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2-11(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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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머하면 으레 유대인을 떠올리곤 하지만, 그렇다고 유대인이 세상의 모든 유머를 독점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영미 문화권에서는 유머야말로 지도자가 갖추고 있어야할 첫 번째 자질이 되어 있다는 것쯤은 상식이 되어 있다. 유머 중에서도 위트로 분류되는 쪽은 남의 것으로 대신할 수 없는 그 무엇이란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본란이 철지난 조크와 위트를 뒤지게 된 것은 요즘의 우리 처지를 생각해서 일 것이라 이해해주실 줄 믿는다. 
앵글로색슨은 위기에 처해서 유머를 발휘하는 도량이 여유와 불굴의 정신을 드러내는 것이라 믿고 있다. 당황스러운 목전의 상황에 휘말려서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노릇은 아예 유머감각이 없거나 상실해버렸기 때문이라 여긴다. 
앵글로색슨만이 아니다. 모택동도 조크나 위트를 두고는 물러서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영국의 외상이었던 흄이 자신의 전기에 남긴 일화에 따르면...
흄이 중국을 방문해서 모택동주석이 인민대회당에서 거창한 환영 만찬을 차려주었을 때의 일. 흄이 입을 열었다. “만약에 케네디 대통령이 아니라, 흐루시초프가 암살되었다면 그 후의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흐루시초프가 중소대립을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던져 본 말. 그러나 모택동의 응수는 전혀 차원이 다른 쪽이었다. “그랬다면 미스터 오나시스가 흐루시초프 부인과는 결혼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케네디가 암살당한 후 “재키“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재크린부인이 그리스의 해운 왕 오나시스와 재혼한 것을 두고 던진 응수. 재크린부인의 바람기가 평균적인 미국인의 경향이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에 더해서, 말죽통처럼 살이 찐 흐루시초프 부인이야말로 전형적인 러시아 여성이이라며 싸잡아 웃어주는 조크가 아니었던가.  
유머는 위트와 조크로 나누어진다고들 말하고 있지만, 대체로 위트가 윗목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위트는 조건반사처럼 자리자리 마다에서 창조적으로 튀어나와야하기 때문이리라. 그러니까 위트는 일회적 발상일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위트가 전혀 준비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튀어나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위트는 늘 터뜨리는 사람이 터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위트는 재해석되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조크로 재생산되는 지도 모른다.      
진부하긴 하지만, 윈스턴 처칠의 것을 복습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처칠은 성급하기로 이름난 천하무적의 독설가. 그럼에도 그의 독설이 사랑받고 있는 것은 함부로 흉내 낼 수 없는 애교가 깃들여있기 때문이라고들 말한다. 
처칠은 타임스사의 사주 애스터 여사와는 아주 사이가 나빴다. 처칠이 나치 독일에 대해서 철두철미한 매파였던 데 대해, 타임스는 히틀러에게 융화정책을 주장하는 비둘기파였기에...
언젠가 처칠이 만찬에서 부인옆자리에 앉자, 애스터 부인이 입을 열었다. “만약 내가 당신의 아내였다면 당신의 홍차에 독을 탔을 것”이라고. 처칠이 대답했다. “마담, 내가 만약 부인의 남편이었다면 어김없이 그 홍차를 마셨을 것입니다.” 상대방의 말을 부정으로가 아니라 긍정으로 곤궁에 몰아가는 것이 처칠의 독설이자 애교였다.   
그렇지 않아도 술을 좋아했던 처칠이 어느 날 파티에서 부인을 만났을 때  대취하고 있었다. “그렇게 취해 있다니, 그 얼굴이 흉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처칠이 응수한다. “나는 내일 아침이면 깨겠지만, 당신은 그대로일 터인데 어떻게 하지!” 
그러나 독설가 처칠이라 할지라도 현장의 일을 자료로 삼지 지난 날의 일이나 없었던 일을 들먹이지는 않았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차대전 중, 처칠과 처음으로 회담했을 때의 일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백악관에서 밤늦게 까지 회담하면서도 이 노회한 수상 때문에 미국이 이용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염려는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밤이 늦어 처칠이 침실로 들어간 후, 얼마 되지 않아 못다 한 말이 생각난 루즈벨트가 객실의 문을 노크했다. 문을 열어주는 처칠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인 것을 본 대통령이 당황해서 돌아서려하는데, 처칠이 말했다. “대영제국의 수상은 미합중국의 대통령에 대해서 무엇 하나 감추는 것은 없다오.” 이 한마디로 둘은 친한 친구가 되었단다. 처칠은 기지에 넘쳐나 있었다. 그리고 그의 기지는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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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크와 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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