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시대 흐름 역행하고 효율 저해하는 ‘임원회’ 신설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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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의 관심을 모았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의 헌장 개정안이 결국 총회에서 다수의 반대에 밀려 부결됐다.
교회협의 헌장개정안은 지난해 총무 선거 사태로 교회협을 등진 예장통합의 복귀가 걸린 문제로, 올 한해 예장통합의 부재로 힘든 살림을 꾸려야 했던 교회협이기에 사실 무난히 통과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만큼 총회 전 열린 임시 실행위에서도 압도적인 찬성으로 헌장 개정안이 통과됐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총회의 분위기는 달랐다. 예장통합측 인사와 몇몇 헌장 개정위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헌장 개정안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반대를 주도한 감리교 인사들은 이번 개정안이 교회협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중대한 문제임을 지적하기까지 했다.  

교단 간 ‘안배’ 보다 ‘효율’ 우선
금번 헌장 개정안은 8개의 개정안과 개정안에 따른 4개의 신설안으로 구성됐다. 이 중 가장 큰 논란이 됐던 것은 바로 임원회의 신설 부분이다. 그간 교회협의 중심 회의제도는 실행위원회였다. 실행위원들이 교회협의 전반적인 행정을 결정했고, 그 이하의 회의체는 두지 않았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임원회를 신설하고, 정기실행위원회 사이에 임원회의를 열 것을 제안했다. 임원회의 권한은 총회 및 실행위원회의 위임사항과 총무와 회원교단 총무회의가 결정하여 제안한 사안을 다루게 된다. 그리고 임원회의 임원은 각 교단의 총회장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총대들은 그간 업무의 효율을 위해 총무 중심으로 유지해 온 교회협의 근간을 완전히 뒤흔드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여기에 시대적 흐름이 특정 사안에 대한 논의와 그에 따른 실행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회의체를 최소화 시키는게 대세인데, 오히려 회의체를 하나 더 늘리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회협이 여타 연합기관과 다르게 총무 중심의 행정 구조를 유지해 온 것은 사업 추진의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다. 교회협은 한국교회를 대변해 교계의 사건 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정치, 경제, 노동, 통일, 언론 등 다양한 부분에 있어 목소리를 내고, 이에 대한 대처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이러한 활동은 단순히 일회성에 머물지 않고, 대부분이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이뤄지며, 이를 위해서는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끝까지 이끌어 갈 책임자가 필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협은 4년 임기의 총무를 중심으로 모든 행정이 이뤄져 있다. 하지만 1년에 한 번씩 교체되는 임원회는 그간 한국교회에서 교회협이 해오던 역할을 감당하는데 매우 부적합하다는 판단이 컸던 것이다.
또한 “임원회를 만들어서 정기실행위 사이마다 모이고 회장이 필요시 임시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고 하면 각 교단 총무와 국장들은 유명무실하게 된다”는 의견도 덧붙여졌다.
여기에 헌장 개정안은 총무를 선출이 아닌 ‘가급적이며 교단순환제’로 할 것을 제안하는데, 이에 대해 오히려 교단 화합을 저해하고, 능력이 부적합한 인물이 총무에 오를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며, 무산되고 말았다.
이날 한 총대는 “교회협은 총무의 능력이 매우 중요시 되는 곳이고, 경선은 조금 더 능력있는 총무를 선출하는 제도인데, 이를 단순히 공평성만 추구하고자 순환제로 돌리는 것은 행정 운영에 근본적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총무 선거 사태의 연장?
자세히 보면 금번 헌장 개정안의 골자는 ‘총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총무의 권한을 축소하고, 총무를 교단 순환제로 돌리자는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총무 선거 사태로 야기된 예장통합의 실질적 행정보류가 단초가 됐다. 당시 예장통합은 총무 선거에 불만을 품고, 사회법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실행위와 총회에서 단체로 퇴장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다, 결국 교회협에 대한 실질적 행정보류 상태에 도달했다. 하지만 예장통합의 반발과는 다르게 김영주 목사는 총무 연임에 성공했다.
이런 상황에 이번 총회에서 총무의 권한 축소가 중심이 된 헌장 개정안을 적극 반대하고 나선 교단이 바로 김영주 목사가 속한 감리교다. 감리교 총대들은 헌장 개정안의 불합리함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노골적으로 총무를 노리는 듯한 세부 내용에 김영주 목사를 지키려는 듯한 인상을 보였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마치 지난해 총회에서 대립했던 모습을 연상케 했다.
통합측의 반발로 총무 선거 사태가 발생하기는 했으나, 오히려 교회협이 통합측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늘 끌려 가는 모습을 보였었다. 더구나 통합측의 제안으로 헌장 개정안이 마련되기는 했으나, 아직까지도 통합측은 교회협에 복귀하지 않았다.
교회협의 발전을 위한 개정안은 분명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결국 부결된 것은 이런 저런 상황과 맞물려 분명한 의심의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이날 총회에서 통합측 사무총장 이홍정 목사는 부결 직후 “헌장개정위가 부의한 안건은 통과되지 못했으나 제도 개선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회기에 지속적으로 제도개선위원회가 재구성되어 많은 이들의 동의를 구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다음에 선보일 헌장 개정안은 교회협 회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훌륭한 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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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교회협, ‘헌장개정안’ 왜 부결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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