년 단임제가 바로 그것이다. 통합측은 교회협이 이 개혁안을 받아들이면, 이후 내부적인 논의를 거쳐 복귀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우선 통합측은 개혁안이 이번 11월 교회협 총회에서 최종 결의되면, 논의를 거쳐 복귀할 것이라고 전제 했다. 이를 위해서는 실행위 통과가 우선되어야 하는데, 타 교단 실행위원들이 무조건적인 실행위 통과는 절차에 어긋난다며, 이를 거부하고 나서며 문제가 됐다.
기감의 신복현 목사는 “개혁안을 실행위에서 다루기 위해서는 우선 헌장위원회로 보내 논의한 뒤 다시 실행위에서 다루는게 옳다”며 “절차상 개혁안은 금번 총회에 상정할 수 없으며, 내년 실행위에서 논의해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4회 실행위가 총회 전 마지막 실행위로 안건을 헌장위로 보내면 총회 이후, 차기 실행위에서나 논의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실행위는 개혁안을 헌장위에 올리고, 헌장위가 개정안을 만들면, 총회 전에 임시실행위를 열어 총회에 상정하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교회협 역사상 단 한 번도 임시 실행위가 열린 적이 없다는데서 이 역시 통합측을 위한 과한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타 회원교단의 자존심 지켜줘야
지난해 총무 선거 사태 이후 통합측은 절차상 문제를 거론하며, 밖으로는 교회협 역사상 처음으로 사회법 소송을 제기하고, 안에서는 실행위와 총회에서 연신 ‘법이요’를 외쳐댔다.
하지만 그런 통합측이 이날 실행위에서는 “화해차원으로 생각해 달라. 앞으로 교회협의 연합운동에 징검다리를 놓는 차원에서 봐달라”며 다소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여기에 문제는 되지 않았지만, 통합측이 제안한 개혁안이라는게 총무 선출을 골자로 한 것으로, 여태까지의 총무 선출 제도가 잘못됐음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지난해 총무 선거 사태가 통합측이 아닌 교회협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하는 꼴이 되어 타 교단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쾌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교회협 회원교단인 대한성공회의 김근상 주교는 올 초 실행위에서 통합측에 대해 뼈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김 주교는 “(예장통합은) 교회에 송사하지 말라는 것까지 어겨가면서 교회협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초유의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어떤 대화 내용도 들은 바 없고 사과도 들은 바 없다. 정말 같이하고 싶지만 이것이 결과적으로 우리를 무시한 거 아닌가 하는 서운함이 있다”며 “통합이 어떤 방법으로든 이 자리에 함께 해야 한다는 것에는 100% 동의하지만 한국교회에 끼친 슬픈 부분은 어느 정도 그분들이 우리를 이해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통합의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통합측은 가처분 신청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대한 진심어린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고, 이해도 없었다. 김 주교의 말대로라면 통합측은 교회협과 타 회원교단을 대놓고 무시한 것이지만, 지금 이런 부분에 대한 책임을 누구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형제를 감싸고, 서로 화해해야 한다’는 교회협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이러한 일방적 흐름은 또 다른 형제 교단들의 자존심에는 분명한 상처가 될 수도 있음도 인지해야 한다.


교회협-예장통합, 갈등 경과
지금은 교회협이 통합측에 일방적인 사과를 구하는 모습이지만, 사태 당시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또한 총무 선거 직후 교회협과 통합측의 대립각이 섰을 때 교계의 비난도 대부분 통합측으로 향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통합측은 선거 과정에서도 계속적인 시비를 제기했고, 자기네 교단 후보가 탈락한 선거 결과도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했었다.
문제는 실행위원회로도 이어졌다. 이전부터 행해오던 실행위원 교체를 정관을 들먹이며 문제를 삼았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실행위 투표 결과마저 김영주 총무의 손을 들어주자, 통합측은 퇴장했다.
그리고 통합측은 교회협 역사상 초유의 사태로 사회법에 제소를 하게 된다. 이후 법원이 통합측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사태는 끝나는 듯 했지만, 통합측의 불만은 총무를 최종 인준하는 총회로까지 이어졌고, 여기에서마저 시종일관 불만을 표출하다 결국 총회장 정영택목사의 주도하에 전원 퇴장이라는 최악의 이변을 연출하게 된다. 그리고 통합측은 이후 교회협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접게 된다.
당시에 대부분의 교계언론은 통합측이 자기 교단 후보가 선거에 떨어지자 부리는 몽니라는 지적과 대교단의 횡포라는 지적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는 언론뿐 아니라, 교회협 회원교단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통합측의 행동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뒤바뀌게 되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통합측이 감당하는 재정은 교회협 입장에서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현 교회협의 소속교단은 통합, 기감, 기장, 구세군, 성공회, 복음교회, 기하성, 루터교, 한국정교회 등 9개인데 이중 통합측은 기감과 더불어 교회협의 가장 큰 축을 차지하며, 무엇보다 가장 많은 교단 회비를 감당하고 있다.
교회협의 지난 62회기(2013.10.01 ~2014.09.30) 결산을 보면 전체 예산 543,140,000원 중 통합측의 회비는 무려 156,780,000원에 이른다. 이는 복음교회 9,590,000에 비해 무려 16배 많은 금액으로, 전체의 30%가 넘는 액수다. 더구나 이는 단순 회비에 국한되는 부분이고, 교회협이 기획하는 각종 행사나 사업에 통합측은 재정에 있어 늘 커다란 부분을 감당해 왔다. 즉 통합측 재정 없이는 교회협의 정상적인 사업 진행이 어려우며, 이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교회협의 살림을 책임지는 총무가 짊어지게 된다.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해설/ 교회협-예장통합 갈등, 무엇이 문제인가?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