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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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독일 Munich에서 공연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1958-2009)의 「빌리진(Bille Jean)」을 동영상으로 보는 순간, 나는 그 멋에 압도당하고 말았습니다. 마이클 잭슨이 여행 가방을 들고 무대에 나가서 가방을 열고 검정색 반짝이 가디건과 모자 등을 절도 있게 꺼내들고, 각이 살아 있는 기계적인 몸놀림과 스멀스멀 이어지는 듯한 발동작을 하고 수십 개의 조명과 한 개의 메인 조명을 번갈아 받으며 노래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현란함 그 자체였습니다. ‘아, 어쩌면 저렇게 멋있을 수가 있지.’ 나는 혼자서 그의 동작을 몇 번이나 따라 해 보며, 나 자신이 마이클 잭슨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들기도 하였습니다.
그 러다가 ‘제1500회 KBS 전국 노래 자랑’에 출연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한때 TBC 탈렌트 시험에 응시한 적이 있는 만큼, 노래하면서 표정 연기를 해 보리라 마음먹었습니다. 천진난만하고 감미로운 표정을 짓다가 열광적인 몸짓과 함께 우렁찬 목소리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겠다는 포부도 가졌습니다. 그러나 막상 무대에 섰을 때 천진난만한 표정은 살릴 수 있었으나, 막상 열광적인 몸짓을 하려는 순간 “딩동댕” 소리가 나 미처 내 장기를 다 보여줄 수가 없었습니다. 1500회 특집인지라 프로 가수에 버금가는 사람들이 본선에 오르는 바람에 인기상도 탈 수가 없었습니다. 아쉬움을 안고 주일날 교회에 가서 카리스마가 있어 보이는 H장로에게 KBS 출연 사진을 보이며 말했습니다.
“장로님. 제가 이래뵈도 ‘KBS 전국 노래 자랑’ 본선에 올라 여기 이렇게 사진까지 나왔는데요. 아, 우리 교회 교인들만 나의 음악성을 몰라 주네요. 저에게 대예배 헌금송 기회를 한 번 주십시오.”
이렇게 H장로에게 떼를 쓴 지 두 주만에 대예배 헌금송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주를 바라볼지라」복음송을 동영상으로 수십 번 보고 가사도 외우고 해서, 자신감 있게 지휘자 앞에서 리허설도 하였습니다.
“박자가 너무 빠르네요. 속도 조절을 해서 잘 해 보세요. 가사를 보고 해도 상관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드디어 800명 이상의 교인이 들어선 예배당에서 찬양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자신 있었던 노래였는데, 막상 무대에 서니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는 것이었습니다. “하아나아아아님에에 사아랑으을 사모하는 자아아아--- (덜덜덜)” ‘목소리가 왜 이렇게 떨리지?’ 하면서 무슨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그때 생각난 것이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이었습니다. 한 쪽 다리를 들어올리고 엉덩이를 절도 있게 앞뒤로 움직이는 멋진 모습. 그래서 ‘안 되겠다. 마이클 잭슨처럼 자신감 있게 해야지.’ 하면서 절도 있는 몸동작을 하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 모습이 너무 마이클 잭슨처럼 보였는지 교인들이 의외라는 듯 뻥한 표정으로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노래를 제대로 끝낸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담임 목사님이 “KBS 전국 노래 자랑에 출연한 문학 박사”라고 나를 치켜세워 주었습니다. 나는 손을 입술에 대었다 떼면서 절도있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성가대 총무가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습니다.
“W교회 역사상 헌금송을 그렇게 웃기게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내가 마이클 잭슨 흉내를 낸 것이 웃겼나 보구나.’ 하고, 그냥 무사히 지나갔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직장에서 건강 검진을 받는데, ‘만성 신장 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K대학 병원 J교수가 말했습니다.
“통풍과 고혈압이 한꺼번에 찾아왔습니다. 통풍으로 인한 가시바늘 같은 요산이나 뭉친 혈전이 뇌나 심장에 가서 갑자기 막힐 수도 있으니, 약을 꾸준히 먹으면서 건강을 챙기셔야 합니다.”
나는 평소에 건장하였던 나에게 그런 병이 찾아온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갔습니다.
“왜 이런 병이 갑자기 생겼지요?”
“그 원인은 찾기 어렵습니다.”
그 후 나는 나름대로 원인을 찾아 보았습니다. 평소에 건강을 장담하던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은, 내가 그 날 대예배 시간에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이 없이 마이클 잭슨 흉내를 내다가 교만 죄로 인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회개하고 하나님 앞에서 진지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나는 행복합니다. 약을 꾸준히 복용함으로써 건강이 다시 찾아왔고, 내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전업 작가의 길도 걸어갈 수가 있어서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변화된 것은 내가 하나님 앞에서 진정으로 예배하며 찬양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며 찬양 가사에 맞는 표정 연기를 함으로써, 교인들로부터 “은혜로운 찬양이었다”는 말을 들을 때에는 마음이 흐뭇하기까지 합니다. 노래 부르기를 워낙 좋아하지만 이러한 장기를 주님을 찬양하는 데 사용할 수가 있어서 좋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주님과 대화해 봅니다. “주님! 저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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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의 행복론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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