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0-12(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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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24장 1절의 아브라함의 기록은, 우리 전통적인 정서에 익숙하게 번역이 된 듯하다. ‘아브라함은 이제 나이 많은 노인이 되었고, 하나님께서 하는 일마다 복을 내리셨다.’ 이러한 글을 대할 때에는 마치 한 사람의 인생의 황혼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아브라함이 75세에 하란을 떠났고, 100세에 아들 이삭을 얻었다고 하였는데, 그 때도 그가 청춘이었다는 말인가? 도대체 나이가 얼마가 되어야 많다고 하는 것일까?
이러한 번역은, 권위적인 전통을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원문을 직역하면 ‘그 날들로 나아가다’(went into the days)이다. 랍비들은 ‘그 날들로 나아가다’라는 문장을, ‘아브라함은 야훼 앞에서 그의 백성들로부터 메시아까지의 역사를 보았다’고 해석했다. 요한은 그의 복음서 8장 56절의 유대인들과의 논쟁에서, 예수께서 대답하시기를 ‘아브라함은 나의 날을 보고 즐거워하였다. 그리고 그 것을 보고 기뻐하였다’ 라고 하였다. 이 문장을 보면 무엇보다도 요한 자신이 랍비 전통과 해석을 세밀하게 알고 있었음은 물론, 논쟁 당사자인 예수님은 랍비의 토라 해석을 잘 소화하고, 자신에게 적절히 적용하고 계심을 볼 수 있다.
요한은 단순히 이 논쟁을, 예수님을 설명하기 위한 배경으로 유대교를 사용한 것이 아니었다. 저자는 ‘우리가 예수님의 얼굴에서 하나님의 독생자의 영광을 비로소 볼 수 있었는데,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였다’ 라고 하였다. 그의 문장력 역시, 하나님의 얼굴을 보여주는 예수님과 다르지 않게, 복음을 생동감 있게 증거하고 있다. 우리는 그로 인하여서 우리의 영을 더욱 밝힐 수 있게 되었다.
예수님의 영광은 부활 승천하신지 60이 넘어서면서 요한에게서 더욱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유대교 사상이 예수 그리스도를 얼마나 빛나게 하는지, 예수님을 설명하는 은유들과 표현들에 있어서, 포도주가 떨어진 잔칫집에는 새 포도주를, 종일 말씀을 듣노라 시장기를 느끼는 청중에게는 생명의 떡을, 밤 그늘이 급하게 찾아드는 성전의 여인의 뜰에서는 예수님만이 우리 개개인의 참 빛이심을 선포한다.
요한의 가르침을 받으면 독자들은 화들짝 놀란다. 수천 년을 오로지 믿음 하나만을 붙들고,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하나님만을 바라며, 하란을 훌쩍 떠나서 거친 들로 나아가던, 그 믿음의 선조에게서 그렇게 큰 기쁨이 있었다하니, 얼마나 거룩한지 경이롭기만 하다.
아브라함은 항상 텐트를 치고 살았다. 그 아들 이삭도, 그리고 야곱마저도 그의 조상이 텐트에 사는 뜻을 알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는 둥지를 쉽게 벗어나질 않는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자신의 지연 학연 등을 항상 중요시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은 어떻게 하였는가? 그런 것들 모두를 훌훌 벗어 던지고, 사람들에게서 떠나 조용히 하나님께 나아가 예배한다.
어떤 종교는 제단마저 조상을 만나는 곳이 되지만, 아브라함은 하늘과 소통을 하는데 게으르지 않았다. 어떤 제단은 크고 화려하게 꾸몄지만, 아브라함은 언제든지 어느 곳이든지 그가 멈추면 그 곳이 바로 제단이 되었다. 하늘이 열리는 곳이 정해진 장소에 한한다면 전능하시고 무소부재하신 하나님을 못 만나게 된다는 말이 아니던가? 혹시 지체 높으신 몸이 아니라면, 장소와 관계없이 어디서든 하나님을 만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는 화성에 가서도 산다는데 저렇게 크게 지은 전을 우주로 옮길 수는 있을까?
스가랴는 성소에서 가브리엘을 만났으나 마리아는 집에서 가브리엘을 환대하였다. 성소야 하나님의 거룩한 곳이니 그럴 수 있으련만, 마리아는 일상을 보내는 곳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받았다. 세속적 권위가 마리아를 높여놓아서 그렇지, 마리아 자신은 그가 생활하는 가정에서 하나님을 조우한 것이었다.
마리아의 찬가를 부르는가? 그녀는 세상이 뒤집힐 것을 알았다. 사람이 만든 세상은, 모든 사람이 즐거움을 누리거나 행복할 수가 없다. 그 당시만 해도 글을 아는 이가 5%가 채 못 되었다. 권력과 지혜와 글마저 독점하였다. 그런 세상을 아브라함은 동조하지 않았기에, 단출하게 믿음만을 가지고 갈대아와 하란을 떠났다. 한번 본 것은 수천 년이 지나간다 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마침내 마리아는 아브라함이 본 메시아왕국을 드디어 거머쥔 것이다. 누구든지 예수를 믿으면 의인이 되고, 그 모두가 성령을 받고, 각양 은사와 사랑으로 다스리는 세상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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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교회, 행복한 세상-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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