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2-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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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그들은 길을 가고 있다.
하늘은 어둡고, 바람이 불고 있다. 바람에 등겨가 날린다.
그들은 꾸부러져 걷노라, 빛을 보지 못한다.
낯선 사나이가 그들과 더불어 걷는다.
그들은 그 분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예수가 죽어, 그들은 슬펐다.
그러나, 그들 중 한 사람이 말했다. 이상한 일이다.
그 분은 나를 위해 죽으셨어. 의미도 없이, 얻는 것도 없이 죽으셨어.
나도 살고 싶지 않아, 나는 고독하다.
다른 사람이 말했다. 그 분이 다시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꾸부러져 걷노라, 빛을 보지 못한다.
낯선 사나이가 그들과 더불어 걷는다.
그들은 그 분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한 제자가, 보리밭을 등지고 있는 그 분을 본다.
그 눈이 불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는 말한다. 사람들을 위해 죽을 수 있는 분이 있다!”
브레히트의 시 <성금요일>에서 “에필로그”를 옮겨 보았다. 엠마오 도상. 부활한 예수를 이름도 알 수 없는 한 나그네로 만나는 제자들의 이야기(누가 24장 13절 이하)를 바탕으로, 시인의 감성이 일구어낸 나름의 해석일 터. 
제자들이 예수의 죽음에 대해서 서로의 의견들을 주고받으면서 길을 가고 있는데... 예수가 그들과 동행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데... 제자들은 그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를 크리스천 작가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그는 한 때 마르크스주의에 심취하지만, 실재하는 마르크스체제는 거부하지 않았던가. 그가 종교와 신앙에 대해서 지극히 비판적이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 그러나 그는 일생을 예수를 떠나있지 않았기에,  그의 작품 도처에는 예수에 대한 진한 그의 관심이 배어있다. 그리스도교에 대한 그의 비판은 그 날카로움만큼이나 강한 예수에의 사랑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표출될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이다. 
그의 시 <겟세마네>(1913)나, <성금요일>(1915)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종종 그의 작품에서 직설적인 수법으로 예수를 다루고 있다. 주제는 “사람이 자기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로 대표되는 예수의 사랑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타자를 위해 목숨을 내어주는 사랑을 부각하는 것이 예수에 대한 관심의 전부였다. 또 그에게 있어 그리스도는 오늘의 패자가 내일의 승리자가 되는 부활의 모델이기도 했다.
그의 희곡 <억척 어멈과 그 자식들,(Mutter Courage und ihre Kinder ,1939)에서도 자상한 독자라면 작가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그리스도의 상징을 엿볼 수 있으리라.
“1636년 1월, 신구교가 서로 싸우던 30년 전쟁 중, 잠든 할레시가 황제군의 기습을 받은 사건이 배경. 군대를 따라다니며 장사를 해서 세 자녀를 길러가는 어머니 피어링은 그날 밤에도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외출한다. 장애아인 딸 카트린을 혼자 남겨둔 채. 마을에 위험이 닥친 것을 눈치 챈 카트린이 어머니의 손수레 밑에 감추어 둔 북을 꺼내 들고서는 한 농가의 지붕에 올라가 그 북을 치기 시작한다. 잠든 마을이 기습을 받고 있다고 경고한다.    
북을 친다. 울면서, 웃으면서 북을 쳤다. 잠든 마을을 살리려 필사적으로 북을 쳤다. 카트린이 황제군의 병사의 총에 스러지고서야, 멀리 할레시의 경종이 울린다. 마을은 구호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있어 카트린은 늘 성가신 이를테면 잉여인간, 아니 ‘불행한 짐승’이었다. 그러나 브레히트에게 있어 그녀는 올바르지 못한 세상과 타협하지 않으려하는 전형적인 크리스천. 그러니까 카트린은 부활한 그리스도의 상징이었다. 
전쟁을 이용해서 이득을 추구하다가 결국에는 전쟁 때문에 자식들을 모조리 잃게 되는 억척어멈은 인간의 처참한 모순을 대표하는 것일까. 그러나 억척어멈 당자는 전쟁이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을 깨닫지 못한다. 연극이 막을 내리려하는데도 여전히 그녀는 손수레를 끌고 군대를 따라간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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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의 부활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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