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기독교(개신교)가 1등 종교가 되었다. 작년 12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종교인구 조사결과에 의하면 기독교가 불교를 앞질러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신도수를 보유하게 되었다. 불교와 천주교 등 타 종교들이 감소하는 가운데서, 유독 기독교만이 증가했다는 발표가 의아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 특히 교회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지수와 너무도 다른 결과에 많은 목회자들은 어리둥절하다. 하지만, 이번 조사발표에서 한 가지는 분명하다. 대한민국의 종교지형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우리 사회가 종교적 다원주의사회로 접어 든 것이다. 무엇보다도 종교인구에 비해 무종교인구의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은 세계적인 현상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우리 기독교가 감소내지 정체현상에서 증가세로 돌아섰을까? 나름대로의 다양한 분석과 견해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교인수의 증가는 대형교회와 이단교회의 부흥과 맞물려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대형교회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게 되었다. 이전에 없었던 초대형교회들이 그 규모와 교세를 과시하고 있다. 적어도 개교회적인 차원에서 교인수로만 따진다면, ‘대한민국 1등이 세계 1등’이다. 아니 1위부터 10위까지 쭉 줄을 세워도 대한민국교회들이 거의 다 차지한다. 실로 대단하다. 그런데도 대형교회들의 교세확장과 부흥열기는 식지 않고 뜨겁다. 마찬가지로 이단교회들도 이에 뒤질세라 교세확장에 가일층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 와중에 한국교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형 교회들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부흥을 위해 합심하여 기도하고 노력하지만 교회의 자리는 갈수록 비어간다. 교회는 냉냉하고 좀체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는다. 기독교가 1등 종교가 된 시대에 대부분의 목회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은 더욱 주눅이 들고 있다. 왜 그럴까? 왜 그리 당당하지 못할까? 왜 자신있게 “우리를 보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일까? 올해는 종교개혁 5백주년의 해이다. 역사학자들은 서양사에서 중세를 ‘암흑기’라고 말한다. 이는 단순히 종교적 암흑기가 아니다. 말 그대로 역사의 암흑기이다. 그런데 암흑의 중심에 세상의 빛인 교회가 있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중세시대 서구기독교는 찬란했다. 위엄과 권위와 권력과 세상의 모든 것을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대표적인 실례가 ‘카노사의 굴욕’이라고 일컫는 사건이다. 신성로마제국시대 황제 하인리히 4세와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와의 권력싸움은 가히 점입가경이었다. 그러다가 황제 하인리히가 자신을 파문하는 교황의 최후통첩에 굴복하여 북이탈리아 카노사 성에 있는 교황을 직접 찾아가게 된다. 황제는 성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추운 겨울 눈보라 속에서 맨발로 사흘 동안이나 서서 용서를 빌었다. 그리하여 교황이 최고의 권력과 지위를 가지고,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 이후 16세기 종교개혁이 일어나기까지 중세는 그야말로 긴역사의 암흑기였다.
그렇다면 종교개혁 5백년 주년을 맞는 대한민국 교회의 현실은 어떠한가? 오늘날 교회는 세상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있다. 사회로부터 온갖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교회지도자들은 입으로는 ‘섬김’과 ‘낮아짐’을 말하고, 말로는 ‘연합’과 일치‘를 이구동성으로 외치지만, 여전히 합종연횡하며 자리다툼에 연연해하고 있다. 이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자타가 공인하는 ’큰 목사‘요, ’능력의 종‘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한국교회의 부흥을 주도한 큰 인물들이다. 한국기독교가 1등 종교가 되게 한 장본인들이다. 교회부흥의 수고에 대한 공로장이라도 주어야 될 만한 분들이다. 그래서 우리네 보통 목회자들은 감히 입을 열지 못한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고, 차라리 침묵이 말보다 낫다고 묵언한다. 하지만 은밀한 골방에서 기도하며 조용히 묻고 또 묻는다. “우리나라가 기독교 1등 국가가 되어 하나님이 기뻐하십니까?” 하나님은 묵묵하시다. 하지만, 왠지 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어지럽고, 지도자는 썩었고, 국민이 도탄에 빠지고 사회가 온통 불의가 만연한데, 기독교 1등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지금도 교회지도자들이란 사람들이 권력의 주변에 서성거리며, 권력자의 대변자가 되고 불의한 정권의 옹호자가 되어 자기의 기준과 잣대로 의로우신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매도하고 있는데, 왜 하나님이 기뻐하시겠는가? 기독교 1등 국가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는 아니다. 먼 훗날 기독교 1등 시대가 대한민국 역사의 암흑기라고 평가받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는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교인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교회지도자들은 제 자리로 돌아가서 ‘코람 데오’하여야 한다. 그래서 교회가 세상의 어두움을 밝히는 빛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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