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0-11(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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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약의 아모스서에는 벧엘의 제사장 아마샤가 이스라엘 왕 여로보암에게 아모스 선지자(예언자)를 고발하는 내용을 들려주고 있다. “이스라엘 족속 중에 아모스가 왕을 모반하나니 그 모든 말을 이 땅이 견딜 수 없나이다,” 그런데 아모스가 앞서 한 모반(?)의 말(예언)은 이러했다. “여로보암은 칼에 죽겠고 이스라엘은 반드시 사로잡혀 그 땅에서 떠나겠다.”
예언자 아모스의 이런 불길한 예언을 우리는 흉예언이라고 부른다. 흉예언은 왕이 듣기에 거북할는지 모르지만, 그러나 회개할 기회를 부여해 준다는 의미에서 순기능을 인정받을 예언이라고 보겠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길예언은 왕이 듣기에 달콤할는지는 모르지만 현실 판단에 지장을 초래하는 역기능의 사이비 예언이어서 그 폐해가 심히 크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옛날 우리나라에는 임금님에게 때로 간하는 간신(諫臣)이 있어서, 마치 이스라엘의 흉예언자와 같은 역할을 감당하곤 하였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간하다’란 말의 뜻은 “임금에게 옳지 못하거나 잘못된 일을 고치도록 말하다”라고 풀이되어 있고, ‘간신’이란 “임금에게 옳은 말로 간하는 신하”라고 되어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간신은 이스라엘의 아모스와 같은 흉예언자의 역할을 맡은 신하라고 할 수 있으며, 반대로 임금의 귀를 즐겁게만 해주는 아마샤와 같은 신하는 오히려 간신(諫臣) 아닌, 소위 간신(奸臣)이 될 법하다고 하겠다.
간신(奸臣)은 사전에 ‘간사한 신하’라고 풀이되어 있고, 또 육사신 즉 여섯 가지 사신(邪臣) 중의 하나라고도 풀이되는데, 이 용어(사신)에 대한 사전적 풀이는 ‘나쁜 마음을 품은 신하’라는 것이다. 달리 말해 사특(邪慝)한 마음을 품은 신하라는 뜻이 되겠다. 결국 간신(奸臣)은 ‘나쁜(사특한) 마음을 품은 간사한 신하’로 종합적으로 결론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요즘 관심도 많고 말썽도 많은 청와대 민정수석 직의 문제에 대하여 잠시 살펴보기로 하겠다. 박 정부 들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민정수석은 김영한 우병우 최재경 조대환 등 네 사람이다. 앞으로부터 시작해 세 번째 인사까지는 전직이었고 마지막 인사 조 수석은 현직이다. 그리고 전직의 세 수석들 중에서 김영한은 몇 달 전(지난 8월중)에 별세하였다.
이제 이들에 대하여 살펴보기 전에 민정수석 직이 어떤 자리인지부터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이 직은 국민 여론 및 민심 동향 파악, 공직 및 사회 기강과 관련한 직무를 수행하는 직책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민정’이란 말이 국민의 안녕 유지와 행복 증진을 꾀하는 행정이란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그렇다면 어느 정부가 국민의 안녕 유지와 행복 증진을 위해서 국민 여론 및 민심 동향을 파악하고, 또 이 문제와 관련된 공직의 기강과 사회 기강은 어떠한지를 상호 연관해 파악하고 그 결과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야 하는 임무가 정무수석의 어깨에는 지워져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김영한 전 민정수석은 이런 자신의 직책을 소신 있게 수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못했다고 주위 사람들은 판단하고 있다. 상사인 당시의 비서실장[김기춘]이 김 전 수석을 실무에서 제외시키고, 김 수석의 부하[우병우]와만 일들을 처리함으로써 그를 완전히 소외시키면서도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 현장에 나가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라고 명령을 하니 그로서는 그 자리에 나갈 자신이 없었던지 그 명령 받아들이기를 거부했으며, 그 결과 그는 항명에 따른 면직 처분을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바로 이 궐위된 자리에 우병우 민정비서관이 민정수석 직으로 승진해 부임하였다. 이번 국회의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두해 여러 질문에 답해야 했던 우 전 수석은 지금(이 글을 쓰는 12월 14일)까지 국회의 동행명령권 발동에도 불구하고 출두하지 않고 도피 행각을 일삼고 있다. 전혀 떳떳하지 못한 처신인 것 같다. 현상금이 2천만 원을 넘자 그는 어느 언론기관을 통해 불원간 출두하겠노라고 알려왔다 한다.
우병우의 후임으로 최재경 민정수석이 새로 부임하였다. 그러나 그 역시 소위 민정수석의 직책을 충실히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얼마 되지 않아 사표를 제출하였고, 국회에서 찬성 234표로 박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된 뒤에야 최 수석의 사표가 수리되면서 대신 그 자리에 조대환 민정수석이 새로 들어앉게 되었다.
그런데 새로 부임한 조 민정수석은 여러 구설수에 휘말리게 되었다. 특히 박 대통령의 혐의점에 대하여 검찰이 뇌물죄 적용을 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란 식으로 자기의 SNS에 올린 글이 문제 되자 그는 애써 자신을 변호했지만 그의 이중적 처신에 실망한 이들은 그가 간신(諫臣)이 아닌 간신(奸臣)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싸여 있는 것 같다. 그가 ‘뇌물죄’ 운운한 데서 그의 흉예언자로서의 면모를 일시 발견했던 이들은 이제 그의 급격한 태도 변화로 인해 그에게서 전혀 다른 면을 발견하고서 벌써부터 실망감에 빠져들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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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직의 명(明)과 암(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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