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같이 우리 크리스천에게 지혜가 필요한 때는 또다시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말세에는 무저갱에서 올라오는 연기가 너무나 짙은 나머지 무엇 하나 제대로 보이질 않고 분별이 되질 않는다 하였는데, 오늘이 바로 그 때가 아닌가 한다. 선지자들과 시편 기자들을 살피어 보면, 저들은 경건한 자들임에는 틀림이 없었으나, 적들의 더러운 계략과 함정에 빠지는 일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예레미야 선지자는 유다왕국과 예루살렘이 처참하게 멸망을 당하는 역사상 가장 참혹한 고난을 가까이에서 경험하면서 누구보다도 많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백성들에게 하나님께 부르짖어 지혜를 구하도록 촉구하였다. “너희는 야훼께 부르짖으라. 그가 너희에게 크고 비밀한 일을 알게 하시리라(렘 33:3).”하였다.
주님의 형제 야고보는 예루살렘에서 순교하기에 앞서서 그의 교회에 보내는 회람용 서신에서, 고난을 겪는 그의 교회에게 깨우쳐 주기를, ‘구하는 자에게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시지 않겠느냐?’ 하였다. 수천 년 동안 믿음의 행보와 출애굽의 경험과 바빌론 포수생활을 경험하였고, 국토를 빼앗긴 상실감이나, 주권을 잃고 남의 나라의 속국으로 살아온 경험을 하였던 터이라서 그런지, 저들이 구하는 바가 단지 ‘지혜’ 하나로 표현된 것을 보아서, 지혜란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며 바라며 사모해야 할 것이리라. 몇 년 전에도 유대 랍비의 강론을 경청한 적이 있는데, 말라기에서의 ‘하늘 문을 여시고 쌓을 곳이 없도록 쏟아 붓지 아니하는가 보라!’ 하신 선포가 ‘지혜’를 지칭하는 것임을 보면, ‘지혜’란 이스라엘 문학과 삶에서 가장 근저에 자리 잡은 가치인가보다.바울은 자신감 있게 고린도지방의 교회들에게 이르기를 우리 주님은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우리로 하여금 능히 감당할 수 있게 하신다.’라고 했다. 뾰족한 창끝처럼 무엇이든지 뚫고 나가려는 저의 신앙의 의지가 확실하게 돋보인다. 이스라엘의 고난의 역사적인 경험에서, 우리는 에스더 서신에서도 어둠의 계략과 하나님의 지혜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르드개를 장대에 매달려고 온갖 계략으로 만반의 준비를 갖춘 하만에게, 미리 아시고 넉넉하게 예비해 놓으신 하나님의 지혜가 아하수로왕의 꾸밈이 없는 마음에 전이된다. 이날 모르드개는 높여지고, 하만은 장대에 매어달리고 말았다.
오늘 날에도 법학에 입문하는 이들에게 항상 상기되어온 이야기가 있다면 솔로몬의 재판 판결에서 나타난 지혜일 것이다. 약관의 나이에 어좌에 앉아서 정치꾼들의 농간에 좌우되질 아니하고, 치우침과 두려움 없이 국정을 잘 다뤄 갈 수 있었던 담력은 어디에서 온 것이었을까? 아마도 저는 필히 기도에서 힘을 얻었을 것이다. 저가 어좌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를 낳아준, 한때는 다윗의 충성스러운 장수 우리아의 아내였던 밧세바와, 선지자 나단의 활략도 있었겠지만, 그의 아비 다윗의 영적 지지와 기도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의 아비인 다윗도 역시 환란을 이겨내고 믿음으로 사는 지혜로운 성군이었다. 솔로몬의 노랫말을 보면 그가 얼마나 아비의 사랑을 입고, 배움을 받았는가를 엿볼 수 있다.
다윗의 성장 과정에서도 보면 그의 주변도 역시 어두운 면이 짙었다. 사무엘의 눈에 들기까지 그는 집안에서 변두리에 있는 처지였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을 가까이하였고, 항시 적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지만 하나님의 얼굴을 향해서 있어서 백전백승의 사람이었다. 그가 이십 세가 채 안되었을 적에 골리앗을 쓰러트린 그 장면은 그의 뇌리에서도 영원히 사라지질 않았겠지만, 항상 그의 품에서 사랑을 받아 온 솔로몬의 가슴에 각인되었을 것이다. 솔로몬은 약관의 나이에 대담하게 왕권을 거머쥐고, 정적들의 눈빛도 아랑곳하질 않고, 무엇보다 먼저 기브온에 계시는 야훼 하나님께 나아가 일천 번제를 드린다. 그는 마침내 이날 하늘로부터 나라를 통치할 크나큰 지혜를 입는다.
이방인으로서 복음서를 기록한 누가는 ‘구하는 자에게 성령을 주시지 않겠는가?’하며 우리에게 하나님께 나아가 기도할 것을 촉구한다. 그가 기록한 복음서를 보면 그 역사적 시기가 깊은 어둠에 묻혀있던 때이다. 그런데 마침 이러한 혼란과 무질서가 팽배한 흑암의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하나님은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죽은 자 가운데서 삼일 만에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성령’을 선물로 내어놓으신 것이다. 성령이야 말로 종말의 시간대에 하나님으로부터 모든 육체에게 부어지는 지혜의 선물이다. 성령이 임하시면 그가 누구이든 권능을 받게 되고, 예루살렘 땅 끝까지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와 공법을 강같이 흘려보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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