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하루는 제자들과 사람들에게 씨 뿌리는 이야기를 하셨다. 씨와 관련해서는 창세기부터 기록된 바이지만, 씨란 사람에게도 해당되어온 이야기이다. 역대상 17:11의 씨와 관련된 스토리가 바로 다윗 가문에서 태어날 씨를 말하고 있다. 이스라엘 300년 역사에 다윗만큼 잘 알려진 왕이 없다시피 한데, 그의 허리에서 모든 인류가 기대하는 인물이 태어나게 될 종자는 과연 어떤 종자였을까? 인간의 바람과 역사는 계속되어 진화하는 마당에 딱히 탁월한 씨앗이 관연 존재하기는 한 것일까? 다윗의 허리에서 나오는 씨앗은 하나님나라를 견고하게 세우는 사역을 할 것이며, 하나님의 전이 건축되어지게 되는데, 그의 통치가 영원히 견고하다고 하였다. 오늘과 같이 땅속에서 올라오는 안개와 연기가 얼마나 지독한지, 세상이 앞날을 예측 못할 정도로 혼탁해지는 상황에서, 이런 좋은 씨앗을 구할 수만 있다면 겨울이 지나가고 다가오는 봄에는 땅을 더 깊이 기경하여 조심스레 뿌려볼만 할 것이리라.
랍비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이야기 중에도 씨앗 이야기가 있다. ‘네 것도 내 것이고, 내 것도 내 것이다.’라는 생각을 갖는 자는 좋은 밭이 못되고, 이런 밭에 씨앗을 뿌린다면 그 씨앗의 열매는 소출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내 것도 네 것이고, 네 것도 네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마음의 밭은 옥토와 같아서 많은 추수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랍비들의 이러한 가르침은 예수님도 하신 바이고, 마태 공동체를 비롯해서 복음을 듣고 익히는 교회에서는 항상 가르쳐온 바이다. 가르침대로, 한사람 한 사람의 토질을 개량하는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로 하는데, 커다란 세상의 기후와 토양에서 해마다 파종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국제열대농업연구소가 아프리카의 식량 해결을 위한 옥수수 품종 개발을 위해서 지루한 싸움을 시작하였으나, 연구진들도 지쳤을 뿐 아니라, 국제 옥수수 밀 개량 센터(CIMMYT) 아프리카 식량 조달을 위한 교잡종 옥수수 개발 정책이 이미 바꿔진 때에, 한국의 김순권 박사가 아프리카연구진에 합류했다. 옥수수란 냉대식물이기 때문에 아프리카와 같은 더운 지역에서는 본시 적합하질 못하였으나, 그래도 옥수수만큼 식량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없었기 때문에, 아프리카 서부지역도 옥수수로 식량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노력을 하였던 것이다. 뒤늦게 연구진에 합류한 옥수수 김박사는 동료 연구진과 당국으로부터 여간 핍박이 아니었으나, 연구비의 절반이 준 상태에서도 옥수수 종자 개발을 해 보겠다는 김박사의 의지는 꺽질 못하였다.
김박사는 아침 일찍 일어나 기도하고 연구실로 나갔다가, 저녁 식사 이후에도 연구실에서 지냈다. 옥수수 품종개발을 위해 밭에서 무릎을 꿇는 일과, 엎드려 밭에 입 맞추는 일들은 흔한 일들이 되었다. 그가 하나님을 가까이 하는 지성소란, 다름 아닌 연구소와 품종을 개량하는 밭이었다. 하루는 꿈에 옥수수를 결혼시키려고 주례를 서는데, 그 옥수수가 열대지방의 품종 1368과, 미국에서 가져와 개량한 9071품종이었다. 악마의 풀로 알려진 ‘스트라이가’를 이기고 자라나는, 적도지역의 식량을 해결 할 품종의 옥수수가 탄생된 것이었다.
요즈음 우리나라는 가장 왜소해지고 허약해진 반면에, 우리 주변국들은 사상 최대로 강한 나라들이 되었다. 중국을 비롯한 일본, 러시아 미국 등은 역대 가장 커다란 쓰나미를 가져올 요인들을 이미 갖춘 것이다. 이 뿐 아니다. 세계전쟁의 요인들이 중동과 유럽에서 감소된 반면, 남중국해와 동북아에서 긴장이 증가되고 있고,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을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어디 이뿐인가? 세계 정황이 이지경이 되었는데도, 우리 국가와 교계는 아무런 대책을 갖추질 못한 채 절제와 지혜는 온데간데없이, 당쟁과 헐뜯기와 더러운 추태를 서슴없이 하며 새해를 맞이한 것이다.
고대 희랍의 철인 헤라클레이토스는 세상이 모두 변하는데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하였듯이, 이스라엘은 바빌론 포수 후에 아람어역 경전을 편집하였고, 그 이후 흩어진 유대인을 위해 희랍어로 칠십인역을 내어 놓더니, 예루살렘 멸망 이후에는 지중해 야브네에서 구약을 재편집하여 경전화했다. 이 모두가 변화하는 세상에 파종할 새로운 품종을 내놓았던 것이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도를 저지하려는 제자들에게 ‘한 알의 씨알이 그대로 있으면, 할 알 그대로이고, 한 알의 씨알이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하였다. 예수께서 이와 같이 말씀을 마치시고는 십자가로 향하여 나섰던 것이다. 요한은 격동하는 새로운 세상에 “죽어서 다시 산, ‘좋은 씨앗’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게 된 것이다.
ⓒ 교회연합신문 & www.ecumenicalpress.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